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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나의 직관을 의심하고 인지적 오류를 경계하라

(※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직관 및 인지적 오류의 문제에 관한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가 길어서 나머지 부분은 생략했다. 인간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알고 보면 어처구니 없는 판단을 내리기 쉽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항상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의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웬만한 경우에는 결국 이런 저런 절차를 통해 큰 문제 없이 일이 진행된다. 하지만 문제는 큰 기업체나 국가 처럼 작은 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다.
이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경영자나 지도자가 자신의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해 어떤 결정에 이르렀더라도 이를 참모나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다시 점검해 보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한 판단을 의심하는 과정을 생략할 경우 자칫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든지 "네가 뭘 알아"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한국 기업들과 한국 사회는 이미 소수의 직관과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결정만으로 이끌어가기에는 너무 중요해졌고 너무 규모가 커졌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미래의 시장과 소비자를 주도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직관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 직관은 과거의 경험 법칙에서 나올 수도 있고, 인지적 오류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의 직관부터 의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 나의 생각부터 의심해 보자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틀릴 수 있어도, 자신은 옳을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과거 자신의 경험, 특히 성공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경우들이 많아 새로운 미래지향적 사고를 하는 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013년 테드 토크 대담에서 “당신은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X 등 대담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추진할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머스크는 자신은 물리학을 배웠고, 그 덕분에 직관적으로 나오는 생각들을 모두 의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생각을 의심한다는 것은 크게 1) 직관에 대한 의심과 2) 인지적 오류에 대한 경계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1) 직관에 대한 의심

직관적인 사고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먼저 패턴 인지형 직관(Pattern recognition intuition)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과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된 여러 문제 해결 패턴 중 가장 적합한 하나가 즉각적이고도 자동적으로 제시된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사람들은 창의적 직관(Creative intuition)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창의적 직관이란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몇 일 끙끙대고 있다가 보면, 어느 순간 “아하”하며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말하는 1%의 영감에 의한 해결책이 이런 것이다. 창의적 직관은 하나의 생각이 다른 수많은 생각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하는 연상 작용을 통해 해답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대부분의 직관 예찬론자들은 창의적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실 창의적 직관의 중요성을 폄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직관적 사고(Counterintuitive thinking)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할 때의 직관은 패턴 인지형 직관이다. 창의적 직관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적으로 사람들의 직관적 사고의 대부분은 패턴 인지형 직관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몇몇 문제들만을 창의적 직관의 영역으로 옮길 뿐,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문제들을 패턴 인지형 직관으로 해결한다.

그 편이 답도 빨리 나오고, 힘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패턴 인지형 직관(이후 직관P)은, 수많은 반복 학습과 치열한 노력 끝에 체득한 전문가적이고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예컨대 오랜 경험을 갖춘 소방관이 불길이 치솟는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진압 작전을 펼 것인지 짧은 시간 내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 체스 게임 선수가 자신의 다음 수를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도 직관P에 따른다.

즉 전문가적 역량이 필요한 특정 분야에서는 매우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직관P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묶여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한 과거 지식과 경험들을 반사적으로 조합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 구조가 잘 바뀌지도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잘하려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직관에 대해 경계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2) 인지적 오류(Cognitive Biases)를 경계

직관적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더라도,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에 인지적인 오류에 흔히 빠지곤 한다. 인지적인 오류란, 의사결정을 하는 가운데 무심결에 저지르는 판단상의 실수를 의미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많은 심리학자,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의 인지적 오류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 과거의 이론들과 가르침에 싫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오류는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 보자.

● 피곤함이 판단 능력을 흐려 놓는다

사람은 주어진 모든 정보가 똑같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동일하게 의사결정을 할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피곤함이 누적될수록 편의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한 예로 가석방 심사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자.

가석방 심사 위원들에게 가장 편의적이고 책임 추궁도 당하지 않을 의사결정은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전혀 허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판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허가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식사와 휴식을 취한 직후에는 가석방 허가율이 65%로 높게 나타나지만 시간과 비례하면서 점점 하락하여 2시간 후 다음 휴식 시간 직전 무렵에는 0%가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반복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피곤할수록,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 무의식이 판단에 영향을 준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했다. 한 사무실의 휴게실에 음료수를 비치하고, 음료수 값은 자발적으로 내도록 ‘정직한 상자(Honesty box)’라고 이름을 붙인 작은 저금통을 옆에 준비했다. 음료수 가격표도 함께 내어 놓았다. 음료수 가격표 위에는 작은 배너 형태의 사진을 붙였다. 10주 동안 진행된 이 연구에서, 한 주는 사람의 눈이 담긴 사진을, 다음 한 주는 꽃을 찍은 사진을 번갈아 가며 붙였다.

사람의 눈은 평범하게 쳐다보는 눈에서부터, 유혹하듯 쳐다보는 눈, 의심스럽게 쳐다 보는 눈, 무섭게 째려 보는 눈 등 다양한 뉘앙스를 풍기는 사진을 붙였다. 사람들은 사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재미있게도 정직한 상자에 모이는 돈은 매주 커다란 편차가 생겼다. 꽃을 찍은 사진이 붙은 기간에는 돈이 별로 모이지 않았고, 사람의 눈, 특히 의심스럽게 보거나 무섭게 째려보는 눈이 있을 때 훨씬 더 많은 돈이 모였다.

● 쉬우면 더 잘 믿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나 말을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A. 아돌프 히틀러는 1892년에 태어났다.
B. 아돌프 히틀러는 1887년에 태어났다.

두 문장은 모두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A를 더 쉽게 믿었다. 다른 유사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글씨의 굵기, 폰트, 글씨체 등이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글이라도 쉽게 표현한 글을 더욱 신뢰한다. 목소리 크기도 판단에 영향을 미쳐,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을 더 잘 믿는다. 반면 화려한 미사여구, 전문적인 어휘 등을 구사한 보고서나 연설에 대해서는 “정말일까?”라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미심쩍어 한다.

이 외에도, 과도한 자신감(Overconfidence), 처음 들은 숫자나 보고서에 집착하는 고착화 현상(Anchoring),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만 수집하는 확증 오류(Confirming) 등 다양한 인지적 오류들이 있다. 내 생각을 좀더 신뢰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인지적 오류들이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점검하고,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취할 필요가 있다(<표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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