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례없는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출발점으로 하는 일본 디플레이션 타개 방안, 즉 아베노믹스가 연일 세계적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인접국이며 지리, 역사, 사회, 문화적으로 막대한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아베노믹스와 일본의 하루 하루는 더욱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 및 금융 정책담당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베노믹스의 첫 결과물인 엔화 유동성의 급속한 증대와 엔화의 가파른 절하가 가져 올 예기치 않은 파급효과(unintended spill-over effect)가 한국 금융시장 및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고, 기축통화국인 일본이 비전통적 경제정책을 실행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수출 의존적 업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엔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한편, 당국의 대책과 관심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를 위시한 경제 부처들도 회의 석상이나 각종 정책 자료에 엔저 현상을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비전통적이고 전례없는 규모의 통화량 공급이 따르는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15위 경제국이며 G20 의장국 출신인 한국이 이러한 대외 변수에 전혀 대책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경제 위기감을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 지라도) 최대한 부각시켜 국민적 단합을 유도하려 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필자는 더욱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본 경제는 지난 15년 여 기간 동안 극심한 디플레이션과 인구의 초고령화 그리고 주요 산업의 경쟁력 정체 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해 왔다. 더구나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발발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엔화는 오히려 초강세를 보였다.
급기야 한국의 자동차, 조선, 반도체, 석유화학 업계 등은 이 기회를 이용해 세계 무대에서 대약진을 이룩했다.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늘었고 브랜드 이미지도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한국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 서비스업은 여전히 비교대상국 가운데 경쟁력이 매우 낮다. 경제 구조는 더욱 경직돼 있다. 노동시장은 과거보다 더욱 비효율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는 더욱 양극화돼 있다.
미안하지만 한국은, 한국인들은 일본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마치 그 터널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나 한 듯 느긋하게 앉아 캠핑을 즐긴 것과 같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취약한 부분을 과감히 개선하고 중진국 함정에 대비하고 일본의 부흥에 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국가적 자원을 투입했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아베노믹스의 파급효과가 두려운 것일까? 우리는 혹시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일본이 부활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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