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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책소개) 빚으로 지은집…. House of D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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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집…. House of Debt


빚으로
1999년 7월 공군소위로 임관한 나는 그해 10월 국민은행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했다. 소득이 낮고(백만원 남짓), 근무연수가 짧았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1년 후에는 신용카드 만들기가 담배 사는 것만큼이나 쉬워졌다. 소득은 묻지도 않았다. 한도도 500만원이 기본이었다.  2003년, 한국은행 신입동기들이 신용카드를 만들러 갔다가 한도가 겨우 50만원인 카드를 받아왔다. 그 당시 난 카드가 세 개에 한도를 합하면 1200만원이 넘었다. 취직했다고 여기저기 한 턱도 내고 그동안 갖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그들로는 난감한 일이었으리라. 카드 회사들이 나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으나 이미 늦었다. 2003년은 카드버블(plastic bubble)이 터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의 카드위기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탓일까. 다른 부채가 늘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 용산의 시티타워, 여의도 무슨캐슬 등 주상복합바람이 불었다. 경쟁률은 100대 1일 기본이었다. 이 바람은 상당히 거셌다. 버블세븐을 휩쓴 부동산 광풍은 2007년에는 강북에까지 불어닥쳤다. 한 대학원 선배는 성북구 석관동의 자기 집도 2억에서 3억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묘한 웃음을 지었다. 돌이켜 보면 거품의 끝물이었다. 어쩌다 우리 소유로 된 집도 2006년에는 비해 30%나 떨어졌고 호가는 있지만 거래는 되지 않는다. 이처럼 다들 집 산다고 몰려드니 가계부채는 500조원이나 늘어났다.(대충…)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미국 태평양 연안, 아리조나의 라스베가스, 플로리다, 스페인의 태양의 해변, 영국의 런던 등등. 올라갈 이유는 다들 있었다. 기후가 좋다거나 은퇴한 노인들은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느니 등등. 예외가 있다면 이미 거품을 경험한 일본이나 거품의 무풍지대인 독일 정도. 집값이 올라가자 건설업은 호황이었고 은행도 떼 돈을 벌었다. 그렇지만 그 끝은 참혹하였다. 바로 금융위기~~!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헤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전공자들인 두 저자, Atif Mian과 Amir Sufi는 ‘부채(debt)라는 계약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단정 짓는다.
부채계약이란 무엇인가? 부채는 간단하게 말해 현금흐름이 확정되어 있는 채권채무 계약이다. 다시 말해 채무자의 상태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Equity와는 다르다. 경제학자들은 부채계약이 성립하는 이유를 모니터링 비용으로 설명한다. 간단하게 말해 채무자가 어떤 수익을 올렸는지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확정이자만 받는 계약이 채권자에게는 최적일 수 있다는 것! (Townsend, Robert M., 1979. “Optimal contracts and competitive markets with costly state verification,” Journal of Economic Theory, Elsevier, vol. 21(2) 참조.. 물론 다른 설명도 있겠지만)
부채라는 금융계약은 수 천년전부터 있었다. 그러니 2008년 위기의 주범으로 몰기는 어렵지 않을까? 저자들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부채확대의 시발점으로 지목한다. 1997년 위기에서 된통당한 아시아 국가들이 ‘초안전자산’인 미국국채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게 되었고, 국채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민간부문에서 모기지를 기반으로 초안전산을 만들어 내면서부터 부채가 확대되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CDO, CDO2, tranche, CDS 등의 이상한 금융용어들이 신문에 등장한 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몰려든 자금은 지금까지는 모기지를 얻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집을 사게 만들었다. 디트로이트, 캘리포니아의 센트럴벨리(머시드, 솔라노 카운티 … 가보면 정말 촌동네다.)처럼 소득이 낮고 신용점수가 낮아 신용을 얻기 힘들었던 지역에서 부채공급이 늘자 부동산가격은 급등했고, 올라간 자산가격은 차입제약(borrowing constraint)을 약화시켜 소비붐을 일으켰다. 가격이 올라간만큼 대출을 받아 소비에 충당하는 이른바 홈에쿼티론(Home Equity Loan)의 급증으로 귀결. 저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대출붐은 주택공급의 탄력성에 관계없이 평균신용점수가 낮은 지역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 주택공급의 탄력성이 중요한 이유는 탄력성이 높으면 수요가 늘더라도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기 때문.(산지인 샌프란시스코 vs. 평지인 인디애나 폴리스) 즉 거품이 부채를 늘렸다는 주장은 반박하기 위함. 즉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부채확대의 끝은 참혹했다. 집값이 내려가자 채무불이행과 파산이 속출했고, 은행들은 압류한 집을 싸게 팔아버리면서 집값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리만이 망하고, AIG, BOA, 골드만삭스도 구제금융의 대열에 동참했다. 소비는 급감했고, 실업률은 10% 이상으로 뛰었다. Great Recession이 찾아온 것이다.그렇지만 불황의 영향은 균등하지 않았다. 저자들에 따르면 빚으로 집을 산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 사람의 소비감소 폭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소비를 더 줄였다는 것. 지역별로도 집값 하락이 컸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소비는 차이가 있었다. 물론 집값이 안 떨어진 지역도 다른 지역의 소비감소로 타격을 입었다. 지역 내에서 생산 및 소비가 끝나는 산업과 소비와 생산에 지리적 차이가 있는 산업간 고용에의 차이도 컸음. (Tradable goods vs. non-tradable goods)
문제는 부채계약에 따른 Levered Loss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주택가격 100중에서 80을 빌렸는데 주택가격이 20% 떨어지면 순자산은 제로..) 앞서 신용점수가 낮고 소득이 낮은 지역이나 사람들에게서 대출이 더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격이 소득별로 불균등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저자들은 2000년대 초반 테크붐의 붕괴는 금융위기로 비화되지 않았는데 이는 주식투자의 경우 주로 고소득층에서 행해지고 레버리지가 낮기 때문.
가계의 순자산 감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이처럼 길게 이어지게 된 주범이라면 정책의 대상도 가계, 그 중에서도 순자산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는 가계이어야 했음. 원금탕감이나 금리인하 등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했으나 실패. 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인데 집을 산 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도덕적 해이’에 바탕을 둔 반대와 은행중심주의적 시각. 그렇지만 경제전체적인 충격은 개인이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대는 것은 부적절함. 은행중심주의는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정상화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이며, 은행시스템이 살아있지만 여전히 경제는 어려우며, 사실 은행을 우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도그마. 정치적인 이유도 슬쩍 이야기하지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맘. 물론 대출이 증권화되면서 원금탕감 등이 어려원 진 탓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풀지 못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
부채계약과 가계의 순자산 변동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저자들의 처방은 부채계약을 지분계약으로 바꾸는 것임. 예를 들어 가격이 100인 주택을 80을 대출받아 샀는데 주택가격이 10% 하락하였다면 부채계약에서는 채무자만 손해를 보는데(순자산 20 -> 10), 지분계약에서는 손해를 채권자와 채무자가 공유하는 것.(부채원금 80 -> 72, 순자산 20 -> 18). 그리고 주택가격이 상승하였을 때는 상승분의 5%를 채권자가 가져가는 것. 원리금 상환의 경우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변하지 않는다면 매년 일정금액을 만기까지 상환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그만큼 원리금 상환금액이 줄어드는 구조를 제시. 저자들은 이러한 지분계약을 도입하면 은행들이 대출에 비교적 신중해질 것이고, 차입자들이 겪을 수 있는 뜻밖의 거시경제적 충격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는 있다고 주장.
일단 꽤 훌륭한 책이다.  교양서이기는 하지만 최근 나온 주요한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한 점에서 전문서라고도 볼 수 있다. 재밌는 그림도 많고, 한국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상승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인을 단순히 아시아국가의 과잉저축에서 찾는 것은 다소 비약인 듯 하다. 금융산업의 규제완화가 그보다는 주된 원인이지 않을까?
불평등을 대출로 해결하려는 얄팍한 정책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라구람 라잔의 폴트라인(fault line)이나, 크루그먼의 Conscience of a liberal(미래를 말하다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번역됨)을 같이 읽으면 좋을 듯.
p.s. 서평 무지 힘듦. 원저인 House of Debt은 미드 House of Cards 의 오마주(ho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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