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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저유가=고성장’ 등식이 깨진 이유는? - IMF의 진단

(※ 키움증권 보고서)

■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더 떨어졌다!

2014년 7월 이후의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1%로 추정되며(IMF), 올해 경제전망 역시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저유가-저성장’의 딜레마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는 4월 6일 9시 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발표 예정인 정례 경제전망 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 발표에 앞서, 흥미로운 보고서 한편(“Oil Prices and the Global Economy: It’s Complicated”)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보고서에는 ‘저유가-저성장’ 현상이 출현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제 보다 자세히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원문링크: “Oil Prices and the Global Economy: It’s Complicated”
https://blog-imfdirect.imf.org/2016/03/24/oil-prices-and-the-global-economy-itscomplicated/)

■ 공급과 수요

국제유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첫 번째 방법은 유가 하락이 수요 측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즉, 경기가 둔화되어 유가가 하락했다면 ‘저유가-저성장’ 현상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IMF는 이런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에 나타났듯, 유가의 하락과정에서도 OPEC 및 기타 산유국의 석유생산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이 지속적으로 유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수요 둔화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었겠지만, IMF의 선행 연구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이 수요 둔화보다는(약 1/2~1/3 정도 기여) 공급 증가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 석유 수출국 경제의 부진에 주목하라

유가 하락의 원인이 수요보다는 공급과잉에 있다면, 왜 세계경제는 이렇게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 IMF는 석유 수출국 경제의 부진에 주목한다. (중략)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었으며, 특히 정부의 재정 지출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석유와 가스 섹터의 글로벌 자본지출은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약 2,150억 달러 감소(글로벌 GDP의 0.3%)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세계 GDP의 약 12%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경제의 급격한 둔화는 글로벌 경제 전체의 수요 부진을 야기한 면이 있다는 이야기다.

석유 수입국 경제는 저유가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해야 마땅하지만, 유로존 등 일부 석유수입국을 제외하고는 그 효과가 부진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IMF는 크게 두 가지의 요인을 지목한다.

첫 번째는 각종 석유관련 보조금으로 인해 국제 유가의 하락 효과가 국내 수요에 즉각 전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유가 하락으로 보조금 부담이 감소하기에 공격적인 재정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나, (정치적 갈등을 비롯한) 다양한 제약 요건으로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제로금리 환경이 문제다!

일부 석유수입국의 ‘보조금’ 지급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제로금리 제약’이라는 게 IMF의 지적이다. 즉 이전 사이클에 비해 국제 유가의 하락이 발생한 시기가 경제 성장이 둔화된 시기이며, 특히 제로금리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을 활용한 금리인하’의 기회를 원천 봉쇄 당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물가압력이 이미 약화된 상황에서 유가마저 하락해,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 마저 유발한 것이 최근 경기부진의 원인이라고 IMF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목한다. 즉, 제로금리 환경에서 물가가 더 하락함에 따라 오히려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결국 지금과 같은 저물가 제로금리 환경에서는 유가 하락보다는 유가 상승이 경제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역설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셈이다.

■ 각국의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

이상과 같은 IMF의 분석을 요약하면,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저유가보다는 고유가 환경이 경제에 더 이롭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유가 하락의 원인이 ‘공급과잉’에 있는 만큼, 유가의 상승을 유도할 근본적인 방법이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따라서 IMF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상해 G20회담에서부터 지겹게 반복되는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바로 저유가에 따른 디플레 위험의 증가에 있었던 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상과 같은 IMF의 분석은 매우 흥미로우나, 각국 정부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연내 적극적인 재정지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또 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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