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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한국에서 적기 기업 구조조정 위해 금융 역할 변화 필요

(※ 금융연구원 『주간금융브리프』에 포함된 양원근 연구위원의 글을 소개한다. 한국 금융산업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를 잘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개선 과제 ◎
<요 약>
□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 경제회복을 어렵게 함. 기업부실로 은행의 대손비용이 늘어나 수익이 줄어든 은행은 대출증대에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게 되고,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실기업과 우량한 기업을 구별하기 어려워 자금공급규모가 감소할 수 있음.
□ 2005년~2007년 은행평균 수익은 14조 원에 달했으나 2008년 글로벌위기 이후 2008년~2014년에는 8.4조 원으로 약 43% 감소했음. 기업부실 특히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기업의 부실이 최근 은행수익성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이라고 판단됨.
□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의 기업집단 경영으로 경쟁력 없는 기업이 계열기업의 보조를 받아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어 부실징후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어려움.
□ 은행은 기업의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평가하여 신규자금 공급 여부를 결정하고 리스크에 따라 금리를 차별화하여 기업에 구조조정 시그널을 주어야 함. 또한 공시제도의 발달, 부실기업 전문 펀드 활성화 등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의 기반과 수단이 제공되어야 함.
부실기업이 대량으로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나타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채를 통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감행했던 재벌기업들은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동시에 부실화되었다. 기업부실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이전되어 일부 은행은 파산위기에 처했다. 은행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회수를 통해 위험자산을 줄여야 했다. 결과적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에 빠진 기업들까지 부도위험에 처하면서 경제는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1998년 9월말 은행에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은행들이 기업부실을 떨어내고도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하자 신용경색 현상이 해소되며 경제회복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후 2002년 370만 명이 넘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카드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 충분한 수익력과 자본을 보유한 은행은 계열 부실카드사 합병, 카드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카드사들의 대량 부실이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되지 않고 정리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기업의 부실화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에 애로를 발생시킨다. 우선 부실기업이 많아지면 은행의 대손비용이 늘어나 수익이 줄어든 은행은 리스크를 줄이고자 대출증대에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게 된다. 또한 부실한 기업이 많아지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부실기업과 우량한 기업을 구별하기 어려워 자금공급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신속하게 퇴출되는 것이 성장성 있는 우량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활성화의 전제조건이 된다.

◈ 한국 기업구조는 적기 구조조정 어려움 유발

우리나라의 경우 선제적이고 상시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대기업이 기업집단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없는 기업이 계열기업의 보조를 받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경영자의 경우에도 전문경영인과 유사하게 대리인비용(agency cost)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작은 지분으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또는 사전적 사업재구축보다는 지배욕구 충족 등 경영권이 주는 비금전적 효용(perquisite)에 집착할 유인이 있다.

대주주 경영자는 특히 부채비율이 높고 부실화가 진행될수록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부실화되면 채권자 손실이 되고 수익이 나면 주주 몫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자는 계약을 통해 기업경영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사전적 구조조정의 주요 자문그룹인 투자은행 역시 딜을 성사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대주주 경영진의 포부를 만족시켜주는 쪽으로 자문을 할 유인이 크다. 즉 기업의 부실 징후가 보이더라도 계열사 매각 등 사전적인 구조조정 자문을 하기 쉽지 않다.

금융시장내 기업구조조정을 유인할 메커니즘도 취약하다. 현재 채권자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은 유효기간을 정해 제정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법은 부실징후기업의 채권자간 협의를 자율적으로 이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총신용공여액의 3/4 이상의 찬성으로 채무 재조정 등을 강제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은 강제적 조항을 두었음에도 채권자들의 구조조정 주도권은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대출 이외에도 회사채, CP, 보증채권,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 등 비협약 채권비중이 커졌다.

이러한 채권비중이 높은 비협약채권자가 무임승차할 경우 은행 등 다른 채권자들은 적극적 구조조정을 기피할 수 있다. 또한 채권금융기관 간에도 의견이 과거와 달리 대립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의 우선회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금융비용은 감소하여 부채에 대한 부담이 적고 특히 리스크에 따른 금리 차별화가 미흡하여 선제적인 구조조정 유인이 작다.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기업구조조정은 향후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 내수가 1%대 성장으로 부진하며 저성장체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어지고 있던 상장기업의 매출액 증가세는 지난해 1.6% 감소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내수 부진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의 구조조정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주채권은행이 거래 중소기업을 금융감독원, 보증기관과 함께 설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신규여신 공급, 출자전환, 분할 상환, 또는 워크아웃을 진행한다.

기업의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기업의 금융수요를 적기에 충족시키는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보다 더 실질적인 패스트 트랙이 적용될 수 있다. 즉 중소기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에서는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IMF를 중심으로 은행이 부실화되었을 때 구제금융(bail-out)보다 손실분담방식(bail-in)을 규정화하여 은행의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유인을 증대시키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즉 은행이 부실화되면 기존 주식은 소각하고 장기 무보증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예금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 예금인출사태를 방지하면서 자본을 증강시킨다. 조건부 자본증권(coco bond)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기존 주식의 소각 여부다. 주주책임을 높여 리스크 테이킹 유인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여 대마불사 유인이 작아지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과제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고 침체기에서 빠른 경제 회복을 가져오는 동력은 경제 성장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부실이 쌓일 때까지 방치되지 않고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부실징후가 보이는 기업은 채권자가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되고 상시적으로 퇴출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산업의 사이클에 맞추어 사업재구축이 이루어져야 하고 금융자원은 유망하고 장래성 있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은행은 기업의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평가하여 신규자금이나 자금회수 스케줄에 적절히 반영하고 리스크에 따라 금리를 철저하게 차별화해야 한다. 리스크에 따른 금리 차별화는 은행의 수익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기업에게는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은행의 존재 이유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축적하여 리스크를 평가하고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 차별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둘째, 부실이 가시화된 경우에는 주채권은행과 채권금융기관이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선정 및 자율협약,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 구조조정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대주주 경영진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칠 경우 추후에 재기가 어렵고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정착되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

한편 2006년 통합도산법 제정시 경영진이 회생절차를 꺼려 회생시킬 수 있는 기업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기존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즉 기존 경영자가 기업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감면 등 채무 재조정을 받으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DIP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셋째,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의 기반이 구축되고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의 경영부실이 신속하게 시장에 알려질 수 있도록 기업공시가 좀 더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사모펀드(PEF)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부실기업 전문 펀드가 없고 기업의 부실이 가시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도 않아 딜을 성사시키기도 쉽지 않다. 또한 투자은행의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대주주 경영자가 경영권에 집착하면 부실이 현재화되기 전 구조조정이나 사업재구축 기회를 갖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은행은 신뢰와 역량을 키워 사전적 구조조정이 기업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 결론

금융의 역할은 단순히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량하고 비전 있는 기업에 자금이 배분되도록 적기에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도 금융의 중요한 역할이다.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기업의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또한 부실 징후 기업을 적기에 구조조정하는 것이 기업주와 은행 등 금융기관에게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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