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내용임)
매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에 두 가지 경제지표를 발표한다. 하나는 직전 한 달간 은행의 기업 및 가계부문 대출 동향 등을 정리한 "금융시장동향" 자료고, 또 하나는 2개월 전의 통화량 추이 자료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일단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물론 주목을 받고 있지만 거기에 덧붙여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한국 경제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됐다.
그에 따라 금융시장동향 자료에서는 그동안 가계부채 추이에 모든 관심이 모아져 왔으나, 사실 지금 처럼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경우 기업부문 대출 추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가 바닥을 탈출할 시점에 기업 대출이 늘어난다면 이는 기업들이 생산 및 투자를 늘린다는 증거가 되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지난 4월의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은 5조9천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2월과 3월에 기록한 3조 원 내외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4조1천 억원 증가했는데, 한국은행에서는 일단 각종 세금 납부와 주총 이후 본격적인 사업시행 등에 따른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계절적 요인이 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5월에도 기업 대출 수요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이는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확보를 늘린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 경제가 이제 회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판단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대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운영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면 부정적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