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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The Age of AI: AI가 재앙이 되기 전에 인류가 해야 할 일들

인공지능(AI)이라는 개념이 언급된 것은 수십년 전 초창기 버전의 컴퓨터가 실무 작업에 투입된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 컴퓨터가 머지않아 인간의 지능과 같은 개념의 기능을 가진 기계로 발전할 것이라던 당시 전망이 실현되지 않아 연구 자금이 끊기는 '혹한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에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여러 차례 자리를 바꾼 끝에 21세기 들어 AI 기술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단순히 인간이 구체적인 행동을 사전에 입력한 대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던 컴퓨터(프로그램을 포함한 시스템 전반)가 이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엄청난 횟수의 실행 학습을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거치면서 처음에 아이디어로 떠돌던 AI 기술이 인간의 눈앞에 펼쳐지게 됐다.

급기야 최근에는 어떤 프롬프트를 제시하면 스스로 문장, 이미지, 기타 형태의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AI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입증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여러 기관에서는 잇따라 현재 인간이 수행하는 직업 중 몇 퍼센트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든가 현재 취업자 중 몇 퍼센트가 AI에 의해 채워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할 정도가 됐다.

AI라는 것은 이제는 하드웨어인지 소프트웨인지, 그와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지조차 규정하기 곤란할 정도의 존재가 됐다. 차라리 하나의 '현상'으로 취급돼야 타당할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AI가 무엇인지를 책으로 익한다는 것은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헨리 키신저, 에릭 슈미트, 대니엘 허튼로커라는 쟁쟁한 인물 3명이 공동저술했다는 책(『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이 있어 오래 망설이지 않고 구매해 읽어 보았다. 원래 책을 하나 구매할 때는 몇주일에서 몇달간 리뷰를 찾아보고 고민한 끝에 결정하는데, 이 책은 몇일 만에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헨리 키신저는 미국 외교관, 노벨상 수상자, 정치인이자 국제 관계에 관한 뛰어난 사상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으며 구글을 오늘날의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니엘 허튼로커는 컴퓨터 공학자로서 AI 부문 연구의 대가로 통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현대 사회 현상의 중요한 영역에서 사상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니 당연히 대단한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읽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높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거나 책의 내용이 AI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AI 자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3명의 석학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그에 대응하려면 취해야 할 조치를 제시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정확히 누가 어느 장을 집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체로 키신저가 주도적인 의제 제시를 한 듯한 느낌이다.

저자들의 고민은 주로 AI가 미칠 정치, 사회, 군사적인 차원의 위험에 집중돼 있다. 즉, AI가 이미 부족주의·거짓정보·에코체임버 현상 등으로 오염된 세계 정치 풍토를 더욱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변질시킬 수 있으며, AI가 무기화될 경우 현재 핵무기보다 월등히 큰 위협이 될 것이며,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책이 대체로 AI라는 기술 자체나 AI기술이 진화할 속도나 방향보다는 AI기술과 인류 생존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고, 활자가 크고 페이지가 많지 않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게다가, 기술적인 설명보다 인류의 미래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오히려 다른 책보다 더 큰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제목도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The Age of AI를 주제목으로 하고 And Our Human Future를 부제목으로 배치한 것도 그렇고, Our Future나 Human Future라고 하지 않고 Our Human Future라고 한 것도 특별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구매한 날 공교롭게도 키신저가 사망했다. 그의 명복을 빈다.

《책 정보》

Publisher : Back Bay Books (November 1, 2022)
Language : English
Paperback : 288 pages
ISBN-10 : 0316273996
ISBN-13 : 978-0316273992
Authors : Henry A Kissinger, Eric Schmidt, Daniel Huttenlo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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