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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유가 하락으로 인한 국내 디플레이션을 막는 방법

(※ 금융연구원의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보고서 원래 제목은『국제유가 하락과 국내 디플레이션』이며 앞 부분은 생략했다.)

◇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 이하로 하락

국제 원유가의 급락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유가하락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다.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금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과 마찬가지로 전년동월대비 0.8%의 극히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리고 기록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았다. 만약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보다 더 낮아져 혹시라도 마이너스 값을 나타내기라도 한다면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런 인식이 확산될 경우 그것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정말로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 설 가능성, 즉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1월까지 진행되었으므로 만약 지금의 유가 수준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면 적어도 금년 상반기 중에는 소비자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지속적이고 그리고 점점 커다란 하방압력을 받게 된다. 게다가 만약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농산물이 전례 없는 풍작을 보일 경우 소비자물가는 0% 또는 경우에 따라서 마이너스 값을 나타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물가의 전반적 수준(general price level)”이 하락하는 현상이라 할 때 에너지가격 및 농산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다고 해도 그것을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1월에도 2.4%에서 안정적으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는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지수가 하락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의 물가에 대한 인식에 중요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 유가하락의 일부만을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에 반영할 필요

우리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이란 매우 생소한 상황인 만큼,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일이 가급적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을 적정하게 조절함으로써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의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도 그만큼 인하할 요인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의 후생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이러한 유가하락분(分)을 신속하게 공공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만,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을 정말로 피하고 싶다면, 대중교통요금, 전기 및 가스 요금 등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에 유가하락 분(分)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을 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매우 유용한 방안이다.

물론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교정하는 것이 먼저지 왜 소비자의 후생증가를 가로막느냐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데에는 고유가 시절에 올려야 했을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을 소비자들의 후생을 위해 충분히 올리지 않았던 데에도 원인이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가며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을 때 필요한 만큼 요금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공기업의 재정수지가 악화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공기업부채에 누적되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10년에 걸친 고유가 시대가 일단 마감이 된 지금, 고유가 시대에 만들어졌던 각종 대책을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적자 확대 및 부채 누증에 기여했던 공공요금 억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유가하락을 공공요금에 일정부분만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공요금 하락억제를 통해 관련 공기업의 재정수지를 개선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 유가하락에 맞추어 에너지 보조금도 과감하게 정리·축소할 필요

아울러 에너지 관련 보조금도 과감하게 정리 내지 축소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산업용 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비롯하여 상당 규모의 에너지 보조금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유가가 크게 하락한 지금, 그러한 보조금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는 유가하락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 이미 에너지 보조금을 과감하게 없애 버림으로써 재정부담을 크게 줄였다. 우리나라 재정도 이제는 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모처럼의 국제유가 하락을 적극 활용하여 재정부담을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