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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안현수 선수 사례를 보고 드는 생각들

<※ 사견입니다>

최근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와 관련한 이런 저런 얘기가 안 선수의 올림픽 대활약 덕분에 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포츠 부문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기도 하거니와 이미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아 나로서는 더 할 말이 없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내 평소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 있어 두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우선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세대차이라고 하거나 스포츠계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즉, 이제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는 일 때문에 부당하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 거창하게 국가나 조직 혹은 전통 등을 이유로 이를 더 이상 참고 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체벌이나 기타 무형의 압력으로 불만을 억누르거나 후일 보상을 약속으로 반발을 무마할 수 있었지만 이제 세태가 바뀐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국익이나 민족의 공동이익 혹은 전통이나 선후배 관계 등으로 어떤 불합리한 상황이 대충 넘어가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군대와 같이 특수한 조직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조직원들 사이에는 상하관계보다는 합리성이 더욱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초가 된 것이다. 이제는 막연한 권위의식만으로 후배나 제자나 조직원을 대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해 이 나라를 떠나거나 거부하는 문제는 안 선수 사례 이전부터 있어 왔고 이미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수만 내지 수십만 명의 유학생 가운데 아주 복잡하고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짜여 있는 "특례" 대상을 제외하고는 졸업 후 한국 내 큰 기업이나 공공부문에 취업해 국익 증진에 기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한국에 부담이 되는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실례로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려면 치열한 선발고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선발고사를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선발시험 과목과 유형이 따로 오랫동안 준비하지 않고서는 전혀 정답을 써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수학능력시험에서 EU와 미국의 경제력 비교 문제에서 드러났듯 한국의 필기시험 문제는 "진실"이 답이 아니고 "정해진 답"이 답인 상황이다.

십수년간 해외에서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와 공직이나 기타 조직에 들어가 한국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공채시험을 통과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정 뜻이 있다면 한국에 들어와 학원에서 2-3년 하루 20시간씩 공부하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은 결국 훨씬 개방적인 선발절차를 거쳐 외국계 회사나 외국 정부 기관에 들어간다. 악의는 없지만 이들은 결국 한국의 앞날이나 한국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유학생들에게 특혜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의 인력 채용 과정중 합리성이 없는 제도로 인해 전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계 인재가 국익에 기여할 기회를 처음부터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에 있는 인재들도 앞으로는 더욱 이 나라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