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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의 위기,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 원로 언론인의 경고

(※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50여 년간 기자와 편집인으로 활약한 로버트 카이저가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정통 언론의 상황에 관해 쓴 글을 브루킹즈연구소가 발간했다. 여기에는 비교적 상세히 번역해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관심있는 사람들은 전문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영문 전체는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지난 1998년 워싱턴포스트 당시 부사장은 구글에 초기투자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걷어찼고 10여 년 뒤에는 스스로 재정난에 빠지게 된다. 전통적 사업방식에 젖어 있는 거대 조직은 기술 진보의 미래를 정확이 예측할 수 없다. 기술 진보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중요하다. 저널리즘은 미국이라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 혈액을 운반해 주는 필수 매개인 만큼 현재의 디지털 혁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미국을 건국한 지도자들은 자치는 올바른 정보를 가진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그러기 위해서 대중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실례로 토머스 제퍼슨은 "나에게 정부는 있지만 신문이 없는 상태와 신문은 있지만 정부는 없는 상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저널리즘 기풍은 그 후로 200년 이상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엔진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신기술 발달로 인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TV, 그 다음에는 컴퓨터, 그리고 최근에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뉴스 및 분석 제공 사업은 활자 및 방송 매체가 전문적인 기자와 편집가를 대대적으로 고용할 정도의 수익은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기술 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미국의 뉴스 미디어를 지탱해 온 사업 모델은 위기를 맞게 되었고 오랫동안 우리에게 주된 뉴스 공급원이던 거대한 조직들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 다가왔다.  이미 올해 초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에게 2억5천만달러에 팔렸다. 몇년 사이에 워싱턴포스트의 회사 가치는 푼돈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전통 매체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례로 미국 신문들의 광고매출 총액은 2000년 635억달러에서 2013년 230억달러로 하락했고 현재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예전에는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전통 언론 매체 말고 다른 효과적인 광고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광역 혹은 전국적 신문은 더 이상 효과적인 광고 공간이 되지 못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은 이제 사용자에 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광고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신문의 광고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구글의 광고매출은 2001년 7천만달러에서 2013년 506억달러로 치솟았다. 최근 수치는 미국 신문 광고매출 전체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현재 35세 미만 미국인 가운데 1주일에 신문을 하나 이상 본 사람은 3분의1에 그치고 있으며 이 비율은 그나마 매년 줄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오늘날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좋은 신문의 독자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보다는 무덤에 가까운 나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스케이터처럼 인터넷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흥미를 찾아 다니며 드물게 심각한 정보를 찾기도 한다. 더구나 젊은이들 가운데 좋은 신문들이 제공함직한 종류의 정보에 대한 기호는 날이 갈 수록 떨어지고 있다.

믿을만하고 수준 높은, 폭넓은 저널리즘을 계속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럴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그런 저널리즘은 누군가 제공해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으면 그런 저널리즘은 존재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과거에 대형 언론사는 정치적으로 공정하고 공평하며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타임 잡지는 다소 보수적이고 뉴욕타임즈는 다소 진보적이었지만 중도적 성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여 년간 미국의 주류 저널리즘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았다. 전성기때 미국의 주요 언론사는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뉴스와 분석의 제공자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그러한 책임을 완수하기에 충분한 재력.

더구나 주요 대형 언론사들은 미국 사회의 통합에 기여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그래도 미국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대중을 향한 광고 매출을 올려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다.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때때로 언론사로서는 뉴스의 품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어떤 것이 좋은 뉴스인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언론의 자존감은 치솟았으며 현직 대통령에 대해 맞서는 것도 불사할 정도였다. 언론사는 단순히 이미 발생한 사안에 대한 보충취재에 치중하지 않고 심층 탐사보도나 사회적 동향 등에 대한 기획 보도에 더욱 힘을 쏟았다. 물론 언론의 위력이 고조되면서 부작용도 생겨났다. 자만심에 젖은 언론인들이 넘쳐났으며 관습이 큰 힘을 발휘했다. 실례로 AIDS 같은 문제를 대할 때 대형 언론사들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었지만 눈길을 주는 언론인은 많지 않았다. 9/11 사태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 결정에 언론은 제대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며 심지어 여기에 편승하는 언론까지 있었다.

건강한 민주 사회의 유지에는 호각을 들고 있다가 규칙 위반 사례를 발견될 때 호각을 불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심판이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은 대중을 분열(파편화)시키고 전문 언론을 약화시킴으로써 언론이 사회적 책임감를 수호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정통 언론이 약화되면 이들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점점 불가능에 가까와지고 있지만 몇 가지 추세는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좋아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결국 언론도 결국 계급, 지역, 종교적 성향, 세대, 인종, 정치적 성향 등등에 따라 각각 파편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서 과거 미국을 단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언론이 이제는 사회를 분열시키는 많은 요인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은 점점 더 자신의 정치적 및 이데올리기적 목적에 부합하는 "사실"을 기꺼이 만들어내고 있다. 진실을 추구하지 않고 선전에 열중하고 있는 언론도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중도 이제 이런 상황에 크게 낯선 느낌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주류 언론사는 최고의 언론사로서의 책임감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재정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 저널리즘 관행이 널리 퍼지면서 재정적 문제 말고도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 기자들은 하루 종일 취재하고 취재원을 만나 배경 정보를 모으고 취재한 내용의 함의를 생각하고 그리고 나서 다음날 신문에 기사를 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자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도 온라인용으로 여러 차례 기사를 써야 할 뿐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신속히 온라인판에 내야 하는 것이다. 심층취재나 영향 등에 대한 취재를 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긍정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블로거나 비영리재단 가운데 과거 대형 언론사가 담당했던 탐사보도나 기획보도를 하는 곳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례로는 우리가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갖는 고민을 잠재우기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발전되는 데 충분한 언론의 활약을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뉴욕타임즈의 유료서비스나 케이블TV의 유료방송 등이 일부 성공을 거둔 것이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고품질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확보한 정도는 아니다.

오늘날 페이스북과 구글은 수십억명의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백억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기성 언론사의 제품을 활용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통 언론의 존립에 기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 이들은 막대한 재력과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들이 정통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들의 존립을 위해 애쓰려고 한다면 이들은 푼돈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언론은 오늘날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감시 언론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민주적 통치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분명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벌어진 많은 변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미래에도 언론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빠른 속도로 새로운 영토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 하나 뿐이다.

※ 관련 문헌

Good News About the Future of News Literacy
July 2014, Jonathan Rauch
http://www.brookings.edu/blogs/fixgov/posts/2014/07/03-good-news-news-literacy-rauch

Nudging News Producers and Consumers Toward More Thoughtful, Less Polarized Discourse
February 2014, Darrell West and Beth Stone
http://www.brookings.edu/research/papers/2014/02/05-news-media-polarization-democracy-west-stone

A Retrospect of Journalism: What Happened to the Washington Reporters?
August 2012, Stephen Hess
http://www.brookings.edu/blogs/up-front/posts/2012/08/07-journalism-h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