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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인플레이션 목표제 운용 관련 연준 안팎의 논의

(※ 한국은행 '동향분석' 자료)

1 논의 배경

□ 최근 지역 연준 총재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타겟팅 외에 대안적인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증대
  • 11.22일 공개된 FOMC 의사록을 보면 일부 참석자는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장기목표 수준을 하회하고 장기기대물가가 이러한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통화정책운영체계 도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
⇒ 현행‘물가상승률(inflation rate)’에서‘물가수준(price level) 상승’으로의 물가목표 설정변경은 물가변화가 누적되면서 과거 목표이탈도 감안할 수 있어 통화정책 목표달성에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
□ 이러한 논의의 주된 배경은 낮은 수준의 장기균형금리(r*) 등으로 향후 경기침체 도래시 제로금리하한(Zero Lower Bound)에 재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임
  • Kiley and Roberts(2017)는 미국경제에 대한 모의실험을 통해 특정 가정 하에서 단기금리가 0% 근방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앞으로 30%~40%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
  • 그간 연준은 평균 5%p 내외의 금리인하로 불황에 대응해왔는데 현재 FOMC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2.75%에 불과
  • 경기상승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 지도부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현 통화정책 운영체제의 유지 가능성을 심각히 재검토하기에 적절한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
⇒ 시장에서는 컨센서스 빌더로 알려진 신임 Powell 의장하에서 이러한 논의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

□ 연준 안팎에서는 통화정책 운영체제의 대안으로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조정(Higher Inflation Target) 및 물가수준 타겟팅(Price-Level Targeting)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
  • 이밖에 마이너스 금리정책, 명목GDP 타겟팅, forward guidance 강화, 양적완화 확대 등도 거론
→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변화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이지만 향후 진전될 논의과정에 앞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조정 및 물가수준 타겟팅의 기본적인 아이디어와 한계를 점검해 보고자 함
2 인플레이션 목표수준 상향 조정 (Higher Inflation Target)

□ 인플레이션 목표치(현재 2%) 상향 조정은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명목금리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경기침체시 연준의 금리인하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
  • 이는 현 통화정책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고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용이한 장점이 있지만 항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
⇒ 극심한 경기침체 등 특정 시기에만 예상되는 제로금리하한 제약을 회피하기 위해 평상시에도 경제 전체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비효율적(sub-optimal)
  • 물가목표 수준을 올리더라도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연준의 예상대로 충분히 조정되며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
⇒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듯 실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보다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 기대인플레이션 변화가 매우 느린 속도로 불충분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
⇒ 상향된 물가목표 수준이 의회와 대중, 미래 통화당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며 이는 곧 통화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
⇒ 인플레이션 목표수준 변경이 기회주의적 대응으로 인식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less-anchored)해져 물가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연준의 경기(고용상황) 대응능력도 동반 약화될 우려
3 물가수준 타겟팅 (Price-Level Targeting)

□ 물가수준 타겟팅은 과거의 물가 목표 이탈을 만회(make-up)하여 장기 평균 물가상승률을 2%에서 유지하는 것을 목표으로 함
  • 인플레이션 타겟팅이 선제적 관점에서 중기 물가상승률을 2% 수준에서 안정화시키려는 것과 달리 물가수준 타겟팅은 경기침체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2%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면 한동안 2%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함으로써 평균 물가상승률을 2%에 맞추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

  • 물가수준 타겟팅 체제에서 중앙은행은 경기침체시 장기간 낮은 금리를 유지(lower-for-longer)함으로써 경기부양을 통한 물가목표 달성에 노력하게 되는데 이러한 금융완화 기대가 시장에 확산된다면 균형 가격 및 산출량이 정상상태보다 크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음
⇒ 이런 점에서 물가수준 타겟팅도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조정(Higher Inflation Target)과 같은 경로를 통해 단기금리가 제로금리하한에 이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지님
⇒ 물가수준 타겟팅은 단기금리가 ZLB 제약에 직면하였을 때 포워드 가이던스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여 추가적인 부양효과를 자동적으로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제이론적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평가(Bernanke, Goldman Sachs)
  • 또한 지속적으로 높거나 낮은 물가상승률이 경제주체들의 기대로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여 장기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점도 물가수준 타겟팅의 장점으로 거론
□ 그러나 물가수준 타겟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할 것으로 예상
  • 물가수준 타겟팅은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현 경기흐름이 경고하는 수준보다 높거나 낮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주체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음
  • 더욱이 물가수준 타겟팅을 채택한 중앙은행은 유가상승 등 일시적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불황기일지라도 긴축정책으로 물가상승에 대응하게 되는 딜레마에 노출
⇒ 즉 물가수준 타겟팅은 경기변동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면에서는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으로 목표수준인 2%로 수렴하고 있는 한 물가상황의 일시적 변화에 정책스탠스가 휘둘리지 않는 인플레이션 타켓팅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음
□ 이에 전 연준 의장 Bernanke는 평시에는 인플레이션 타겟팅 체제를 유지하되 경제가 ZLB 제약에 빠졌을 경우에만 물가수준 타겟팅으로 전환하는 한시적 물가수준 타겟팅(Temporary Price-Level Targeting) 방안을 제안
  • Bernanke는 한시적 물가수준 타겟팅을 위한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제시
⇒ (예시)“FOMC는 연준이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할지라도 단기금리의 제로금리하한이 물가 및 고용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음. 따라서 FOMC는 미래에 단기금리가 0% 근방에 이를 경우 금리인상의 필요조건은 단기금리가 최초로 0% 근방에 이른 시점으로부터 평균 물가상승률이 적어도 2%가 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였음. FOMC는 이러한 필요조건 외에도 금리인상을 결정함에 있어 노동시장 전망 및 인플레이션의 회복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를 고려할 것임.”
  • 이러한 운용체제는 경제위기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져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 이 방식의 문제점과 비판은 다음과 같음
  • FOMC 의결문(예시)에 따를 경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도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이는 저금리의 폐해를 키웠을 것임
⇒ 현 경기사이클 중 물가수준 타겟팅을 추구했다면 실업률이 현 수준보다 더 하락하는 등 실물경기가 과열되었을 수 있음
⇒ Brainard 연준 이사는 물가수준 타겟팅에 따른 경기과열이 연준의 책무 유기로 인식될 수 있고 향후 경기의 연착륙 및 금융불균형이라는 과제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
  • 두 가지 운영체제가 혼용되는 방식을 경제주체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는 의도한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것임
  • 연준의 재량권만 추가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관리가 더욱 어려질 수 있는 데다 이 방식 또한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의 활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