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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가계소비 부진 책임이 정말 가계부채와 소득 문제 뿐일까?

(※ 이 글은 사견으로 필자의 소속 회사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

우리는 한국의 소비가 부진한 것을 설명할 때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데다가 소득 증가가 더디고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사실 민간소비는 신용카드 위기 때인 200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최근 3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2%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가계가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 것은 비단 소득이 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즉 미래 경제상황과 소득 상황, 그리고 정책 여건 등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가계는 최근 4년째 저축을 늘리고 있다. 적정 수준이 어디냐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여력은 늘고 있는 것이다. 즉, 계기만 주어지만 어느 정도 소비를 늘릴 여력은 있다고 본다.

(가계소득 및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율을 나타내는 자료다. 흑자율이 최근 4년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1997-1998년 외환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높아졌다. 즉 수치만 놓고 보면 가계의 소비여력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자료는 평균이므로 소득불균형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그 문제는 여기서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한국인이 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가운데는 향후 인구 구조 변화와 국내 경제 전망이 항상 포함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 모두 정치권 및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소통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물론 말로만 "괜찮을 것"이라고 한들 국민들이 안심할 리는 없지만 정교한 진단과 열린 토론에 기초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소통한다면 두려움의 정도는 약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례로 다음의 발언을 살펴보자:
"한국경제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현상"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
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취임 후 취할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한국 경제는 세월호 사고 이후 어수선한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미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 부총리는 또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각오로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식 디플레이션 수준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던 과거 당국자들의 진단과는 달리 사실상 일본처럼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최 부총리는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 간소화를 통해 사실상 은행권으로부터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려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물론 『재정․금융 41조원 패키지』라는 제목의 정책 발표를 통해 대대적인 자금 공급이 이루어질 것처럼 약속했지만 알고 보면 새로운 돈이 그만큼 시중에 풀려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즉 재정지출을 늘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연말까지 재정지출은 늘어나기는 커녕 예산 대비 사상 최대 규모인 18조원, 무려 6%나 지출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0.2%포인트에 그쳐 이전 10년 평균인 0.7%포인트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정부는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경고하고 대책을 약속했으면서 막상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것 때문에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정의 역할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날 이 총재 발언의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세수부족이 생기면 당해 연도 성장률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그 다음 해의 성장률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할 때 물론 추경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되어 있고, 그 다음에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경기회복을 위해서 또 성장세 회복,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 재정이 어느 정도는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2009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 재정지출을 집행한 이후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2010년과 2011년 지출을 소극적으로 집행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정부의 대규모 부양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가 언론 기사에서 제법 자주 언급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든 안하든 정부가 결정할 몫이다. 하지만 조금 심하게 말하면 지난해 정부는 위기의식을 한껏 고조시키기고는 대책 약속은 어김으로써 결론적으로 소비심리만 악화시켜 경제에 2중 악영향을 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정부는 태도를 바꾸어 "경제는 심리다"라며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곧 큰일이 날 것만 같이 다급했던 지난해 경고성 발언에 잔뜩 겁을 먹었던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마음을 열고 안도감을 느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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