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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미 금리 역전 눈앞으로...투자 자본 대거 이탈 우려?

(※ 오늘 로이터 한글뉴스서비스에 게시된 글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에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번에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져 금리 역전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한국으로부터 대거 이탈하게 되며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결국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 한국의 금리 전망을 전하면서 소개한 기사다. 기사라고는 하지만 신뢰받는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고 기자는 마치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연준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이달 회의에서는 현재의 1.00%-1.25%에서 동결한 뒤 12월 회의에서 1.25%-1.50%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계속 유지할 경우 미국 연방기금금리 목표 상단이 한국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수준은 선진국일수록, 인플레이션이 낮고 안정적일수록 낮다. 한국은 소득 규모 면에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신흥국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실제로 금리 수준은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 높은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같은 말을 달리 표현하면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과 그로 인해 투자 자본이 대거 이탈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양국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단기 자금시장 금리이며, 그 차이가 중ㆍ장기 시장금리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가 1.25%-1.50%라면 중간치인 1.375%와 한국 기준금리 1.25%는 큰 차이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소수점 아래 작은 범위에서 일어나는 금리 변화이므로 영향이 적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앞에 소개한 논리의 가장 큰 문제는 과연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금리 차이가 투자 자본 이탈의 직접적인, 유일한 촉매가 되느냐의 여부다. 

쉽게 생각하면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국제 투자자가 어느 나라,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를 결정할 때 금리 수준만 보는 것은 아니다. 

만일 금리 수준 하나만으로 국제 투자 자본 유출입이 결정된다면 금리가 마이너스인 곳, 예컨대 일본 같은 나라에서 국제 투자 자본은 모두 떠났어야 한다. 거꾸로 3년 국채 금리가 15%가 넘는 우크라이나에는 외국인 투자 자본이 물밀듯 들어와야 한다. 

한 나라의 시중 금리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나 신용등급 등 막대한 양의 경제 지표를 고려해 결정되는 것이다. 게다가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다른 부정적 요인이 많다면 자본은 들어오지 않는다. 

이 정도만 얘기해도 처음 소개한 말의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수준이 역전되는 것이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설정하기 시작한 1999년(당시는 콜금리) 직후와 2006-2007년에도 미국 정책금리는 한국보다 높았다. 시중금리를 기준으로 해도 1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 2004년과 2016-2017년 각각 미국이 한국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렇게 금리가 역전됐을 때 투자 자본이 대거 유출된 적은 없다. 오히려 투자 자본은 거꾸로 유입됐다.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 자본이 대거 이탈한 것은 2008년 4분기와 2011년 4분기였는데, 이때는 모두 한국 금리(10년 국채 기준)가 미국보다 크게 높았다. 

금리가 국제 투자 자본 유출입의 직접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증거는 이 밖에도 많다. 

물론,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한국은행 정책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투자 자본의 단기적인 유출입에 영향이 없더라도 미국 등 선진국 정책금리 수준과 방향은 한국 같이 개방도가 높은 나라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여러 차례 이런 점을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걸까, 아니면 공포스러운 표현이 아직도 먹혀든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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