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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유로존의 디플레 극복을 위한 정책처방

(※ 한국금융연구원이 정리한 유로존 디플레이션 대응책 관련 논의 동향이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금융연구원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 최근 유로존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 방어를 위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자산매입프로그램에 나서야 함은 물론 이미 나섰어야 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
  • 금년 2월말 현재 유로존 18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7%(연율)로 유럽중앙은행의 정책목표치인 2.0%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남.
  • 역내 금융시장에서는‘ 소비자물가 하락→기업과 가계의 지출 연기→실물경기 위축→소비자물가 하락’의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산매입프로그램이 가동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됨.
  • 이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더라도 디플레 현상은 남유럽 위기국가들의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쟁력 회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만큼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유럽중앙은행이 자산매입프로그램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함.
■ 지난 3월 6일 유럽중앙은행의 최고의결기구인 정책위원회(Governing Council)는 금융시장에 조성된 경기부양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현행 0.25%로 4개월 연속 동결하기로 결정함.
  • 이번 금리동결 결정을 북유럽과 남유럽 회원국들 간에 통화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결과로 해석하는 인식이 존재함.
  •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경우 과거 논쟁을 유발했던 여타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들과 달리 정책위원회 토론과정에서 별다른 의견 충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짐.
  • 오히려 그동안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에 대해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했던 독일연방은행까지 참여하여 디플레 대처를 위한 적합한 정책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전해짐.
  • 일부에서 기준금리 인하 주장이 제기되기는 하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정리되면서 절대다수 찬성으로 금리동결 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자산매입프로그램은 당초부터 의제에서 빠져 있었음.
■ 현재 유럽중앙은행은 자산매입프로그램 가동을 통한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의 시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음.
  •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시행된 양적완화정책의 정책효과에 대해 아직 명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정책이 유로존 역내에서 창출할 수 있는 정책효과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함.
  • 양적완화정책은 시행 초기에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거두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효과가 애매모호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
  •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된 양적완화정책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어느 경로를 통해 실물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 다만 미국은 채무상한조정, 영국은 중장기 재정건전화 전략과 맞물려 양적완화정책이 시행되면서 각각 재정정책 수행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됨.
■ 이에 비해 다수의 유로존 회원국들은 금융시장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재정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
  • 이러한 재정개혁은 실물경기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조세인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음.
  • 그러나 유로존은 재정개혁이 일정부분 진행된 상태이고 실물경기도 미약하나마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재정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임.
* 2013년 기준으로 유로존의 평균 재정적자/GDP 비율은 2.9%로 미국의 3.3%와 영국의 5.6%를 크게 하회하였으며,‘ 부채증가- 저성장’의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던 그리스의 경우 1.1%의 흑자로 전환됨.
  • 남유럽 위기국가들 역시 역내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고 국채 수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성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중앙은행보다는 정치권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항임.
■ 더욱이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유로존 실물경제가 직면해 있는 가장 우선적인 정책과제인 ‘신용공급의 축소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
  •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된 양적완화정책은‘ 포트폴리오의 조정(portfolio rebalancing)’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음.
  • 미 연준과 영란은행은 국채와 지급보증이 이루어지는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의 매입을 확대함으로써 수익률과 시장금리의 하락을 유도하였음.
  • 미국과 영국은 직접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수익률 하락이 가계와 기업의 차입금리 하락과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함.
  • 그러나 유로존의 경우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시장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 직접금융시장의 수익률 하락이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효과분석이 상대적으로 불분명함.
  • 남유럽 위기국가들의 경우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대출이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입금리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
■ 유로존의 디플레 극복을 위한 정책대응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함. 따라서 양적완화정책보다는 역내 은행시스템 자체의 재무건전성 제고와 대체 자금조달 경로로서의 직접금융시장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함.
  • 향후 물가 하락과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디플레 악순환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될 경우 유럽중앙은행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실물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양적완화정책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음.
  • 그러나 양적완화정책이 유일한 정책대안일 수는 없으며, 우선 은행권에 머물러 있는 막대한 유동성이 민간부문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유럽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