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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한국은행의 2013년 경제전망 수정 추이 및 정책 대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비롯한 경제지표를 미리 전망한다는 것보다 무모한 일은 없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때는 처음 전망한 것과 같은 숫자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경우 전망이 정확했다고 생각하지만 성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전망은 통상 주기적으로 수정해 발표한다.

그런데 한국은행이나 정부 등 정책 당국의 경제 전망은 전망 이외의 의미를 갖는다. 즉, 전망하는 내용이나 전망의 수정 내용에 따라 정책 대응도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든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정 전망시에는 반대로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든가 할 때 정책 대응은 달라진다.

물론 한국은행이나 정부도 경제 전망시 마주치는 어려움은 민간 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집하는 정보의 양이 막대하다든지 사용하는 예측 장비도 월등히 좋다든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정책당국의 예측 능력은 민간 기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측을 내놓은 다음에도 국제적 상황은 급변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래 그림은 2011년 12월 처음 2013년 연간 경제 전망을 발표한 이후 한국은행이 2013년 10월까지 모두 7차례 수정 전망한 내용을 성장률, 민간소비 증가율,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실제 기준금리 변동 내용을 첨가했다. 작년 4월에 정부는 경기 둔화세가 가파르다며 부양책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에 대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사실상 직접 요구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반발했지만 5월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정부의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인식을 심어준 사례지만 한국은행 스스로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 추이를 보면 금리 인하의 명분이 없지만도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2013년 전체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2013년 1월 수정 때부터 한국은행 목표치 하단인 2.5%를 밑돌았고 더우기 7월과 10월 수정시 급격히 낮아졌는데 이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오히려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