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小考) 한국 주택가격 거품론만은 이해하기 힘들다

(※ 사견임)

평소 종말론 같은 논조의 책은 멀리해 왔지만 어떤 책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만큼 왜 인기를 누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다양한 논리를 접해 보려고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두 책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은 한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 여지 없이 "주택 가격 거품이 붕괴"하는 것을 대전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택 가격이 거품 상태라면 언젠가는 거품이 해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것이 붕괴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거슬렸다.

사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한국 주택 가격 거품론을 왜 그토록 기정사실화하는지 책에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거품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문제지만, 일반인의 상식과 국제적 기준에 비춰 과도한 가격 상승을 거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한국 주택 가격 거품론을 얘기할 때 미국 주택 가격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한국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타당한 논리인가?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실질주택가격지수 추이다. 이렇게 2005년부터 비교해 보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7년 부터 급격히 하락해 2011년 중반까지 조정을 거친 후 최근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실질주택가격은 2006-2007년 사이 급등한 뒤 금융위기 이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놀랄 정도로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후반부터 소폭 반등세도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만 보면 분명 한국 주택가격이 언젠가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앞의 그림은 비교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착각을 가져온다는 점을 잘 일깨워 주는 사례다. 이 그림은 같은 자료의 한국 실질주택가격지수 시점을 1986년으로 바꾼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면 한국 실질주택가격은 1991년까지 놀랄 만한 속도로 증가한 이후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 등으로 인해 2001년까지 무려 10년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격은 거의 붕괴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01년까지 횡보하다가 2004년까지 상승, 그리고 2006-2007년 소폭 상승했다. 우리가 이른바 "부동산 광풍"이니 어쩌니 하고 호들갑 떨었던 시기의 가격 상승도 이처럼 시기를 확대해 놓고 보면 다소 표현이 지나쳤거나 아주 제한된 지역의 제한된 사례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그림과 앞의 그림을 함께 비교해 보면 한국 주택가격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조정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은 이미 대조정을 거친 뒤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두 번째 그림 설명이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이 그림을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즉 미국 주택가격은 1990년대 말부터 2006년까지 무려 16년간 쉬지 않고 2배 가까이나 올랐다가 자국발 위기, 그것도 주택시장에서 촉발된 위기로 하락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 조정을 받았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1991년부터 2001년까지 벌써 큰 폭 조정을 받은 뒤였으며 장기간 비교해 보면 2001년 이후 가격 상승도 사실상 무시할 만한 정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 움직임이 가구당 실질가처분소득 추이와 궤를 같이 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즉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위기였기에 한국에서는 가구당 실질가처분소득 조정세가 크지 않았으며 2012년 후반까지는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구당 실질가처분소득만 놓고 보면 한국 주택가격은 오히려 최근에 비정상적일만큼 하락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한국 주택가격이 싸다거나 비싸다거나 하는 논란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 둘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또 한국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거나 오를 수 없을 것이라거나 하는 논란에도 끼고 싶지 않다. 변수가 너무 많고 또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국 양쪽이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주택가격이 "거품" 수준이며 그에 따라 "언젠가는" 거품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는 비논리적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부동산 KoreaViews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원자재 환율 외교 국제금융센터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인구 한은 반도체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AI 미국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논평 수출 자본시장연구원 중동 채권 일본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칼럼 한국금융연구원 BOJ ICO 일본 자동차 국회입법조사처 삼성증권 생성형AI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한국 IBK투자증권 KIEP TheKoreaHerald 미중관계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OECD 대신증권 무역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저출산 전쟁 ECB IBK기업은행 IEA KIET LG경영연구원 NBER PF 공급망 관광 광물 기후변화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본시장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환경 Bernanke CBDC DRAM ESG EU IPEF IRA KDB미래전략연구소 KOTRA MBC라디오 ODA PIIE RSU SNS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규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봇 로봇산업 로슈 로이터통신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버냉키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씨티그룹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혁신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