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의 『인플레이션 헷지와 자산배분』 보고서 내용 중 일부)
▶ 요약: 향후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 충격보다는 실물경기의 회복을 동반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가능성(경기순응적 국면)이 크다. 이 시기에는 자산배분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확대 압력을 어떻게 헷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동일한 자산군이라도 투자기간에 따라 인플레이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주식 등 일부 자산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헷지하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이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개별 자산군에 미치는 영향은 장단기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기간에 따른 자산군별 CPI(소비자물가지수)와의 상관계수는 원자재와 현금(단기채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이내에는 원자재와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계수가 높은 반면, 1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현금의 상관도가 높았다.
원자재는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헷지를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단기적으로 원자재 ETF나 원자재 관련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전술적 운용 검토가 필요하다.
▶ 인플레이션은 자산가격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나?
일반적으로 원자재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 헷지 효과가 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상승하면, 실물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채권은 금리 및 인플레이션과 음의 상관관계를, 주식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자산 가치에 상반되는 두 가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산의 가치를 산정하는 밸류에이션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과정인데, 인플레이션은 현금흐름과 할인율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친다.
먼저 인플레이션은 향후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증가시켜 자산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기업의 이익, 부동산 임대료, 물가연동채권의 원리금 증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른 한편으로 인플레이션은 주식의 요구수익률이나 부동산의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io)과 같은 할인율을 높임으로써 밸류에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자산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현금(여기서는 단기채권을 의미)의 경우를 살펴보자. 피셔 방정식에 따르면 현금은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제공한다. 이론적으로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을 더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금의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은 통화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인플레이션 변화만큼 시중 명목금리가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용인정책을 쓰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올라도 단기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현금(단기채권) 투자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관계가 낮아져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헷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주식의 경우 에너지 또는 소재 관련 업종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기업이 원자재와 임금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 압력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주식은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헷지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통화긴축과 이자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 할인율 상승과 기업이익 축소 과정을 거쳐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자재는 그 자체가 물가지표를 구성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급 또는 수요 충격으로 인해 높아진 원자재 가격(수입물가)은 중간재 가격(생산자물가)을 끌어 올리고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금과 같은 귀금속 역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치 저장수단으로 인식된다.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높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지만,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자산군으로 활용된다.
물가연동채권 역시 원금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되어 있어 가장 직접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다. 발행된 채권 액면금액에 물가연동계수가 반영되어 원금이 변하고, 변동된 원금에 대해 발행시점에 정해진 표면금리가 적용돼 이자가 지급된다. 따라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 이와 연동된 원리금이 증가해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제공한다. 실질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연동계수가 올라가면서 물가상승분이 자본손실을 상쇄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명목채권 대비 낮은 금리 수준과 제한된 유동성이라는 제약이 존재한다.
부동산의 인플레이션 헷지는 장기적인 성격을 지닌다. 높아진 물가상승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장기적인 부동산 계약의 특성상 이러한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부르고 자본환원율 상승으로 이어지면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 인플레이션 국면분석을 통한 자산배분 시뮬레이션
인플레이션이 장단기에 걸쳐 특정 자산군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특징을 활용해 간단한 자산배분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 먼저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면과 낮은 국면을 구분하고, 해당 국면에서 특정 자산군에 대한 노출도를 늘리는 다이나믹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인플레이션 시기는 마코프 국면전환모형(markov switching model)을 활용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인플레이션의 2개 국면으로 구분했다. 국면전환모형은 현재 상태 또는 국면을 분석하고 미래에 어떤 상태로 전환될 것인지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모형이다.
마코프 국면전환모형은 관찰변수의 확률과정이 상태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과정을 마코프 과정(markov process)으로 모형화 한 것이다. 마코프 과정이란 미래 시점의 상태변수가 단지 현재 시점의 상태에만 의존하는 확률 과정을 의미한다. 국면분석을 위한 관찰변수로는 2002년 이후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 자료를 활용했으며, 상태변수는 인플레이션 국면이 된다.
(중략)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의 원자재 가격상승 국면에서 빈번하게 인플레이션 신호가 출현했지만 2014년 저금리/저물가 시기에는 장기간 의미 있는 국면전환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국면과 원자재 지수 추이를 보면, 실제로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원자재 지수의 상승 빈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20].
고인플레이션과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원자재 지수의 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2.55%와 -1.51%를 기록하는 등 차이가 뚜렷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국면분석을 활용해 선택적으로 원자재 지수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한다면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림 21]은 인플레이션 국면분석 신호를 활용해 현금과 원자재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는 다이나믹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현금 포트폴리오는 단기 명목금리(3개월 CD금리)로 운용됨을 가정했다. 다이나믹 포트폴리오는 현금 100%로 운용되다가 인플레이션 국면 신호에 따라 익월에 현금(80%)과 원자재(20%)에 투자하는 자산배분 프로세스를 따른다. 원자재 지수(S&P GSCI)의 달러 수익률을 사용했기 때문에 달러자산에 대한 외화 헷지를 가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다이나믹 포트폴리오는 2009~11년 원자재 가격 반등 시기를 중심으로 현금 포트폴리오 대비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 현금과 다이나믹 포트폴리오의 누적 수익률 차이는 12%포인트 수준이다. 자산배분 관점에서 원자재는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2017년 한 해가 미국 주도의 경기회복 사이클이 시작되는 시기로 전망한다. 2013년을 기점으로 이머징 투자 사이클이 종료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어 왔지만, 2017년 상반기 미국의 가계 소비와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산출갭이 축소되면서 수요측면의 압력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플레이션 헷지를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단기적으로 원자재 ETF나 원자재 관련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전술적 운용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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