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보고서) 남중국해 문제와 미·중 간 군사적 대립 가능성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보고서 내용을 소개)

■ 남중국해 개요 및 중국의 인식

남중국해는 면적이 124만 9,000㎢, 바다의 길이 약 3,000㎞, 넓이 1,000㎞, 수심 4㎞ 이상이며, 최대 수심은 5.4㎞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로(海路)이며, 세계 물동량의 50% 이상인 선박 6만 척과 130억 배럴의 원유가 매년 남중국해를 통과하고 있다. 매일 평균 165척, 1시간에 7척의 선박이 남중국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은 280억 배럴이며, 전 세계 해양 어족 자원의 1/10이 남중국해에 있다. 남중국해 섬(islet), 암초(reef), 사주(shoal)의 이름들은 대부분 조난되고 난파된 선박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역에는 인도양 지역에 15억 명, 중국에 13억 5천만 명, 동남아 지역에 6억 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해군의 전략적 최우선 과제는 대만 문제였는데, 이제는 남중국해 문제가 지전략적(geostrategic) 장래의 핵심 문제로 등장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서구 강대국들의 공격에도 잘 버텨온 근외(近外, near-abroad)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남중국해 문제를 중국 국내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심리(middle kingdom mentality)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이익이 헤게모니적인 반면에, 중국의 이익은 정당한 상업적, 지정학적 이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수백 년간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원칙으로서 유교 가치에 기반을 두고 시행해온 ‘조공(朝貢)’ 체제가 유럽의 ‘세력균형’ 체제보다 더 조화로웠으며 전쟁도 적었다면서, 따라서 서방과 미국은 평화를 지키는 데 있어 중국에 가르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 서태평양 지역의 소국들이 미국과 동조하여 중국에 대항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중국 안보전문가들은 타협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중화민족주의에 심취해 있는 중국 인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 전략을 도출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국제법 규범에 따라 미국 군함들이 자유항행할 수 있는 기존 질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오랫동안 남중국해에서 맹주 역할을 해온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주장은 이번 PCA의 판결로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 남중국해 분쟁 지역과 유엔 해양법

남중국해의 분쟁 지역은 3곳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남중국해 북쪽에 위치한 동사군도(東沙群島)/프라타스군도(Pratas Islands) ▲북서쪽에 위치한 시사군도(西沙群島)/파라셀 군도(Paracel Islands) ▲동남쪽에 위치한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가 그것이다.

동사군도/프라타스 군도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대만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과 대만은 사실상 동 군도에 대해 대부분 합의하고 있어, 별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시사군도/파라셀 군도는 중국과 베트남 간 분쟁 지역으로, 원래 남(南)베트남의 지배 아래에 있었는데, 베트남 전쟁(1955~1975) 중이던 1974년 1월 19일 중국이 이곳을 점령하였다. 베트남은 지리적 근접성과 자국 대륙붕을 이유로 중국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는 1950년대 이후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들인데, 미·중 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은 동 군도에 대해서 미국과 동맹국인 필리핀의 주장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동 군도에는 150개의 섬, 바위, 해초 등 지형지물(features)이 있으며, 이 가운데 48개가 수면 위로 나와 있다. 동 군도에 대해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유엔 해양법에 의하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섬(island)’은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을 가지며, ▲사람이 살 수 없는 ‘암석(rock)’은 12해리 영해만 보유하는 반면, ▲간조 시에는 해수면 위로 올라오나 만조 시에는 해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간조노출지(low-tide elevation)’는 영해와 EEZ를 가질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중국은 해양법이 1982년에야 발효되었기 때문에,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온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원(權原)을 해양법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해양법을 1996년에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법에 개의(介意)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미국은 해양법을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해양법을 국제관습법으로 준수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유엔에 제출한 문서에 ‘구단선(九段線, nine dash line)’을 처음으로 명기했고, 다른 나라들의 조사선 활동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 중국은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주변의 200해리 EEZ 권리를 주장하는 문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유엔 해양법이 적용되면,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은 법적 의미를 거의 상실할 수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유엔 해양법을 근거로 권원을 주장하고 있다.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의 EEZ 범위 내에 있다. 또한, 중국은 시사군도/파라셀 군도에서 강력한 법적 권원을 갖고 있는 베트남과 매우 어려운 법적 투쟁을 해야 한다.

■ 남중국해에서의 미·중의 군사적 역량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양국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있을 것인가? 가능성은 있다. 또한, 언젠가는 중국이 서태평양 지역의 공해전(空海戰, AirSea Battle)에서 미국을 제압할 수 있을까? 가까운 장래에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면 중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해·공군력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력 보유는 가능할까? 그것은 가능해 보인다.

남중국해 북서쪽에 위치한 하이난(海南) 섬에 잠수함 기지를 두고 있는 중국은 ▲디젤 잠수함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지역에서 ▲미국은 6개 항공모함을, 중국은 1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도미사일 순양함과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중국도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잠수함 전력이 중요한데, 미국의 잠수함 전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에겐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중국 해역을 중국이 잘 안다는 것은 이점이다. ▲복잡한 상승 온난 기류 ▲밀물과 썰물 간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강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인해 미리 잠수해 위치를 잡고 있는 잠수함들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디젤 추진 잠수함은 이러한 환경에서 작전하기에 최적이다. 미국의 최신형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일본이 보유한 구형 잠수함들은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정교한 탐지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잠수함 전력과 함께 대규모 수중 지뢰를 매설해 놓고 있으며, 지대함 미사일(DF-21)을 배치하고 있다.

2011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미국은 호주 북서 지역에 2,500명의 해병대를 순환 배치하고, 싱가포르 인근에 연안 전투함들을 배치했다. 필리핀과는 수빅(Subic)만 해군기지, 클라크(Clark) 공군기지 등 필리핀 내 5개 군사기지 재사용 문제를 마무리했다. 또한, 베트남과는 캄란(Cam Ranh)만 기지 사용 문제와 대(對) 베트남 무기 금수 문제를 상호 주고받음으로써, 2016년 말부터는 미 해군 함정의 캄란만 기지 기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복잡한 관계인데, 기원전부터 8세기 초까지 약 천 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중국이 베트남을 17번이나 침공했다. 이와 같이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계속되어 왔다. 베트남은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잠수함 6대와 전투기 등을 구입했다. 그럼에도 중국과 베트남은 공산주의 하에서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태 지역에서 미국은 해·공군력과 해병대를 재배치하는 지정학적 동심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외부 삼각형(triangle)은 한국, 인도, 일본과 호주를 연결하며, ▲내부 삼각형(triangle)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을 연결하는 것이다. 인도와 베트남이 핵심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strategic partnership)’ 역할을 하는 구조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해군력 재배치는 유라시아 대륙의 남쪽 주변 지역 끝자락을 통합하는 하나의 광대한 지리적 통합의 시작이다. 결과는 남아시아(인도)를 끌어들이는 것인데, 기술의 발달에 따라 거리 개념이 좁아지고 있어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 향후 전망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펠로폰네소스 전쟁(Peloponnesian War, BC 431~ BC 404)의 원인이 아테네의 해군력 부상이라고 주장했는데, 전쟁은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의 점령과 같은 하찮은 문제로 시작된다. 남중국해 모든 당사국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국내여론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타협에 어려움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너무 달라서 남중국해에서 타협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양국은 결국 위기관리 시스템과 타협적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타협 방안을 찾아낼 때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적 아이디어는 현상 유지(status quo)다. 예를 들면, 잠정적이며 중간 단계 해법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조업권을 인정하는 대신, 중국이 구단선과 EEZ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해양법을 수용하여 타협이 이루어지더라도, 남중국해의 평화는 결국 미·중 간 세력균형에 의해 지켜질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 질서가 필요하다.

= = = = ★ ★ = =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부동산 KoreaViews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국제금융센터 환율 북한 중국 인구 한은 외환 반도체 에너지 정치 하이투자증권 증시 코로나 금리 AI 미국 연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본시장연구원 주가 논평 수출 중동 채권 일본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칼럼 한국금융연구원 BOJ ICO 일본 자동차 삼성증권 생성형AI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인플레이션 전기차 한국 IBK투자증권 KIEP TheKoreaHerald 국회입법조사처 미중관계 브렉시트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지정학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OECD 대신증권 무역 배터리 분쟁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저출산 전쟁 ECB IBK기업은행 IEA KIET LG경영연구원 NBER 공급망 관광 광물 기후변화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환경 Bernanke CBDC DRAM ESG EU IPEF IRA KDB미래전략연구소 KOTRA MBC라디오 ODA PF PIIE SNS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규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봇 로봇산업 로슈 로이터통신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버냉키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비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씨티그룹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자본시장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투자증권 혁신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