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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미국 연준이 180도 방향전환한 속사정

(※ 금융연구원 보고서 주요 내용. 결국 리처드 클라리다라는 수퍼비둘기의 합류로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하는 이론적 토대가 제공됐는 결론을 내도 좋을 듯함. 그보다 겉모습은 어찌됐건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정책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 모습은 배워야 할 점으로 생각됨. 인플레이션을 둘러리 지표로 삼는 한국은행과는 다른 모습. => 최근 블로그 글 "(보고서) 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참조)

최근 미 연준은 작년 12월의 통화정책 긴축모드 유지에서 금년 3월 완화모드 전환을 발표하면서 금융시 장 참가자들의 혼란을 초래하였음. 이러한 통화정책 모드의 180도 선회 요인으로는 금융여건 악화, 디플레이션 기대심리 형성, 세계경제의 하방압력 가중, 실물경제의 침체국면 진입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완화모드,  옹호론적인 연준 부의장 임명 등이 지적되고 있음. 이들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의 기준금리는 적어도 금년 말까지 현행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임.

■ 최근 미 연준(Fed)은 통화정책을 급작스럽게 긴축모드에서 완화모드로 전환한다고 공표하면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혼란을 초래하였음
  • 작년 12월 말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FFR) 목표치 하한 및 상한을 2.25~2.50%로 0.25%p씩 인상하면서 금년 말까지 세 차례 추가 인상(긴축모드 유지)을 통해 기준금리 목표지 하한 및 상한을 3.00~3.25%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음.
  • 이와 더불어 국채와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차대조표자산을 무기한으로 매월 최대 500억 달러씩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혔음.
  • 그러다가 6주 후 1월 말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함과 아울러 조만간 대차대조표자산 축소를 중단할 의사를 내비졌으며, 3월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개최 직후에는 금년에는 기준금리 인상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9월경 대차대조표자산 축소 를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함.
  • 기준금리는 실물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참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인 중립금리(neutral rate) 하한에 육박함

■ 이러한 연준의 통화정책 모드 180도 선회를 야기한 요인으로는 다음의 몇 가지가 지적되고 있음
  • 첫째, 작년 12월 말 긴축모드 유지 발표 이후 세계 주식시장의 조정국면이 심화되고 고수익채권(high-yield bond)이나 투기등급 기업대출(leveraged loan)을 중심으로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등 금융여건(financial condition)이 악화되면서 정책입안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음.
  • 둘째, 작년 하반기 이후 연준이 통화정책 참고지표로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ersonal consumer expenditure price index) 상승률이 목표치 2%에 미달하였을 뿐 아니라 1.8% 근방으로 둔화되기조차 하면서, 지속적인 실업률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inflation expectation)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오히려 디플레이션 기대심리(deflation expectation)가 형성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통화정책 긴축모드를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음.
  • 셋째,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마찰 확대, 유럽연합(EU) • 중국 • 일본의 GDP성장률 둔화,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적인 행정폐쇄, 신흥국시장의 취약성 노정, 영국의 안전장치 없는 EU 탈퇴 우려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압력이 가중됨.
  • 넷째, 그동안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상 유보 요구 등 정치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으로서의 통화정책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긴축기조를 고수해왔으나, 실물 경제의 침체국면 진입이 가시화되거나 현실화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부담감이 증대됨.
  • 다섯째, 콜롬비아대학교 리처드 클라리다(Richard Clarida) 경제학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과 의회 인준을 거쳐 연준 부의장으로 임명되면서 비경제학자 출신으로 중립적이거나 비둘기 파로 분류되는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음.
■ 저물가 고착화와 금융여건 악화 속에서 리처드 클라리다 교수의 연준 부의장 임명은 통화정책을 완화모드로 전환시기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미묘한 방식으로 통화정책 완화모드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 로 예상되고 있음 
  • 우선 클라리다 부의장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에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 평탄화(flattening of the Phillips curve)는 일시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견해에 동조하고 있음.
  • 여타 일부 연준 위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필립스곡선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normalizing the monetary policy)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음.
  • 그러나 클라리다 교수의 부의장 임명으로 인해 필립스곡선에서 실업률 하락이 갖는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실제적인 물가 동향이나 추세(actual inflation trend)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음.
  • 더욱이 여타 일부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1.75~2.00%로 매우 낮게 설정하고 있는 반면 클라리다 부의장은 파월 의장과 마찬가지로 감세정책, 규제완화정책, 기술혁신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음.
  • 현재 클라리다 부의장은 물가안정목표제의 운영방식 개선과 관련하여 ①물가상승률 목표치의 상향조정, ②물가수준목표제, ③평균물가목표제 등 3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설정을 통해 통화정책 완화모드를 보다 장기화하여 충분한 수준의 기준금리를 확보함으로써 차기 경기침제 국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
■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모드 180도 선회 초래 요인, 필립스곡선의 평탄화 해석, 물가안정 목표제의 개선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금년 말까지 현행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임 
  •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의 원만한 봉합, 미국경제의 역동성 강화, 중국경제의 연착륙 성공 및 지속가능 성장모델 구축, 영국의 합의 없는 EU 탈퇴 우려 불식, 독일을 주축으로 한 유로 지역 국가들의 실효성 있는 경기진작대책 시행 등이 전제되는 경우 내년 하반기 통화정책 긴축 모드 전환으로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