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 보고서 내용 중 주요 부분을 공유한다. 보고서 원래 제목은 『한일/미중 무역갈등의 영향과 주식 투자전략』이다. 이 보고서에서 눈에 들어오는 표현은 "기업신용도 하락" "불확실성" "투자 센티먼트에 충격" 등이다. 극일이니 독립이니 자립이니 하는 말을 강조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국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위에 예로 든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는지 궁금하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입장에서 무역갈등과 보호주의가 격해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증시는 더욱 그런데, 상장기업들 중 내수기업 비중은 작고, 수출기업 비중은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갈등의 장기화 조짐은 한국증시에 부정적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에 대해 ‘한일 기업들과 글로벌 밸류체인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긴 힘들다. 다만 일본의 수출 중단으로 인한 단기적 생산 중단 가능성은 위협적이지만, 실제로 글로벌 밸류체인을 붕괴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증시에 부정적 영향은 펀더멘탈 충격 (연간 매출액의 5% 이상 감소)보다는 갈등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기업신용도 하락, 그리고 일본의 후속 보복 조치 등의 불확실성이 투자 센티먼트에 충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증시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더 직접적인 타격이다. 중간재 수출기업이 많은 한국증시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서의 원자재 수입 문제로 겪을 불확실성보단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매출에 타격을 주는 더 현실적인 리스크이다. 이전에는 미국이 중국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중국의 카드가 다양해졌다. 중국에 결정적인 카드가 없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뿐, 이번에는 미국의 관세 협박에 쉽게 물러서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강경파인 ‘중산 상무부장’을 무역협상단에 추가한 바 있다. 중국 경제가 생각보단 악화 속도가 느리고, 화웨이 상반기 실적도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상황이다. 중국의 자신감 확대와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초조함은 이미 G20회의 전부터 드러나던 부분이다. 그만큼 중국도 미국의 위협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두 개의 무역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전략을 쓸 수 있는지 살펴보자.
동일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번 무역갈등에 따른 주가 급락은 ‘작년 10월’ 사례보다는 ‘올해 5월’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좀 더 크다.
‘작년 10월’ 사례는 ‘연준 긴축+미중 무역분쟁’이 주가 급락 (코스피 MDD -20.6%)을 초래한 것이다. 당시는 미국이 2,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부과를 발표 (9/24)했고, 10월 초 (10/3) 파월 의장이 ‘현재 금리는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있다’고 발언하여 긴축 우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었다.
‘올해 5월’ 사례는 ‘연준 중립+미중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하락 (코스피 MDD -10%)한 때를 말한다. 2019년 초 연준은 완화적 스탠스를 확인했지만, 문제는 5월 FOMC의 파월 기자회견 (5/1)이었다. 당시 연준은 물가 부진을 언급하고 초과지준 금리 (IOER)까지 5bp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월이 기자회견에서 ‘물가 하락은 일시적’이라고 언급하여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뒤이어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협상 결렬 (5/5)을 선언하며, 2,000억 달러 대중 관세율을 25%로 올리고 나머지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2,000억 달러 대중 관세 25% 인상은 5/10에 실시되었다.
무역갈등 격화라는 측면에서 지금은 ‘작년 10월’이나 ‘작년 5월’과 모두 비슷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까지 고려하면 ‘올해 5월’과 좀 더 비슷하다. 7월 FOMC의 기자 회견에서 파월이 또다시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는 측면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것도 5월과 유사하다. 당시엔 5월 말쯤 바닥을 찍고 상승했는데, 반등의 시발점이 된 것은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의 ‘보험성 금리인하’ 발언이었다. 이번에도 하락하는 증시의 반등을 위해서는 연준의 통화완화 의지 확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주목해볼 이벤트는 ‘FOMC 의사록 발표 (8/22), 잭슨홀 컨퍼런스 (8/23~24)이다.
연준 긴축과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다른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3차 글로벌 완화사이클’의 시작을 만들 것이라 판단한다. 이번 사이클은 2차 완화사이클 (2012~14년)과 비슷할 것인데, 한국증시에 상승요인은 되지 못할 것이지만, 하단을 방어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2차 완화사이클 당시 시장은 코스피를 ‘박스피’라고 불렀다. 코스피가 1,800~2.100pt 사이의 박스권에 갖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유럽사태, 그리스 총선 (시리자), 조선/ 건설 업종의 대규모 적자 등 투자자를 두려움에 떨게 한 이벤트가 많았지만, 주가 하단은 1,800pt 부근에서 형성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박스피에서도 1,900pt 이하에서는 용기를 내고 2,000pt 이상에서는 흥분하지 않았다면 박스권에서도 시장을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실제 투자에서 공포심리를 이겨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후행적으로 본다면 그것이 좋은 투자전략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대략 1,900~2,250pt (KB증권 하반기 밴드 수준)에서 박스권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 자금의 경우 2,000pt 이하에서 패닉에 동참하는 것은 단기적 성과를 좋게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 성과 측면에선 좋은 투자전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인한 단기 1차 지지선을 1,930pt로 설정한다. 1차 지지선은 금융위기 당시 PBR 저점 수준이며, ROE-PBR 매트릭스상 현재 ROE 레벨에서 발생할 수 있는 5% 이내 수준의 주가이다. 또한 3차 완화사이클이라는 점도 고려했는데, 연준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지난 20년간 고점 대비 하락폭 (MDD)은 대략 -10~-14% 정도였다는 것을 참고했다. 기존에 제시했던 1,900pt 중후반보다는 소폭 낮은 것이지만, 기술적인 계산상 문제일 뿐 기존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추가 하락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미중 무역협상의 완전 결렬이다. 완전 결렬 여부를 미리 알기는 쉽지 않지만, 통화+재정 정책을 포함한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 등을 시그널로 생각할 수 있다. ‘중국 대규모 부양책’은 트럼프 임기 내 협상 타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중국의 시그널일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무역합의를 원한다면 대규모 부양책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일본의 플라자합의 사례 때문이다. 당시 일본의 버블은 외부에서 유입된 핫머니뿐만 아니라, 일본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부양책에 따른 것이었다.
만약 중국이 무역합의를 도출하고 이에 따라 위안화절상과 금융시장 개방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규모 부양책이 아니라 긴축과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대규모 부양책을 쓴다는 것은 곧 무역합의 타결을 포기하는 시그널임과 동시에 결렬에 따른 경기충격을 방어하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 이런 조짐이 나타난다면 미중 무역합의 결렬을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하단은 훨씬 낮아질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판단하나, 아직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지는 않다.
둘째는 파월과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25bp 금리인하를 끝으로 금리 인하를 종료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가정하여 분석하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주가 하단은 훨씬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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