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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 경제 성장의 비결, 그리고 그 붕괴의 과정


How an Economy Grows and Why It Crashes
by Peter D. Schiff  (Author), Andrew J. Schiff (Author)
Hardcover: 256 pages
Publisher: Wiley; 1 edition (May 3, 2010)
Language: English
ISBN-10: 047052670X
ISBN-13: 978-0470526705
Product Dimensions: 6.3 x 0.9 x 9.3 inches

온 세계가 2007년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다가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유로존 등 세계 3대 경제권 당국은 엄청난 양의 통화를 찍어 내 시중에 풀었고 현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돈의 가격 즉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실물경제는 비록 큰 폭의 성장은 아니지만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과거에 겪었던 것과 같은 대량실업이나 생산의 급격한 위축 그리고 기업의 연쇄도산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경제지표는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첫째는 달러의 지위와 관련된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 특히 최첨단 기법의 본무대라고 알려졌던 미국의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참히 짓밟혔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리고 한국 등 웬만한 나라였다면 그 나라 통화는 오랜 동안 기피 대상이 될 것이며 그 나라 금융산업도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는 세계 최고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준비자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달러라는 점을 생각하면 설명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이토록 흔들림없이 유지되고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점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에 게시했던 책 소개 글 『(책소개) The Dollar Trap: 미국 경제가 흔들릴 수록 달러 지위가 공고해 지는 이유』에 좀 더 자세히 설명돼 있다. 여기를 클릭하면 글을 볼 수 있다.)

그 다음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것은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다. 일반인들의 경제 상식에 따르면 통화량이 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게 된다. 더구나 최근 6-7년간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은 사실상 무한대의 통화 공급은 초고도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하이퍼인플레이션 조짐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이며 통화량 무제한 공급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는 미국 경제는 과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며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영원히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을 피터 쉬프와 앤드류 쉬프는 자신들의 공저 『How an Economy Grows and Why It Crashes』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일종의 만화로 이루어진 경제 해설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달러를 계속 찍어내면서 웬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싼값에 마음껏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달러가 사실상 유일한 기축통화라는 사실 때문에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은 계속해서 여분의 돈을 달러 표시 채권을 구입해 주고 있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됐어도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세계는 앞다투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판매하려 경쟁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 덕분에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고 미국은 소비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들은 중국 등 주요국들이 미국 채권값 하락 우려 때문에 한동안은 계속 미국 채권을 구매하겠지만 결국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미국 채권(즉 달러)을 구입하지 않는 시점이 을 것이며 그에 따라 미국 채권 금리는 폭등하고 달러 가치는 폭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과거처럼 손쉽게 값싼 상품과 서비스를 무제한 소비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어느덧 자신들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자체생산할 능력과 체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공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달러를 가지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도 힘들어진다. 상대방이 달러를 기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더더욱 치솟게 되고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붕괴에 다름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저자들은 그제서야 미국인들이 실물경제 본연의 원리를 중요시하기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만화다. 내용도 현대 경제 상황을 극도로 단순화해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든 단번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물론 금융경제를 전공한 사람들 시각에서는 지나치게 금융경제를 단순화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전공자로서 왜 오늘날고 같은 비이성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라면 짬을 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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