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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화정책 정리 ②) 정책 정상화는 어떤 순서로 하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본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표명하면서 현행 완화적 통화정책의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거품 경제 붕괴로 디플레이션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었으며, 이의 탈피를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들까지 사용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재정ㆍ통화정책을 동원했다. 

마침내 최근에는 장기 불황 탈피 기대가 대두되면서 드디어 일본이 '정상적인 통화정책' 궤도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센터에서 관련 보고서를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금리정책(NIRP) 종료 시점이 4월 금융정책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NIRP 종료 이후의 통화정책 운영 경로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 부분이다.

일본의 통화정책은 전 세계 주요국 정책 가운데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획기적인 조치를 여러 가지 시행하는 것이어서 정책 변화 경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자료를 통해 앞으로 예상되는 조치들에 관한 아이디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보고서 상세 내용은 국제금융센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으며 시리즈 1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 사진 출처: japantimes.co.jp)


[통화정책 수정 요건] 주요 경제지표들이 중기적 인플레이션 환경 전환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나 초완화적 통화정책 수정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진전

🔘 물가상승률(`23.4분기 2.6%, 신선식품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으나 서비스물가 압력 확대에 힘입어 목표수준(2%)을 지속 상회
  • 재화물가(2.9%, 신선식품 제외) 상승률 및 헤드라인 물가상승률 기여도(3분기 1.9%→4분기 1.4%)는 에너지물가(-10.1%) 하락, 기업들의 수입비용 전가 감소 등에 따라 하락 추세
  • 반면 정책당국이 주목하는 서비스물가(3.3%, 귀속임대료 제외) 상승률은 교양·오락(9.7%) 항목을 중심으로 26년래 최고치를 기록. 물가상승률 기여도(0.9%p→1.0%p)도 확대
  • 변동성이 큰 에너지·신선식품 제외 기준 물가상승률(`23.12월 3.7%)은 `23.8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2%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
🔘 GDP 디플레이터(`23.4분기 3.8%): 일본 내 생산 상품 및 서비스의 종합적 가격 수준home-made inflation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도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
  • 단기 GDP 디플레이터 변동의 주요 원인이었던 수입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유가의 하향 안정 등을 반영하여 크게 하락
  • 그에 비해 내수 디플레이터는 가계지출(3.3%, 귀속임대료 제외)을 중심으로 장기평균(1995년이후평균0.0%)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을 지속
🔘 단위노동비용(`23.4분기 0.3%):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나 `24년 임금인상률이 `23년 수준을 상회할 경우에는 단위노동비용 증가폭 확대 가능성
  •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며 물가→임금 파급은 아직 초입 단계. GDP 디플레이터는 물가상승이 임금이 아닌 다른 부문에 기인함을 시사
  • 다만 기업들의 임금인상 여력이 강화되고 인력부족 인식도 지속되면서 기업이익과 임금이 동반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시그널
  • 일본은 지난 30년간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흡수하거나 가계가 구매력 약화를 감내하며 기업이익과 단위노동비용이 동반 증가했던 시기가 부재했던 측면
  • 다수 대기업들이 임금인상폭 확대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24년 춘투 임금인상률 전망치는 평균 3.85%로 `23년 수준(3.6%)을 상회(JCER)
🔘 GDP갭(`23.3분기 -0.6%): GDP갭은 내수부진으로 플러스 전환이 지연되고 있으나 이는 엔저의 부작용에도 기인. 마이너스 폭을 점차 줄이며 0을향해 추이 중
  • `23.4분기 GDP 성장률(-0.4%, 전기비연율)은 시장예상치(1.1%)를 크게 하회. 특히 민간소비와 투자는 고물가 부담, 대외 불확실성, 일손 부족 등으로 3분기 연속 역성장 
  • 노토반도 지진, 도요타 자동차 생산라인 가동 중단, `23.4분기 서비스 수출 호조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본격적 경기 반등은 `24.2분기로 미뤄질 소지
  • 다만, GDP 갭의 플러스 전환 지연은 잠재성장률 상승에도 기인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단기 물가하락 요인보다 중기 흐름에 중점을 두는 모습
  • 한편으로는 초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에 따른 엔저가 내수 회복을 저해하여 임금→물가 파급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될 가능성
[통화정책 예상경로]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수익률곡선관리(YCC)폐기, NIRP 종료, 자산매입 축소 순으로 진행될 전망. 다만 대내외 여건상 연속적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본격화 가능성은 낮게 평가

🔘 YCC: YCC는 국채 매입 부작용 인식, 수익률곡선 평탄화 가능성 등으로 NIRP 종료에 앞서 또는 NIRP 종료와 더불어 폐기될 가능성에 무게
  •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을 해치지 않고 부채 관리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려면 정책 수정의 순서가 중요. 일본은행은 첫단계로 YCC를 유연화(사실상의 장기금리 인상)
  • 우에다 총재는 국채 매입의 부작용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 채권시장 특별조사, 장단기 금리 상승 시의 은행 순익 영향 분석(금융안정보고서) 등은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 의지를 반영
  • 일본은행은 장기금리(JGB 10년) 상단을 1%까지 상향한 데 이어 `23.10월에는 1.0%를 목표치로 변경하고 기동적 국채 매입으로 전환
  • 일본은행은 YCC의 틀을 금리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으로 가져가겠다는 입장. NIRP 종료시 수익률곡선이 평탄화되지 않도록 장기금리를 0% 정도로 유지하고 상단은 1%을 목표로 하겠다는 가이던스<표3>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임
  • YCC 폐기 시에도 일본은행의 시장 안정을 위한 국채 매입은 지속될 전망
  • 다만 YCC가 사실상 폐기된 상태에 가까운 만큼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하여 공식 폐기 발표는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 정책금리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는 임금상승을 수반한 2% 물가상승률 달성 여부가 관건. 양호한 춘투 결과가 확인되면 4월 회의에서 제로금리정책(ZIRP)으로 전환 전망
  • NIRP 종료 시점은 지진 영향 및 춘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26년 물가 전망도 발표되는 4월 회의가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표 4>. 미 경제의 연착륙 시나리오가 지배적인 시각으로 변화한 가운데 엔저 심화로 정책 전환을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
  • 포워드 가이던스 상 금융완화정책 수정에 앞서 2% 안정적 물가상승률 달성에 대한 확신을 제시할 필요
  • NIRP 종료시 단기금리는 현행 3층 구조인 당좌예금이 1층 또는 2층 구조로 전환되면서 0~0.1% 범위에서 움직이게 될 가능성
  • 다만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은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여력을 제약
  • 현재 일본의 중기(`25년) 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전망 컨센서스는 1.6% 수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려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유연화할 필요<표3>
  • 일본은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기대 인플레이션이 2%에 고정되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질금리 상승으로 금융상황의 완화 정도가 줄어들 가능성
  • 당좌예금 잔고가 518조엔에 달하는 가운데 큰 폭의 금리인상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일본은행에도 부담
🔘 양적∙질적 완화정책: 2% 물가목표 달성 판단 시에는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도 수정될 전망. 다만 일본은행의 시장 영향을 감안시 보유잔액의 급격한 축소 가능성은 제한적
  • YCC 유연화 조치에도 불구 국채금리가 1%를 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 하에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면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를 포함한 모든 금융완화 조치들을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
  • 현재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는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는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 ETF/J-REIT 매입은 `23.10월 이후 전무한 상황
  • 다만 중도매각 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정부 지출의 국채 의존도가 30%를 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일본은행이 보유잔액을 빠르게 축소하기는 어려운 상황
  • 일본은행은 ETF/J-REIT에 대해서도 자산매입 중단 후 보유자산 축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여 단기내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
[시사점] 하방 위험에 취약한 일본 경제와 일본은행의 막대한 보유자산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 일본은행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

🔘 YCC 유연화 과정은 서프라이즈에 가까웠지만 최근 일본은행은 NIRP 종료 이후의 금융정책 경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 그럼에도 불구, 하방 위험에 취약한 일본 경제 상황과 일본은행의 막대한 보유자산 규모는 양적긴축 등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
  • 일본은행의 국채(JGB) 보유잔액은 전체 발행잔액의 54%에 달하며 주식 보유잔액은 미실현 수익을 포함시 70조엔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
  • 완화적 금융 환경 유지 시 엔저가 지속되고 자산시장이 과열될 수 있는 점도 딜레마
🔘 일본은행 통화정책 정상화 시의 시장 영향에 대한 경계감이 높은 가운데 국채시장은
금융정책 기대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 위험에 노출<그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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