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글 『What’s Wrong With Negative Rates?』를 요약ㆍ번역해 소개한다. 다소 의역이 포함돼 있다.)
당초 올해 세계 경제는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온, 그리고 최근에는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근본 문제는 바로 세계 전체 경제의 총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그리고 몇몇 다른 중앙은행들은 금리가 0% 아래로 갈 수는 없다는 상식을 깨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속속 채택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주요 경제국 가운데 어느 한 곳도 성장률이 높아지고 완전고용이 달성됐다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등 일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현상이 벌어지기까지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의 중앙은행 정책 모델과 사고방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오늘날 중앙은행 정책은 여전히 과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겉모습은 약간 수정이 가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를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에 따라 0% 금리가 효과를 내지 못하면 금리를 그 아래로 더 내리면 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그 폭은 -2%까지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기업 투자는 오히려 정체를 보였다. OECD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모두 최근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최근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금리를 낮추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생각은 맞지 않다.
이미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과잉 설비까지 계산할 경우 수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금리가 내려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투자를 늘릴까? 진짜 문제는 중소기업은 과거에도 그렇고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현재도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 은행들은 중앙은행들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국채에 대한 실질금리가 -3%나 -4% 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은행들은 수익성에 압박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규제 당국이 조금만 틈을 보여도 대출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싶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대출은 감소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문제는 더 있다.
첫째, 초저금리 시대에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본집약도가 높은 곳에 투자를 늘리려 할 것이다. 이런 투자는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이자 소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노년층에 대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게 되며 이들은 그 결과 소비를 줄이게 된다. 이들이 소비를 줄이는 규모는 저금리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소비를 늘리는 것보다 크다. 따라서 전체적인 총수요를 더욱 압박하게 된다. 셋째,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며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금융 불안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라는 단순한 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돈의 흐름을 개선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돈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거대 금융기관의 방만한 영업 행태로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됐지만 아직도 중앙은행들은 거대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고용, 나아가 성장을 회복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많은 소규모 은행들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고 고용이 늘어나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정책 방식으로는 중앙은행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역할도 하지 못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 기고문 영문 전문: http://prosyn.org/2PkFo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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