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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리브라, 뱅크런 우려, 그리고 토빈세

(※ 금융연구원이 정리한 보고서 내용)

■ 지난 6월 18일 전 세계적으로 약 25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리브라(Libra)로 명명된 새로운 글로벌 암호화폐의 발행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각국 중양은행과 국제결제은행 등으로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음
  • 이러한 반응은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인해 페이스북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측면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암호화폐의 출현이 기존의 금융환경 및 실물경제에 대해 미칠 충격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
■ 당일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공표하기는 하였으나, 그 작동원리와 지배구조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개념 파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 대대적인 광고에도 불구하고 리브라도 기존에 출시된 애플의 모바일결제시스템(Apple Pay), 이베이의 온라인결제시스템(PayPal),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모바일인스턴트메신저서비스(WeChat) 등과 같이 각종 편리성 제고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가맹점을 끌어들이는 또 다른 하나의 지급결제 수단이나 채널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음.
  • 이들 Apple Pay, PayPal, WeChat 등은 본질상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지급결제 채널에서 벗어나 있지 않아 궁극적으로는 은행 지급결제 채널과 연결 내지 통합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음.
  • 리브라가 이들 기존 채널들과 경쟁하는 경우만을 상정하더라도 페이스북은 막대한 사회관계망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 축적을 바탕으로 결제나 송금 등 각종 금융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음.
(사진 출처: www.theverge.com)
■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 목적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서 또 다른 하나의 지급결제 채널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법정화폐(fiat money) 중심의 지급결제 채널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민간화폐(private money) 중심의 지급결제 채널을 구축하는 데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리브라는 주요국 법정통화 예치금을 담보로 설정하고 이들 법정통화와 1대1 가치로 발행되는 안정코인으로, 내년 출시될 경우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전자지갑에 탑재된 리브라로 전자상거래나 가맹점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 시 결제에 이용하거나 P2P 송금도 가능해짐.
■ 그러나 리브라 등을 통해 일반 대중이 자국 법정통화를 극히 낮은 비용은 물론 규제도 받지 않고 주요국 법정통화로 전환할 수 있는 지급결제 채널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실물경제에 충격신호가 발생하는 경우 그 위험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
  • 가령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자국통화인 페소화를 주요국 법정통화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실물경제에 충격신호가 발생하는 경우 이들이 보유한 페소화를 주요국 법정통화로 전환하려는 성향이 강화되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음.
  • 이 때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성립한다면,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페소화를 집중 매도한 결과 페소화 가치가 과도하게 급락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차익거래자(arbitrageur)들이 페소화의 집중 매집에 나서면서 페소화 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될 수 있음.
■ 아르헨티나와 같이 평가절하를 수차례 경험한 국가들은 물론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소형 국가들의 경우 리브라와 같은 민간화폐 중심의 지급결제 채널이 구축될 경우 대규모 자본도피(capital flight)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음
  •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옹호론자들은 가격변수 조정기능(price mechanism)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제통화거래 시 수반되는 제어장치들을 극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제어장치들로 인해 오히려 외환시장이 커다란 충격 없이 안정화될 가능성도 존재함.
  • 그러나 민간단체가 발행하는 암호화폐인 리브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수용성이 확대되는 경우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다반사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은 리브라와 같은 민간화폐의 법정화폐 흡수 및 이로 인한 유동성 증대 효과 등으로 인해 기존의 통화정책만으로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
■ 이와 같이 실물경제에 충격신호가 발생하는 경우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성립하지 않아 국제적인 자본흐름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bank run)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예금자들은 은행 파산이 우려되는 경우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은행이 실제로 파산하는 경우 손실을 모면하고 은행이 생존하더라도 적은 비용을 감수하고 인출 금액을 재예치할 수 있음.
  • 그러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은행은 파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사태는 국가 전체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
  • 가령 페소화 절하가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합리적인 페소화 보유자라면 누구든지 페소화를 주요국 법정통화로 대거 전환할 것이고, 이로 인해 페소화 가치는 더욱 빠르게 절하될 수밖에 없음.
■ 다만 이러한 두 국가 법정통화 간의 급속한 대이동은 민간단체가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상용화되지 않는 한 비용이나 규제 등 국제통화거래 시 수반되는 제어장치들로 인해 그렇게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음 
  • 주요국 법정통화 간이더라도 소매 고객의 경우 매수 및 매도 환율 격차가 약 10%에 육박하고 있음. 송금전문회사인 미국의 Western Union의 경우에도 적잖은 송금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음.
  • 대규모 외환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외환당국은 고객확인의무 및 자금세탁방지법상의 규제조치 강화 등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음.
■ 민간단체가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상용화되는 시대에 있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억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제어장치로서 50년 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James Tobin이 제기한 바 있는 단기적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일명 토빈세(universal financial tax)가 재조명을 받고 있음 
  • 또한 최근 국제결제은행은 민간화폐 발행 확대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률 정비 및 국제 협약에 선제적으로 나섬은 물론, 중앙은행 주도의 안정코인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을 강도 높게 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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