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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1월 BOJ: 엔화의 운명은 트럼프 손에

(※ 삼성선물의 공개된 보고서 내용 일부를 공유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올라갈 때까지 '무제한 금융 완화'를 실시하는 한편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함께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회복에 엔화 환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고려할 때 결국 인플레이션 부활 정책의 성공 여부는 다분히 엔화 환율의 동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엔화가 기축통화이며 일본의 경우 순대외투자자산이 막대하다는 점 때문에 엔화 환율이 세계적인 시장 및 정치 상황에 따라 크게 휘둘린다는 데 있다. 따라서 최근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변칙적인 정책 기조 및 정책 집행 방식이 엔화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1 월 BOJ 통화정책회의 주요 내용

BOJ는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양적완화 규모(연간 80조엔) 및 장단기 목표금리(단기 정책금리 -0.1%, 10년물 국채금리 0% 부근)를 동결하였다. 함께 발표한 1월 경제 및 물가전망에서는 미국 등 해외경기의 회복세와 엔화 약세를 근거로 성장률은 상향 조정한 반면 물가 전망치는 소폭 하향조정하거나 기존 전망치를 유지하였다.

성장률 전망 상향에도 불구, 물가에 대한 판단을 고려 시 BOJ는 현 정책을 상당기간 동결할 것으로 판단된다. BOJ는 물가에 대한 평가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음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이는 수요가 아닌 비용 증가가 견인(cost-push)하는 물가 상승세로 지속성이 떨어진다. 이에 BOJ는 통화완화 기조 유지를 통해 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신뢰를 지원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BOJ는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훼손되지 않게끔 상당기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BOJ는 10년물 국채금리를 0%±10bp 내에서 관리 중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가파르게 시현되었을 당시 일부에서는 BOJ 정책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10년물 타게팅 금리 상향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시각은 BOJ의 장기금리목표 도입이 시장에 알리지 않으면서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만일 시장에서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BOJ는 금리를 목표 부근에서 유지하기 위해 매입량을 더 많이 늘려야 할텐데 이는 테이퍼링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동시에 시중의 국채규모를 고려 시 유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매입규모 관리를 위해 장기금리 목표를 상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BOJ는 9월 이후 가파르게 진행된 글로벌 금리 상승세에도 국채 매입량을 목표 부근으로 유지하면서 금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BOJ의 금리관리 능력이 시장에서 의심받지 않는다면 BOJ가 현 정책을 지속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의 방향성에 대한 전망이 제한적이라면 시중에서 국채 거래 시 투기적 거래는 자연스럽게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취약한 엔화의 변동성, BOJ 상당기간 정책 동결 전망

BOJ가 장기금리 타게팅 정책을 도입한 이후 엔화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미국의 국채금리였다. 일본 국채금리가 일정범위 내에서 고정됨에 따라 미국의 금리가 곧 미-일간 금리차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미 국채금리는 트럼프의 정책기대에 좌우되어 움직인다. 이에 현재 엔화는 트럼프의 재정정책 기대가 높아지고 미 국채금리가 상승할수록 뚜렷한 약세를 시현할 기회를 안고 있는 동시에 정책 기대가 꺾이고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날 경우 가파른 강세를 보일 위험을 함께 안고 있다. 트럼프의 재정정책을 비롯한 여러 정책 향방에 엔화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문제는 BOJ가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수요가 견인(demand-pull)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일본 내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필수적인데, 이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엔화약세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본이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 중인 ‘아베노믹스’ 정책 하에서 엔화약세는 인플레이션 상승 유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수단이다. 만일 엔화약세 지속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인해 개선된 수익을 임금인상이나 투자로 연결 짓기보다는 현금보유 성향만 높일 유인이 클 것이다.

지난 해 BOJ 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기업들의 투자 및 임금인상의 연결고리가 여전히 나타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엔화의 강세 전환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를 꺾은 바 있다. 최근 장기금리 타게팅 정책 도입과 트럼프 당선으로 다시 재개된 엔화약세는 일본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인 셈이다. 요약하자면, 일본 내부의 물가상승 압력은 엔저의 지속성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지만 엔화의 향방은 트럼프의 정책과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에 맡겨진 상황이다. 이렇듯 엔화의 흐름이 취약한 환경 하에서 BOJ 가 엔화 약세 신뢰를 깨는 통화정책 변경(금리인상 및 긴축)을 섣불리 언급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는 재정정책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BOJ가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데다 정책 및 엔저 지속성에 의문이 지속 제기되는 환경에서 물가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지원 수단은 재정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기금리 타게팅 정책은 국채발행 및 부채문제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하에서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BOJ의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재정정책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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