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기자의 오늘 기사를 참고로 소개합니다)
이창호 기자 (로이터) - 벤치마크 변경으로 꾸준히 매물을 내놓으며 주가를 억누르던 뱅가드의 매도가 끝물에 다다르면서 외국인 매수전환 기대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상최고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뉴욕증시와 국내증시 디커플링 해소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뱅가드 매도와 시기를 같이하며 연초부터 매도에 나서던 외국인이 매수로 추세전환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걸림돌이 남아있긴 하다.
연초에 예상못했던 엔저의 지속여부와 최근 간간히 흘러나오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능성이다. 그러나 이같은 잠재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외국인 매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 외국인 나흘째 순매수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변하고 있다. 순매수 강도가 일정하지도 않고 그닥 크지도 않지만 22일로 나흘째 매수우위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모두 5조8천억원가까운 순매도를 유가증권시장에 내놨다. 이가운데는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뱅가드 매물이 5조9천억원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문에 뱅가드 매물을 빼면 외국인은 소폭이나마 순매수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뱅가드는 벤치마크 변경으로 9조원가량의 매물을 6월말까지 팔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가운데 지금까지 뱅가드 매물은 80%가량이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 남은 매물이라고 해봐야 2조원가량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물론 뱅가드가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신규매수 요인은 빠져있어 실제 매물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뱅가드 매도강도가 현저하게 떨어진 탓인지 외국인은 최근 5일간 증권시장에서 6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에 비해 규모가 미미하지만 외국인 수급 전환의 단초로 꼽을만한 요인이다.
△ 환율 등 변수 여전
최근 초기이긴 하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지수도 글로벌 증시와의 갭을 상당부분 메워가고 있는 상태다. 코스피는 22일 오전 1990선으로 올라섰다.
외국인 매수유입 기대 고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기업 펀더멘털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매력을 높여놨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는 것도 우호적이다. 환차익을 노린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가드 매물이 끝나는 3분기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근거다.
다만 최근 지수반등이 미국 일본 등의 추가 완화정책이 공백기를 가지는 사이 지수가 밸류에이션 하단까지 떨어지면서 나타난 기술적 반등 성격이 큰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최근 외국인이 3일연속 순매수에 나선 것이 경험적으로 외국인의 중기적 매매 변곡점과 일치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연속순매수가) 1개월 이상 지속되던 외국인 매도세가 중기 순매수 기조로 전환되는 초입에서 나타났다"며 "2009년 이후 나타난 4차례 사례에서는 외국인 매도세 진정이 증시반등으로도 연결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순매도 시기에 시가총액 비중보다 많이 덜어냈던 업종을 순매수 전환시기에 우선 되사지 않고 중기 순매수 기조로 전환되는 시점에 일정부분 인덱스 성격의 매매패턴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뱅가드 매물이 끝난다고 해서 외국인 매수세가 자동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증시 오름세가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유동성 장세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책요인에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조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규모 축소 우려가 낙관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이같은 우려를 덜 수 있어야 증시로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가장 큰 우려중 하나였던 연준 자산매입 규모 축소 문제가 완화돼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과 일본으로 집중되기보다 점차 저평가된 이머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기때문에 국내증시도 외국인 유입을 대비해 대형주 중심의 관심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외국인이 국내증시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환율 요인도 어느정도 필요하다.환율은 환차익 요인과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국내기업들의 실적 등 두가지 면에서 외국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본 엔저로 달러당 100엔위로 환율이 올랐지만 국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외국인에게 국내증시에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인이다.
환율이 최근 하락세로 기울지 않는 것은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국은 한국은행의 5월 금리인하 후 본격 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만일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외국인의 환차익을 노린 매수세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엔화당 원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깎아먹을 경우에도 외국인에게 경계요인이다.
결국 향후 엔저 움직임과 강도가 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과 정부의 추경 등 경기부양노력이 어느정도나 결실을 맺느냐도 중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