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견입니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정책 축소 일정 확인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세계금융시장 상황이 최근 며칠 새 중국의 뜬금없는 긴축정책 뉴스로 더욱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 경제는 둔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중국인민은행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시중에 통화량 공급이 경제상황에 맞지 않게 빠르게 늘고 있다면, 그래서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징후가 있다면 통화당국은 통화환수에 나서는 것이 맞다.
그런데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런 정상적인 혹은 거시경제적인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긴축정책 이야기가 금융시장 재료로 떠오른 것은 단기은행간 금리인 SHIBOR가 급등한 것과 때를 같이 한다. 시장참가자들은 이에 대해 중앙은행이 단기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인민은행은 뜬금없이 은행들의 성숙한 자금운용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중국인민은행이 통화환수에 나섰다고 해석하게 됐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중국인민은행은 지방정부가 지방공기업을 통해 예상보다 큰 규모의 차입을 일으킨 다음 이 돈을 생산적인 부문이 아닌 부동산 투기에 쏟아부은 것으로 파악하고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즉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둔화로 인한 부실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단속하기 위해 은행들의 방만한 자금운용에 대한 경고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그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 발발로 대혼란이 발생하자 세계적인 공조 속에 4조 위안(약 75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이 경기부양책은 지방 SOC 확충이나 기타 생산적인 활동에 흘러들어가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둔화에도 공헌하고 차제에 낙후된 부문을 개선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방정부를 통해 실제 시중에 창출된 신용이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된 것 같다.
창출된 신용 규모가 -- 보통 말하는 통화 공급과는 다른 차원 -- 당초 생각보다 훨씬 큰 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창출된 신용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간 구조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PF 대출과 같이 높은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전제로 한 가운데 대출이 일어났는데 막상 투자된 부동산 프로젝트에서는 기대한 수익률이 나지 않거나 원금회수마저 어려워지게 되면 이 자금의 부실화와 그 피해는 겉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전제가 맞다면 중국인민은행이 금융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감수하고라도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칼을 대기로 한 결정은 장기적으로 더 큰 위기를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예상을 형성하고 그 예상대로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금시장의 출렁거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금융시장 충격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