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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미생이 인기몰이 중이다. 미생은 바둑 용어이다. 바둑에서는 분리되고 연결되어 있는 두 집을 만들어야 상대방에게 잡혀먹지 않는데 이를 완생이라고 한다. 그러니 미생은 아직 완생이 되지 못 했다는 뜻이다. 바둑을 두다보면 필연적으로 미생인 채 쫓기는 말이 생기고 그 미생인 말을 쫓는 말이 생긴다. 사느냐, 죽느냐의 절체정명의 기로에 서면 때때로 눈 앞이 컴컴해지기도 한다. 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안 보이는 수도 남의 바둑을 옆에서 지켜볼 때는 너무너무 잘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위의 많은 이들과 여러가지 이해관계에 얽혀서 살고 있다. 이해관계라고 하면 대부분 물질적인 이익과 손해를 생각하지만 이겼을 때의 성취감과 졌을 때의 실망감 또한 내가 얻게 되는 이익과 손해일 것이다. 굳이 내기 바둑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하물며 실제 이익과 손해가 직접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주식시장에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야 하는 이유를 1시간이 넘게 주위 사람들에게 설파하지만 사실 그 주식이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밖에 없다. 바로 내가 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인 미국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유럽은? 중국은? 일본은? 일선 금융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미국은 좋고 유럽도 최악은 지났고 중국도 잘 넘어가고 있는 듯 하고 일본은 한계이지 않을까?'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유럽, 중국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 일본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유럽, 중국 경제는 좋아야 우리나라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한계에 봉착해야 우리나라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돌아가는 판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일단 그 판에서 나와야 한다.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객관적인 위치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런 위치에 있는 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옛말에 良藥苦口, 忠言逆耳라고 했다. 내가 산 주식이, 부동산이, 채권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만큼 미운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가 또다른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게 아니라면 사실은 그가 나를 구원해줄 사람일지도 모른다.
[출처] 11/18 자기 위주 편향 self-serving bias |작성자 만물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