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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스크랩) 가계도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칼럼을 공유)

가계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고?

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가계 구성원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측정해보는 것이라고 짐작하지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는 어떤 대상에 스트레스를 주어 안정성을  검증해보는 것이다. IT 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부하를 걸어보기도 한다. 금융기관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은 은행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경제지표들이 아주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을 때 은행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자본을 더 충원하게 했다. 다만 스트레스는 일반적인 상황을 넘어선 강한 부하를 걸어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리만(Lehman)처럼(2008년 9월에 파산한다) 금융기관은 전혀 생각지 않게 파산하기도 한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가계도 ‘의외의 경우’로 파산한다. 미국에서 개인 파산자들 중 돈을 잘 벌었던 맞벌이 부부가 많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맞벌이 부부일 때는 소득이 많다 보니 좋은 지역에 살고 좋은 학군에 자녀를 공부시키고 소비 수준도 높게 유지한다. 그런데 갑자기 실직이나 이혼을 하면 소득이 급감한다. 반면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이 괴리를 빚으로 메우려다 결국 항복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등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맞벌이의 함정’에 따르면 자녀가 있으면 신용카드 지불을 연체할 가능성이 무자녀 가정에 비해 75% 높다. 맞벌이 가정이 위험군이다. 맞벌이 가정은 둘이 벌어서 소득이 높기 때문에 학군에 대해 입찰 경쟁을 벌여서 비용을 높여 놓는다. 즉 좋은 학군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임대료가 높아지고 맞벌이 소득이 높은 부부는 더 높은 임대료로 입찰을 하여 그 학군으로 들어가게 된다. 맞벌이를 하려면 주부의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는 자신도 모르게 고비용 구조를 가지게 되어 버린 것이다.

반면 외벌이 부부는 소득이 낮기 때문에 입찰경쟁에 끼어들 수가 없다. 집안 관계된 모든 일은 전업주부가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소비수준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전업주부는 일종의 소방수 역할을 한다. 가장이 실직을 하든지 아플 경우 주부가 바통 터치를 해서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다. 외벌이 부부는 소비수준이 낮으면서 소방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비용구조를 가지고 있고 소방수도 없는 맞벌이 부부는 의외의 일이 터져서 둘 중 하나가 실직을 하든지 이혼을 하든지 하면 소득수준이 급하게 떨어진다. 반면에 모기지, 학자금 등 소비수준은 경직적이어서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가계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같이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를 평가해보아야 한다.



우선, 가계의 고비용 구조를 검증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졌을 경우 견딜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봐야 한다. 모아둔 자산도 없는데 자녀는 해외에 가 있고 부채는 1년 소득의 두 배라면 그 가정은 한 순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순자산이라는 완충장치도 없는데 지출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 소득이 단절될 때 받는 영향이 파괴적이다. 고비용 구조 중에서도 경직성 비용의 비중이 높으면 문제가 크다.

둘째, 가계의 대차대조표에 충격이 왔을 때 견딜 수 있는지를 본다. 자산 항목에는 주택이나 금융자산이 있고 부채 항목에는 대출금이 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금리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 반면에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 대차대조표 양쪽에 다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출 금리가 2%대에서 6~7%대로 급등할 경우나 집 값이 절반으로 하락했을 때 나의 소득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본다. 혹은 이 둘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대출 만기시에 재대출을 해주지 않고 일시 상환을 요구할 경우 감당할 수 있는가? 향후 가계부채의 불안정성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감안해보아야 한다.



셋째, 가계 구성원의 질병이나 사고로 의외의 돈이 지출될 경우다. 돈을 버는 사람이 아플 경우 소득도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농구에서 골을 넣으러 가다가 가로채기를 당해 오히려 골을 먹는 경우다. 이럴 경우 우리는 4점을 잃었다고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파괴력이 큰 경우에는 대비를 해야 한다. 만일 감당하기 어렵다면 보험으로 대비를 해 놓아야 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는 보험은 비용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풋옵션(put option)을 사는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에서 보듯이 가계는 10년간 자산과 부채를 늘려놓았다. 향후 금리와 주택가격이 변동하고, 저성장과 구조조정 등으로 소득이 단절될 가능성도 커진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갑자기 빼앗을지도 모른다. 영속적이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 일자리가 없이 지낼 수도 있다. 가계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안정성이 담보되는 지를 평가해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고비용 구조의 조정, 순자산 확대, 부채 축소 등의 대응책을 세워보는 게 좋다. 지금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지 모른다.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2013년 1월부터 은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인구구조와 자산운용의 전문가. 주요 저서로는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가 있으며 역서로는 『포트폴리오 성공운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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