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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인구 고령화로 부동산 매물 쏟아진다더니...실제 벌어지는 일

경제학 등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말로 내가 가장 강조하는 말이 바로 "정말 확실하지 않는 한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오스트리아 태생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가 1974년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제목으로 사용한 "Pretence of Knowledge"라는 문구를 내가 적절하게 의역한 것이다 (관련 글 보기 ⇒ 클릭).

지금까지 번역가들은 대체로 "지식의 오만" 등으로 번역해 왔는데, 나는 원문에서 하이에크가 지적하려 한 뜻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뭔가 안다고 하는 생각" 그 자체를 지적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학 연구자들은 어쩌면 "끝까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한다.

연구 대상으로서의 사회 현상은 있는 그대로 연구할 수 없는 성격을 띈다. 단순화할 수 없거나 수시로 변화하거나 아직 벌어지지 않은 현상이 연구 대상이기에 그럴 것이다. 더구나, 탁상행정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연구자들이 연구 대상이 되는 사회 현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오랜 기간 그 현상의 주인공 역할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나 노령 인구에 관한 분석이나 정책 등이 발표될 때마다 저자(작자)가 너무도 자신있게 어떤 결론을 주장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확신이 들기보다는 의구심이 더 들곤 한다. 특히, 지금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가 은퇴하고 경제활동을 중단하면 결국 부동산 자산을 처분해 생활을 영위할텐데, 문제는 이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기에 부동산 시장에 매도 물량이 급증하고 가격은 떨어지리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런 추세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 한국의 경제 정책 담당자들과 젊은 세대는 앞으로 어떤 정책을 만들고 어떤 투자 습관을 가져야 할까?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 (Ⅰ): 고령화가 가계 자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본 블로그에서는 보고서 요약 부분을 소개하며, 맨 아래에 보고서 전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한다.

(사진 출처: palmdesert.com)

우리나라의 미래는 근로 연령층 1명이 65세 이상 고령층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인구구조 고령화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계의 자산 보유규모 및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전적인 이론을 그대로 따르면 고령가구는 자산을 빠르게 소진한다. 그러나 다른나라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고령가구도 자산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관찰된다.

특정 시점에서의 연령 그룹별 비교는 연령효과와 세대효과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문헌이 제시하는 실증분석 모형을 차용해 가계 자산보유에 대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를 추정하였다. 

그 결과 가계는 75세가 넘어도 총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시점 대비 87% 수준까지 보유할 정도로 자산소진에 소극적이었다. 우리나라 가계의 강력한 부동산 보유 성향은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까지 자산소진을 늦추고 있다. 이와 달리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는 60세부터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연령효과는 가계의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자본시장의 진화가 계속되어 시장의 토대가 튼튼해지고 신뢰가 강해진다면, 새로운 세대들의 자본시장 참여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양(+)의 세대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즉, 2007~2021년의 자본시장자산 보유 패턴이 유지된다면, 새로운 세대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그동안 급속도로 진행된 공모펀드시장의 붕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정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그리고 미래 가구주 연령대별 가구수 추계치 등을 이용하여 미래 가계의 자산 보유규모를 전망한 결과, 총자산, 순자산, 부동산, 총금융자산 등은 증가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는 2034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의 자본시장 참여율은 30대 초반을 정점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참여자의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는 나이가 들어도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따라서 가계의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전연령대에서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를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주식시장의 위험 프리미엄 창출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주주중심 기업 문화 정착, 기업 지배구조 개선, 혁신산업 성장 등 힘들고 지난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위험한 단기 모멘텀 투자에 몰두하는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시장대표지수에 투자하는 문화 정착도 필요하다. 

연금저축계좌, ISA 등 세제혜택계좌의 가입동기를 대폭 확대해 젊은 세대의 가입을 유도함과 동시에 연금소득 방식의 인출을 통해 고령자들도 계좌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가계가 오랫동안 자본시장에 참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증권회사 및 자산운용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목차》
Ⅰ. 서론
Ⅱ. 이론적 배경과 실증문헌
1. 인구구조 고령화와 가계의 자산보유 규모 
2. 인구구조 고령화와 위험자산 선택
Ⅲ. 가계의 소득, 지출 및 자산구조 변화
1. 소득, 지출 및 저축 
2. 소득 구성 
3. 총자산 규모 및 구성 
4. 금융자산 유형별 구성 비율 
5. 소결
Ⅳ. 연령 및 세대효과 추정과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
1. 분석 모형 
2. 소득, 소비 및 저축에 대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3. 자산 및 부채 보유에 대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4. 자본시장 참여율 및 참여조건부 보유에 대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5. 자산보유에 대한 분위별 연령효과 
6. 가구의 연령 및 세대구조 변화에 따른 자산규모 변화 
Ⅴ. 결론 및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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