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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로 살펴 보는 한국 경제에 관한 편견과 이상한 진실

(※ 사견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타성을 경계해야 한다. 더구나 언론계나 학계 처럼 일반 국민들의 생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욱 이런 타성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 경험이 많지 않으므로 생략하고, 오랜 취재와 국제 비교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부문에 대해서 타성의 문제를 몇 장의 그래프를 통해 지적하려 한다.

우선 "저성장" 문제다. 한국 경제를 얘기할 때마다 "저성장"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지극히 상대적인 표현이다. 즉 과거보다 성장률이 낮다든지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이 낮다든지, 그도 아니라면 잠재력보다 성장이 더디다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저성장 상태인가?

(↑ 한국의 GDP 성장률과 IMF가 한국과 함께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나머지 35개국 성장률 평균을 비교한 그래프다. 한국 성장률은 위 기간 중 선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더구나 2009년의 경우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한국 제외 선진국 평균 성장률이 평균 -4.5%였던 것에 비하면 한국의 +0.7% 성장은 뛰어난 것이다. 물론 이 그림에서 보듯이 현재의 성장률이 과거보다 낮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세계 경제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는 성장을 기록할 수는 없다. 더구나 4%에 육박하는 현재 성장률은 한국 정도 규모의 경제로서는 낮다고 하기 힘들다.)
(↑ 한국 GDP의 세계 전체 대비 비중, 한국 제외 35개국 평균 비중의 변화 추이를 각각 나타내는 그래프다. 한국의 경우 세계 전체 비중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35개국의 평균 비중은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이것을 보면 한국의 세계 비중이 낮아지지 않는 것은 결코 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 앞에 설명한 성과를 반영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1인당 GDP는 PPP 기준으로 나머지 35개 선진국 평균보다 훨씬 빨리 증가해 오고 있으며 그 증가세는 둔화되지 않고 있다. 이 그래프에서는 PPP 기준 1인당 GDP 액수를 2000년에 각각 100으로 놓고 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 앞의 그래프가 PPP 기준이라서 혹시 그런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목 환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수치가 급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PPP 기준이 더 정확한 추이를 나타낼 수 있다. 굳이 명목환율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한국의 1인당 GDP는 나머지 선진국 평균에 뒤지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저성장 문제와 함께 한국 경제에 관해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소비 부진"이다. 즉 민간소비가 부진해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지출항목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이 말도 다소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래프는 지출항목별 명목 국내총생산 액수를 2004년을 100으로 환산해 그 이후 변화 추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그래프에서 보듯 민간소비는 현재까지 GDP 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건설투자 부진세가 눈에 띈다. 한편 2010년과 2011년 강한 증가세를 보인 설비투자는 그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 설비투자 추이를 산업별로 살펴본 결과 건설업 부진의 영향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주택보급률 추가 상승 여력 소진과 미래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다소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건설 부문의 부진은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경제는 각 부문이 고른 성적을 내는 것이 좋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건설 투자를 하려 할 때 무작정 "삽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건설투자 계획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자세는 물론 권장할 만하지만 단순히 타성에 기초한 선입견 때문에 건설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이 나쁜 일인 것처럼 냉소적인 묘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