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공유.)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무역전쟁에 따른 보복조치일까?》
얼마 전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요지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중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대응해서 미국 국채를 팔아 치우는 일종의 ‘보복’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도 외교적 노력 이외에 별 다른 손을 쓰지 못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이번 조치는 속이 시원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게 계속될지 또 더 나아가 정말 중국의 보복조치였는지에 대해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미국 재무부 통계를 다운 받아 분석해 보았다.
먼저 아래의 <그림>은 중국과 일본의 2001년 이후 미국 채권에 대한 누적 순매수 규모를 보여주는데, 두 나라 모두 2013~2014년을 전후해서 미국 국채 보유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두 나라가 모두 줄여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된 것을 보면, 얼마나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수세가 강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요지는 최근 중국이 한 달 사이에 100억 달러 정도 미국 국채를 팔았다 해도, 역사적인 매매에 비춰보면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에서 중국이 채권을 매도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자.
아래의 <그림>은 중국의 외환보유고와 미국 채권에 대한 누적 순매수를 함께 표시한 것인데, 한 가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에 대해 어떤 강한 포지션을 (선제적으로) 취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 미국 국채를 늘리며, 반대로 ‘핫머니’가 유출되면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 결국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미국 국채에 대해 중국이 어떤 특정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2014~2016년처럼 대규모의 자금이 유출되며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때에는 미국 국채를 급하게 줄이며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매수 수요에 대응했지만, 2017년 이후에는 외환보유고도 조금이지만 늘어나고 또 (누적 데이터를 보면) 미국 국채에 대해 어떤 포지션을 구축하려는 징후도 찾기 힘들다.
물론 앞으로 중국과 미국 두 나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경우, 중국이 작심하고 거의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공격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중국이 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가 ‘두 나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 단행될 선택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래의 <그림>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수출비중이 늘어나는 시기가 항상 중국 경제 호황이었다.
수출이 잘되면 고용도 늘어나고, 기업들의 투자도 집행되기에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저축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중국경제 상황에서, 내수시장은 아직 급격히 높아진 기업들의 생산 능력을 충족시키기는 역부족이라 판단된다.
상황이 이런데, 미국 채권을 공격적으로 매도해 금리 급등을 유발한다는 것은 중국에게도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왜냐하면 금리 급등으로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수출 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감정이 극도로 약화되고 특히 다른 수단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런 식의 선택을 단행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중국이 보유한 카드가 많다. WTO 제소부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혹은 항공기 주문에 대한 취소 등 다양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는데 곧바로 ‘공격적인 채권 매각’이라는 강수를 둘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전쟁, 이에 맞선 중국의 미 국채 매도는 관람객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일이지 모르지만, 양국 국민들의 삶을 파괴할 위험을 지니고 있는 만큼 신중한 분석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
★
▶블로그 검색◀
▶최근 30일간 인기 글◀
-
세계 최대 가전 및 IT 전시회인 CES에 올해도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행사 주최자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집계에 따르면 올해 관람객은 총 14만1천 명 이상으로 지난해(13만5천명)보다 약 5% 늘어난 수준이다. 2024년에는 참가...
-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세계 최강대국 및 최대 경제를 총지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논리에 기초한 정책을 서슴없이 발표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런 부분이 오히려 ...
-
지난해 달러 초강세 현상으로 한국 등 신흥국 대부분이 고환율로 몸살을 앓았다. 환율 등 가격변수는 사람으로 치면 체온과 같아서, 체온이 올라가면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환율이 너무 빠르게, 너무 높이 오르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럴 ...
-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보고서 원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국가의 사회감시 체계 현황과 주요 쟁점』이다.) 《디지털 감시기술 현황》 최근 美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
-
경제학 등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말로 내가 가장 강조하는 말이 바로 "정말 확실하지 않는 한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오스트리아 태생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가 1974...
-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최근 발간한 『주요국과 환경 및 역량 비교를 통한 국내 AI 반도체 산업 발전 방향』 보고서의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관련 주제에 관한 글은 아주 귀한 것은 아니지만, 이 보고서는 최근 동향까지 담고 있으며, 국가별 비교...
-
중국 DeepSeek 돌풍 이후 수많은 기사와 논평, 그리고 보고서가 발간됐다. 그 가운데 비교적 최근 나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DeepSeek의 AI 모델과 반도체산업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말 그대로 중대 사...
-
딥시크라는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가 세계 금융시장과 AI 업계 전체를 흔들어놓았지만, 올해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화두는 단연 에이전트형 AI다. 기관이나 전문가에 따라 AI 에이전트(AI agent), 혹은 에이전트형 AI(agentic AI) ...
-
글로벌 IT·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2025년을 기점으로 상용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리라는 전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CES 2025 전시회 기간 엔비디아는 휴머노이...
-
과거에도 한국은행은 연구 보고서 형태로 큰 주제에 관한 알찬 정보를 많이 제시해 왔는데, 최근 들어 블로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구 보고서만큼 무겁지 않으면서도 경제 주체들이 눈여겨봐야 할 주제들에 관한 이해를 도와줄 만한 글을 자주 발간하고 있다...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AI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한국은행
블록체인
가상화폐
국제금융센터
환율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인공지능
북한
외환
반도체
중국
미국
인구
한은
생성형AI
증시
논평
에너지
자본시장연구원
정치
하이투자증권
금리
코로나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산업연구원
중동
한국금융연구원
채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국회입법조사처
자동차
칼럼
AI반도체
ICO
인플레이션
한국
IBK투자증권
KIEP
로봇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전기차
지정학
BIS
KIET
NIA
TheKoreaHerald
로봇산업
분쟁
브렉시트
트럼프
현대경제연구원
CRE
IITP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중앙은행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iM증권
경제학
고용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금
금융
기후변화
달러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씨티그룹
아르헨티나
에이전트AI
엔
연금
외환시장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휴머노이드
AGI
BOK
Bernanke
CBDC
CEPR
CES2025
DRAM
DeepSeek
ESG
FT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ARS
NIPA
NIST
NYSBA
ODA
RSU
SNS
WEF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기준금리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산업용로봇
삼프로TV
석유화학
세계경제포럼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에그플레이션
에이전트형AI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자율주행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금융연구소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