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이후 초장기간에 걸친 한국 원화 실질 가치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소개한다. 다트머스대학의 더글라스 어윈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모리스 옵스펠드 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논문(제목 『Understanding Korea’s LongRun Real Exchange Rate Behavior』)은 워싱턴DC 소재 경제정책연구소(CEPR)에는 유료로 판매되고 있는데 피터슨경제연구소(PIIE)에는 논문이 공개돼 있다.
이 블로그에는 논문의 요약 부분과 결론 부분만 발췌·번역해 소개하고 원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한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 경쟁력 상승과 기술 발전 양상 등을 고려할 때 원화의 실질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모습이 수수께끼라고 판단하고 그 배경을 규명하려 노력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한국 원화 가치 약화가 한국의 자본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해외 자산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링크만 맨 아래 소개한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요약)
한국 원화의 실질 가치는 1980년대 이후 ±20% 범위 변동폭을 띄며 지속적으로 완만한 하향 추세를 보였다. 교역재 부문에서 생산성의 급속한 개선을 이룩한 나라의 경우 장기간 통화 가치가 절상할 것이라는 HBS 이론에 비춰볼 때 이런 추세는 의외다. 우리는 이런 원화 실질 가치 변화의 배경을 내부 가격 요인(비교역재 상대 가격)과 외부 가격 요인(교역 소비재의 국제 상대 가격)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그 결과 원화 실질 가치 변동성은 외부 가격 요인 변화에 압도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통화 가치 변화가 실질 가치에 중기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볼 때 명목 통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폭을 완화하기 위한 한국 당국의 개입 정책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1985-2023년 사이의 초장기 분석 결과 원화 실질 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은 내부 가격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결론 요약)
- 이 논문은 1960년대 이후,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와 새로운 통화정책 방식을 도입한 2000년 이후 한국의 실질 환율 변화 추이와 양상을 집중 연구한 결과
- 한국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기술 발전을 이룩한 나라의 경우 대다수 국제경제학자는 해당국 실질 통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절상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
- 하지만 어떤 분석 지표를 적용하더라도 예상했던 통화 절상은 확인되지 않는 한국만의 수수께끼가 제기됨
- 미국과의 교역재 및 비교역재 부문 생산성 격차 변화는 일부 기간에만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냄
- 실질 통화 가치 변화를 내부 가격(교역재의 상대가격)과 외부 가격(교역이 이루어진 소비재의 상대가격, 혹은 교역조건)으로 나누어 분석해 보니 외부 가격이 장기간 분석에서도 실질 통화 가치 변화에 가장 큰 변수인 것으로 나타남
- 그 이유는 명목환율 변화에 기인하며 교역조건보다 변동성이 큰 이유는 수출기업들의 시장별 가격결정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인 듯함
- 결국,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듯이, 실질 통화 가치는 이론적으로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되는 기저 요인들보다 명목 통화 가치 변동에 더 영향을 받으며, 명목 통화 가치 변동에 따른 변동은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됨
- 그러나,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비교역재 가격이 하향 추세를 보인 점이 1980년대 중반, 특히 2008년 이후 장기간에 걸친 달러-원 환율 변동 추이에 핵심 요인임
- 위와 같은 분석 결과에 따른 정책적 함의로는 첫째, 명목 통화 가치 변화는 실질 통화 가치와 교역재의 국내 생산자들의 경쟁력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며, 그에 따라 금융 충격 등에 의한 명목 통화 가치 변동은 반감기가 최장 2.5년에 이를 정도로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 이는 한국의 양방향 환율 변동폭 대응 전략이 현명한 전략이라는 의미를 지님.
- 둘째, 미국과 한국의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같은 상황에서 장기 명목 통화 가치는 장기 실질 통화 가치에 지배되므로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 기조적인 실질 통화 가치 변화에 경계해야 함. 그러려면 부분적으로는 환율 충격의 근원적인 요인을 규명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은 아님. 더구나, 실질 통화 가치 변동은 다양한 국내 왜곡 요인들의 영향 때문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비교역재 부문에서는 실질 임금이 지나치게 억제돼 있는 반면에 교역재 부문에서는 국내 가격이 너무 높고 따라서 임금 수준도 지나치게 높을 가능성이 있음. 기술 변화의 속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됨. 한국의 부문별 임금 격차가 큰 것은 한국이 역내 다른 나라들보다 불평등도가 높은 배경이 됨. 이러한 왜곡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소지는 있으나, 그런 왜곡 상황이 실질 통화 가치에 얼마나, 어떤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
- 이런 논의 결과는 한국의 대외 불균형에도 함의를 지님. 즉, 임금 및 가격 왜곡 상황이 해소되면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비교역재 생산이 증가하는 쪽으로 경제 구조가 바뀔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되고 원화 가치는 하락(원문에는 upward pressure라고 돼 있는데 환율 상승을 의미하는 듯 - 역자 주)할 수 있음.
▶ 논문 전문(PDF 파일 열림): Understanding Korea’s LongRun Real Exchange Rate Behavior
▶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보기: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현황과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