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내용 중 주요 부분.)
《단시간 근로자들의 규모》
[그림 1]에서는 1980~2017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월별조사」를 이용하여 시간별 취업자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53시간 초과 취업자(more than 53 hours)는 1980~1991년 동안 변동은 있었지만, 1981년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전체 취업자의 50% 이상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53시간 초과 취업자 비중이 큰 폭으로 하락하여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에 39.67%까지 하락하였다. 외환위기 직후, 53시간 초과 취업자 비중은 다소 상승하였으나, 2001년부터 최근 2017년까지 (2014년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감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8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less than 18 hours)은 1980~1997년에 2% 미만이었다가 1998년 이후부터 증가하여 2017년에는 5%에 이른다. 절대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시간에 따른 18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의 변동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의 변동성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53시간 초과 취업자 비중의 변동성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임을 알 수 있다.
1980년 이후부터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이 늘고, 53시간 초과 취업자 비중이 줄어든 것을 통하여 동일 기간 내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줄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림 2]를 통해 이러한 예상이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그림 2]에서는 「경제활동인구조사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이하, 경활부가조사)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관찰되는 임금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을 정규직·비정규직 고용형태별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2]에서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구체적인 근로시간 감소분은 데이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경활부가조사([그림 2]의 (a))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07~2017년 동안 9.7% 감소한 반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그림 2]의 (b))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동일 기간 10.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평균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정규직 근로자보다 더 짧으며, 이러한 현상은 데이터나 시점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 내의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거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자체가 감소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대체로 2004~2017년 동안 꾸준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2010년 이후 그 감소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2015년에 다소 상승했다가 2015~2017년에 2010~2015년과 유사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특정 시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시간과 경기적 요인 간의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넷째, 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2004년 대비 2017년 기간에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해당 기간 동안의 근로시간 감소 추세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같이 단조적(monotonic)이지 않다. 특히 2008~2010년에는 근로시간 증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기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정규직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채널 중의 하나로서, 경기불황으로 고용 규모가 축소된 결과 기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규직 근로자의 노동강도가 높아진 경우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단시간 근로자들의 증가가 단순히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과는 구분되며, 단시간 일자리라는 일자리 형태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법 실행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일 수 있다. 반면, 단시간 근로자들은 이러한 법정 근로시간 단축법의 직접적 영향군이 아니므로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요컨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요인과 단시간 근로자를 양산하는 요인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외 국가와의 비교》
단시간 근로자의 증가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상당수의 OECD 회원국들이 오래 전부터 경험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림 3]은 OECD 평균(OECD), 프랑스(FRA), 영국(편집자 정정·GBR), 일본(JPN), 우리나라(KOR)에 대하여,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는 근로자들 중에서 30시간 미만 근로자의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 데이터는 2000년대 후반부터 OECD 데이터베이스에 제시되었기 때문에 사실 1990년부터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줄곧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은 다른 비교 국가보다 현저하게 낮다. OECD 평균의 경우 2017년 기준 약 17%, 일본은 약 22%, 독일은 23%, 프랑스는 14%가량인 반면, 우리나라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은 13%가 채 되지 않는다.
국가별 변화 양상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경우 1990년 14%에서 2017년 22%가량으로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OECD 평균치와 영국(편집자 정정)의 경우에도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그 증가율은 일본에 비해서는 완만한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1990년 후반에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이 15%에 도달한 이후부터 2010년 정도까지 감소하다가 그 이후 조금씩 증가하거나 정체된 상태이다.
[그림 4]에서 우리나라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이 다른 비교 국가에 비해 낮은 것은 주로 여성 근로자들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이 낮기 때문임을 추측하게 한다. 남성 임금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은 프랑스 수준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2011년에는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다. 반면, 여성 임금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은 다른 국가의 30시간 근로자 비중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이후, 여성 임금근로자 내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2017년 기준 OECD 평균인 대략 25%에 비해 17~18%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데다가 여성 임금근로자 내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 역시 낮기 때문에, 그 결과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단시간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 국가에 비해 낮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비교 유럽국가의 경우 단시간 노동의 기회가 많기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을 수 있고, 이것이 전반적인 경제 전체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림 5]는 이러한 가설을 어느 정도 지지하고 있다. [그림 5]의 가로축은 30시간 미만 근로자들의 비중을 의미하고, 세로축은 15~64세 사이 인구에서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여준다. 30시간 미만 근로자들의 비중이 클수록 경제활동 참가율의 비율이 커지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은 많은 국가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장려하고, 일자리 쪼개기를 통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단시간 일자리 창출을 장려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단시간 근로자 증가 추세 메커니즘 검토》
단시간 일자리가 증가하게 된 메커니즘에는 어떠한 것들이 존재하는가? <표 1>에서는 단시간 노동이 증가하게 된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노동수요, 노동공급, 노동시장 제도와 관련된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수요 요인으로 먼저 기업이 노동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단시간 노동자를 늘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각종 수당이나 사회보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주당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퇴직급여를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장 경쟁의 생태계 자체가 변화함에 따라 노사관계 및 근로계약의 형태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본투자 등을 통한 노동생산성을 향상하여 전일제 근로자가 아닌 단시간 근로자만으로 사업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기업이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수요가 존재하는 시간에만 근로자를 고용하기를 희망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일제 근로자보다는 특정 시간대의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시간 근로자를 더 선호하게 된다.
다음으로 노동공급 요인을 검토해보자. 먼저 일·가정 양립 욕구로 인하여 근로자 스스로 근로시간이 짧은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자녀양육·교육 측면의 부담이 높은 여성 근로자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그림 5]에서 살펴본 것처럼 단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가구주가 은퇴하거나 가구주가 전일제 일자리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 기존에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가구원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때, 비교적 시장 진입이 용이한 단시간 일자리를 얻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 제도 및 정책 측면을 검토해 보자. 근로장려금 확대, 최저임금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법, 직접일자리 정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제도 및 정책의 본래 취지와는 상관없이 단시간 일자리 확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장려금은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가율을 높이기 위하여 고안된 복지제도인데, 가구의 소득수준에 따라 근로소득이 한계적으로(marginally) 늘어날 때 근로장려금 금액이 늘어나거나(점증구간), 그대로이거나(평탄구간), 줄어들게 된다(점감구간). 잠재적인 근로장려금 대상가구의 경우 근로장려금 수급 금액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비경제활동 상태에서 경제활동 상태로 전환하거나, 현재의 근로소득이 점증·평탄·점감 구간 중 어떤 구간에 속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근로소득을 다소 조정할 유인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인 근로장려금 대상자들은 노동시장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근로시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단시간 일자리를 선호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거나 법정 근로시간 단축법이 실시되는 경우에도 각 정책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단시간 일자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정책이 노동 사용에 대한 사용자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 궁극적으로 기업이 장·단기적으로 노동수요를 줄이려는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기업은 기술발전, 무역화와 더불어 노동시장 제도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도 노동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직접일자리나 사회적 일자리 등 (광의의) 공공부문의 일자리 정책도 단시간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 취약계층에 ‘노동을 통한 복지’ 차원에서 직접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근로경험의 기회를 쌓고 일정한 소득을 보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에 굳이 전일제 일자리를 설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일 가정 양립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단시간 일자리 확대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 노동수요, 노동공급, 노동시장 제도 관점에서 단시간 근로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할 만한 요인들을 검토해 보았다. 본절에서는 단시간 근로자 증가 메커니즘을 편의상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였으나,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노동시장 제도 및 정책적 조치는 간접적으로는 기업의 노동수요 축소 유인을 강화(노동수요 요인)시키거나 근로자들의 단시간 일자리에 대한 선호를 높일 수 있다(노동공급 요인).
《결론 및 정책 함의》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80~2017년 동안 53시간 초과 근로자 비중은 현저하게 줄고, 동 기간 36시간 미만 근로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독일, 프랑스, 일본, OECD 평균치와 우리나라의 단시간 근로자 비중을 살펴볼 때, 이들 주요국에서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2010년 이후 점차 줄어든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해당 해외 국가에서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2010년대 초반에 이미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더 이상 증가할 여력이 제한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 시점 기준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상당히 낮았기에 추가적으로 높아질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기 언급한 국가 대비 우리나라의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상당히 낮은데, 이는 단시간 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단시간 근로자 비중과 경제활동 참가율 간에 뚜렷한 정(+)의 관계를 보이는 것을 통해 단시간 근로 기회가 고용률을 높이는 데에 기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시간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유가 자발적일 수도 있고, 비자발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데이터를 통해서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단시간 근로자 종사자의 비중이 증가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시간 근로자 증가 추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단시간 근로자 증가는 그 자체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질성이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단시간 일자리는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계약관계, 임금형태 등의 측면에서 전일제 일자리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단시간 일자리 비중의 증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전형적이거나 표준적인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함의한다.
노동시장의 이질성이 확대되는 경우, 무엇보다 기존의 고용안전망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용안전망은 표준적 일자리에서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는 반면, 단시간 근로자를 포함하여 점차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고용안전망 점검작업과 더불어 노동시장 정책과 복지정책 간 연계성을 적절히 도모하거나, 신청절차 간소화 등으로 정책에 대한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함께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시간 근로자 증가추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주요 이유 중의 하나는 불완전고용 상황에 직면한 단시간 일자리 근로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잠재적인 임금소득을 “고용기회×시간당 임금×근로시간”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임금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은 고용기회를 늘리고 시간당 노동보상을 높이는 것 외에도 (주어진 임금률하에서) ‘충분한 근로시간 동안 근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포함하는 것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용기회, 시간당 임금, 근로시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특정 노동시장 정책에 대하여 시장에서의 각 요소별 반응이 어떠할지를 사전에 충분히 예측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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