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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1997/98 외환위기 이후 최악, 왜 그럴까

설비투자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설비투자가 지난 2/4분기에 전년동기비 4.6%의 실질감소율을 보이면서 5개 분기 연속 전년동기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여파로 설비투자가 1998년 4/4분기까지 6개 분기 동안 감소한 이래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침체 기간 동안 한국의 설비투자는 4개 분기 동안 전년동기비 감소를 나타냈고 2009년 4/4분기부터 가파른 상승을 기록했다. 또 2002년 말 신용카드 위기로 국내 경제가 자체 위기 가능성으로 위축됐을 때에도 설비투자는 4개 분기 동안 감소했으나 그 폭은 적었다.

필자는 우선 2008/09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신조선 발주가 급감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도 급감한 것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를 국내가 아닌 외국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설비투자 조정압력(생산증가와 생산능력 증가의 차이)과 실제 설비투자 변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2010년 중반부터 2012년 초반까지 실제 설비투자가 실제 조정압력보다 크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2012년 후반부터 올해에 거쳐 설비투자는 대대적인 조정기에 들어선 것이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나 한국은행 등 정책 당국이 미래 경제 성장세에 대한 전망을 다소 낙관적으로 제시한 것이 한 가지 원인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2008/09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IMF나 OECD등 국제기구들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도 미래 경제전망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시계가 어두웠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설비투자 변동 추이를 보면 정책 당국이 미래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제시하고 기업들과의 의사소통도 더욱 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제조업 생산증가와 생산능력 증가와의 차이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조정압력, 통계청의 설비투자지수, 그리고 한국은행의 GDP 상 설비투자 전년동기비 증가율(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