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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그리고 최근 수출 추이

(※ 단상(斷想)이란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을 뜻한다.)

한국 수출은 누가 뭐라고 해도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엔진이다. 한국 경제가 수출에 대한 의존이 심한 것이 무슨 큰 약점이나 혹은 문제점인 것처럼 말하지만 논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옳고 그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수출 얘기를 하다 보면 수출에 따른 소위 낙수효과가 과거보다, 혹은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그런 사실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게 된, 즉 과거보다 낙수효과가 약해진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의 책임을 특정 대상으로 돌리려 하거나 특정 정파의 정치적 지향으로 돌리려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은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세계 최상위에 들고 있다.

이미 그런 위치에 오른 만큼 이제 한국 수출은 특정 정파의 정책적 지향이나 특정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단기적으로 달라지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낙수효과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생각보다 못하다는 것은 수출 규모와 경제의 구조적 성숙도 등 구조적 이유가 크며 특정 개체나 정책의 책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문제인지 낮은 것이 좋은지는 한마디로 결론짓기 힘들지만, 내수 시장 성장의 여지가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성장 여지가 크다는 사실이 곧바로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수출은 수출이고 내수 시장은 내수 시장이다.

한국의 내수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은 내수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가 복잡하고 크기 때문이지 수출에 대한 경제의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수출에 대한 경제의 높은 의존도는 하나의 사실이며 내수 시장 성장 부진의 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참고로 한국을 포함한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최근 수출 동향을 그래프로 정리해 보았다.

(금액 기준으로 본 일본, 한국, 타이완, 베트남의 세계 수출 비중 3개월 이동평균 추이를 나타낸 그림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꾸준히 세계 수출 비중을 높여 왔다. 타이완은 꽤 일정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 비중은 크게 줄었다. 2016년 일본 비중은 다소 회복되기도 했지만 일부에서 말하듯 일본의 부활을 선언하기는 일러 보인다. 베트남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는 것은 특이할 만하다. 이는 한국 등 많은 나라 제조업체가 진출한 영향으로 보인다.)
(세계 및 중국, 일본, 한국, 타이완의 월간 수출 규모를 2007년 연간 평균을 100으로 놓고 비교해 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타이완의 수출은 철저하게 세계 수출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또한 지난해 후반부터 급격히 꺾이고 있는 세계 수출 추이도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