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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로치, "연준 금리 인상 서둘러야 새로운 위기 막을 수 있다"

(※ 모건스탠리아시아 회장이었던 스티븐 로치가 Project-Syndicate에 기고한 글을 간략히 번역해 소개한다. 기고문 원문은 맨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 글에서 로치는 세계 경제가 위기 국면은 벗어난 지 오래됐으므로 비상 상황에서 시행한 정책을 정상화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산버블 형성으로 인한 또 다른 위기가 필연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Stephen S. Roach, former Chairman of Morgan Stanley Asia and the firm's chief economist, is a senior fellow at Yale University’s Jackson Institute of Global Affairs and a senior lecturer at Yale’s School of Management. He is the author of the new book Unbalanced: The Codependency of America and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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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00년대 초반 저지른 정책적 실수가 결국 2008-2009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을 부인하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도 당시와 비슷한 정책적 실수를 반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자산매입을 중단한 이후 연준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하다가 12월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까지 인내심을 보이겠다고 표현을 바꾸었지만 재닛 옐런 의장은 실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양상은 지난 2004-2006년 사이 연준이 보여준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연준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했으며 그 사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거품이 퍼져가는 것을 방조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200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정책금리를 1%까지 인하한 연준은 이후 지나치게 오랜 기간 금리를 낮게 유지했으며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인상 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모두 24개월간 연준은 17차례에 걸쳐 25bp씩 금리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금융시장의 거품은 잦아들기는 커녕 계속해서 부풀어간 것을 연준이 방조한 것이다.

물론 연준은 거품 형성에 대처하는 데 있어 금리정책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러한 주장에 따라 이후 소위 거시건전성 장치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장치를 도입하고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지나치게 완화적 통화정책이 거품 형성에 지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부인하기 힘들다.

최근 연준이 보여주는 태도로 보아 이번에도 연준은 2000년대 초반 저지를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할 태세다. 아니, 어쩌면 당시보다도 금리 정상화 속도를 훨씬 더디게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한다. 실례로 자산매입은 중단했지만 자산보유량을 축소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이어받아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최근에 이미 주식 및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는 현상을 겪었으며 원유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이렇게 잘 마른 불쏘시게가 널려 있는 상황에서 대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미 정책 주도권을 잃어 버렸다. 위기 이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이미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세계는 긴급한 위기 국면은 오래 전에 벗어났지만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와 대차대조표는 위기 국면에서나 필요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이런 극약처방으로 금융시장을 부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선진국 경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 거품을 더욱 촉진하면 실물경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실물경제가 갈수록 금융시장에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금융시장 반응에 얽매이게 되면서 정책당국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앙은행들은 위기대응용 정책을 하루 빨리 원상복구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물론 요란하게 정책 정상화에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에 맞서 꼭 필요한 정책을 펼 수 없다면 중앙은행의 존립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6년간 세계 금융시장 자산가격은 중앙은행이 펼치는 사상 유례 없는 금융공학적 대응에 따라 움직였다. 이제 연준 및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런 금융공학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다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 원문: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fed-interest-rates-policy-normalization-by-stephen-s--roach-20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