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절상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5월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점심시간을 전후해 급등했으며 이에 대해 딜러들은 당국의 달러 매수 개입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원화 절상이 합당한가, 한국 경제에 피해를 주는가 등 환율에 대한 논의는 사실 한 가지 정답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 측면을 갖고 있다. 아래 보고서는 독립 리서치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가 발간한 것으로 원화 가치를 보는 4가지 시각을 소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원화 가치가 적정 수준이거나 소폭 저평가됐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원화가 절상되더라도 한국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원화는 고평가돼 있는가?
- 원화 절상으로 한국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으로 보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볼 때 실상 원화는 소폭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게다가 한국의 수출 여건은 최근 추세보다 오히려 향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임.
- 명목상 최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년 만의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중이며 당국이 여기에 대해 우려하는 심기를 나타내고 있음.
- 어느 나라 통화든 적정 가치를 계산해 내는 일은 학문이라기보다 예술의 경지에 해당할 정도임. 통화 가치를 논할 때 비교해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경상수지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GDP 대비 5%를 넘어서 아시아 최대에 속하며, 이것만 놓고 보면 원화는 저평가 상태라고 할 수 있음.
- 통화 가치의 적정선을 얘기할 때 들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거래 가중치와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계산하는 실질실표환율(REER)의 장기 추이를 보는 것임. 신흥국의 경우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REER 기준으로 어느 정도 통화 절상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가파른 절상은 경쟁력 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음. 이 기준으로 볼 때 원화는 적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됨.
- 세 번째, 어떤 통화 가치가 그 나라의 경제 순환 과정상 기조적인 자본 흐름에 맞춰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에 합당한 환율, 즉 기초 여건을 감안한 균형 환율(FEER)에 비해 현재 가치가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음. FEER 계산도 역시 복잡하고 "지속 가능한 경상수지"가 얼마인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음. 그러나 페터슨연구소 추산에 기초할 때 원화는 적정 수준이나 그 근처에 있는 것으로 보임.
- 넷째는 상대 물가 수준 접근법으로, 이 방법은 구매력 기준 환율 및 시장 환율에 기초한 실제 물가 수준과 1인당 GDP로 유추한 잠재 적정 물가 수준을 비교해 계산하는 것임.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원화는 소폭 고평가된 것으로 보임.
- 위와 같은 검토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는 원화가 고평가됐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것을 감안할 때 원화는 사실 소폭 저평가돼 있다고 봄. 원화 절상이 물론 수출기업에 긍정적일 리는 없지만 한국의 대외 여건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다고 할 만큼 개선되고 있음.
- 물론 중국의 성장 둔화가 우려 사항임.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대부분 투자 수요 부진에 기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는 원자재 수출국에 큰 영향을 주는 반면 한국에는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 결국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한 한국 수출 영향은 미국, 유럽, 기타 아시아 등지로부터의 수입 수요 회복으로 상쇄되고도 남을 것임.
※ 환율에 관한 다음의 과거 블로그 글도 참조 바람:
▶ (그래프) 원, 엔 실질실효환율 10년간 추이
▶ (진단) 엔/원 환율 하락 우려할 만한 일인가?
▶ "환율 절상으로 제조업 피해" 논리 어디까지 사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