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사견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14일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했다. 지난 5월 회의에서 시장 참가자들 대다수의 동결 전망과는 달리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여섯 달째 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이날 결정은 로이터통신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의 예상과 부합한 것이어서 서울 금융시장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그 추이가 여전히 완만하고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가팔라질 요인보다 느려질 요인이 여전히 더 많은 상황인데다가, 환율이나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도 금리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정례 기자회견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기대한 것 가운데 최소한 한 가지는 실망스러웠다.
지난 5월 회의에서는 내년 3월 말 임기 종료를 여러 달 앞두고 금통위원 가운데 한 명의 느닷없는 입장 변경으로 김 총재는 자신의 주장이 꺾인 경험을 했다. 직접 이같은 표현을 한 적은 없지만 당일 인하 표결을 했느냐는 질문에 "총재는 소수 의견에 설 수 없다"고 답한 것과 그의 평소 동결 지론 등을 감안하면 본인은 인하에 동의하지 않지만 총재가 소수 의견을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결 표결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판단된다.
이후 김 총재는 일찌감치 "레임덕" 신세가 됐다. (필자의 관련 글 => 험난해지는 정책여건, 그런데 한은 총재는 벌써 레임덕?) 임명 당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 참모 출신이라는 점 등으로 친정부적인 성향으로 분류됐던 김 총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회의에서 일찌감치 레임덕 총재 신세가 된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했다. 이런 김 총재로서는 14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이후 장기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있는 견해를 피력하기는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안정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추가되긴 했지만 엄연히 인플레이션의 안정적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현직 수장으로서 최소한 인플레이션 전망이 번번히 빗나가고 있는 점,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 범위를 심하게 밑도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한 김 총재의 침묵은 다소 실망스럽다. (필자의 관련 글과 그래프 => 디플레이션 위험과 한국은행의 "소통" 능력)
이미 어긋난 전망은 어쩔 수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해외 동향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구나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정확히 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한 진솔한 설명과 또 필요하면 유감 표명도 할 수 있고, 나아가 향후 전망의 정확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권위는 정치권의 압력에 저항하고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한국은행이 관장하는 최대 지표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더욱 가다듬는 것이다. 여기서 통제력이란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가능한 한 정확히 전망하고 바람직한 범위를 벗어날 경우 이를 시정할 정책을 적시에 취할 수 있는 자신감 및 능력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오늘, 11월14일, 김중수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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