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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이너스 금리의 원리와 실제, 그리고 속임수

경제 기사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마이너스 금리'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다. 금리(이자율)는 돈을 빌려 본 사람이라면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할지 몰라도 금리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 안다. 백과사전은 금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금리는 자금시장에서 구체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자금의 사용료 또는 임대료이다. 자금을 대출할 때는 대출해 주는 사람이 차용하는 사람에게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그 외에도 대출에 소요되는 각종 수수료, 위험부담을 위한 보험료, 원금을 반환할 시기의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손실에 대비하는 보상금 등을 부과하기도 한다.
금리에는 이처럼 네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자금의 사용료인 금리만을 가리켜서 순수금리라 하는데, 그것은, 금리의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자금의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정해지는 금리가 주로 이 부분이다. 대출 후에 일정한 기간 동안 수수되는 금리의 원금에 대한 비율을 이자율이라 하는데, 1년에 대한 이자비율을 연리, 1개월에 대한 비율을 월리라고 한다. (두산백과)
즉 금리란 돈을 빌려주는 쪽이 빌리는 쪽에 부과하는 돈을 원금에 대비해서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부과'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자는 일정 금액의 돈이다. 그런데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개념 자체가 조금 복잡해진다. 돈을 빌려주는 쪽이 그 대가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빌린 쪽에게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유로존 등 몇몇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0%로 낮추고 시장금리도 상한을 억제하면서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서 등장했다. "돈을 빌려 가려는 수요가 없으니 웃돈을 얹어서라도 돈을 빌려주려는 움직임이 있다"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원리나 함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언론 매체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관한 기사를 아무리 읽어 봐도 원리나 함의까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런 가운데 지인(Kiwon Lee)의 글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의 기원, 원리, 실제 사례, 그리고 그 함축적 의미까지 잘 설명한 책을 접하게 됐다. 《마이너스 금리의 경고》(도쿠가츠 레이코 지음, 유주현 옮김)는 저자가 증권 및 투자업계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어서 그런지 가급적 현학적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중요한 개념과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책의 구성도 업계 중역이 학생들에게 설명하듯 "1장 왜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발생하는가?,  2장 마이너스 금리의 서막, 점점 낮아지는 금리, 3장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 4장 금융·경제의 침식은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 5장 재팬 프리미엄이 드러내는 일본 경제의 현실" 등 마이너스 금리의 등장부터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일본 경제에 주는 함의까지 잘 짜여 있다.

특히 다음 구절들은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잘못 알고 있거나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을 바로잡거나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금리란 본래 혼자서는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비용과 엮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p59)
"달러 조달 프리미엄이 엔화 마이너스 금리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p69)
"즉, 국채라는 자산이 상품과 닮은 성격을 띠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중략) 보유수익이 없어도 매매차익을 노린다는 것은 살짝 오해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적인 측면이 나온다. (중략) 마이너스 금리는 국채거래를 투자에서 투기로 바꿔 버릴 수 있다." (pp80-81)
"양적완화는 (중략) 손해만 없다면 당장 시험해볼 만한 다른 경기자극책이 없다는 이유로 허용되어온 면이 있다. 구로다 총재는 준비예금이라는 미끼로 실물경제가 좋아진다고 믿게 하는 '낚시성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절의 입구가 근사하면 복을 받고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일 것이다." (p87)
"머니타이제이션의 역사적 결말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강렬한 고통이었기에 머니타이제이션이라는 단어는 금기어가 되고 (중략) 중앙은행이 그러한 민간의 리스크를 부담한 시점에서 이미 금융정책은 재정정책을 떠맡게 되기 때문에 결국은 머니타이제이션의 연장이 되는 셈이다." (pp89-91)
"'테크니컬, 테크니컬'이라며 특별취급하고 있는 사이에 실제로는 펀더멘털이 테크니컬에 접근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중략) 펀더멘털한 금리 저하 요인, 그것은 구조적인 저성장으로의 이행이다." (p101)
"실질금리는 장기적으로 실질성장률에 수렴하게 돼 있다.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들어 실질성장률이 플러스가 되어 가도록 촉진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p105)
"돈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경제성장을 만드는 것은 사람의 노동이다. 기계 등도 성장에 기여하지만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이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이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종합적으로는 노동력 투입의 증가가 곧 경제성장이 된다." (p106)
"마이너스 금리가 디플레 탈각에 효과를 발휘하기는커녕, 형태를 바꿔 디플레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 (p147)
"해외투자가는 실질적으로 일본국채에 보다 높은 이율을 요구하고, 실제로 그것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채의 '폭락'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p189)
"(일본의) 소버린 리스크가 높아져 있는데도 금리가 낮은 것이 아니라, 소버린 리스크가 높아져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누르는 정책이 취해지고 있는 것이다." (p196)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서서히 국가의 빚이 국민의 자산으로 조금씩 강제적으로 메워져 가는 형태가 되면 경제가 모르는 사이에 점점 쇠약해져 어느 순간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런 전개가 어떤 의미에서 파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p201)
"일본국채는 9할이 일본은행을 포함해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것을 (중략) 그러나 그 말은 파탄이 난 경우에 가장 괴로운 것은 국민 자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p284)
이 밖에도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고 또다시 읽은 부분이 많이 있지만 이 정도로 직접 인용은 마치기로 하겠다. 그런데 이 책의 번역본 제목에 있는 "경고"가 누구를 향한, 어떤 내용의 경고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에서 찾을 수 없다. 그 궁금증은 이 책의 원제가 "マイナス金利―ハイパー・インフレよりも怖い日本経済の末路(마이너스 금리 - 하이퍼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일본 경제의 말로)"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풀린다. 저자는 일본 경제가 지금처럼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인구가 줄고 생산성 향상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재정 투입과 막대한 시장 개입으로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결국 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사람이고, 사람을 노동시장에서, 더 나아가 자기 나라에서 떠나게 한다면 경제는 파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한국도 귀담아들어야 하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2016년 소개했던 《마이너스  금리시대》(임승규, 문홍철 공저)도 다시 소개하고 싶다. (⇒ (책소개) 마이너스 금리시대: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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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도쿠가츠 레이코
  • 역자: 유주현
  • 감수: 이성규
  • 출판사: 다온북스
  • 발행: 2016년 06월 10일
  • 쪽수: 304
  • 제품구성: 전1권
  • ISBN: 9791185439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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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제: マイナス金利―ハイパー・インフレよりも怖い日本経済の末路(마이너스 금리 - 하이퍼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일본 경제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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