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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일본 경제지표 개선과 '장기간의 착시' 효과: 엔 약세 장기화 배경을 생각해 본다

일본 엔화는 달러지수를 구성하는 6개 통화에 포함될 정도로 세계 주요 통화로 분류된다. 현재 달러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화는 유로화(57.6%)이며, 엔화(13.6%)로 2위를 차지하며 영국 파운드화(11.9%), 캐나다 달러(9.1%), 스웨덴 크로네(4.2%) 및 스위스 프랑(3.6%)보다 앞선다.

이런 엔화의 강력한 지위, 엔화 자산의 절대 다수를 일본 내국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세계에 뿌려놓은 일본인의 투자 자산이 막대하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대규모 양적금융완화정책을 실시하며 1차적으로 엔화 가치를 무지막지하게 억압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피를 시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의 경제지표는 서서히 개선되고 디플레이션도 지표상으로는 끝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환율 폭등과 외환보유액 고갈, 그리고 외채 상환 불능 위험 등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일견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도쿄 주식시장의 니케이225지수가 상승하고 엔화 기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일본 경제가 마침내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사도 일부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런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엔화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할 때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엔화로 표시된 지표의 개선만으로 일본이 되살아난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의 PPP 기준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해 본 결과 미국 대비 일본의 1인당 GDP는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이후에는 개선된 것은 아니고 횡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 지표는 더디지만 계속 개선되고 있으며, 2017-2018년 일본을 앞섰다. 


일본과 한국 모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미국 인구는 증가를 지속하고 있기에 일본의 1인당 GDP가 미국과 비교해 횡보하고 있다는 것은 나쁘지는 않지만 아주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도 개선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인구가 감소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개선 속도가 둔화하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을 두고 일본 경제의 체질이 개선됐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거기에 내가 동조할 수 없다고 하는 데는 생산성 지표 면에서 일본이 뚜렷한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부분과 관련이 있다. IMF 통계를 바탕으로 미국 대비 시간당 GDP 산출액을 비교해 보면 일본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 횡보세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반등의 기미는 없다. 물론, 한국도 2018년 이후 횡보세를 보이는 점과 최근 하락 반전할 기미를 보이는 점 등은 우려할 만하다.


환율은 경제의 많은 부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경제지표다. 일본처럼 정책적으로 통화 가치를 억누르는 경우 그런 정책적인 측면까지 환율이 나타내는 것이다. 또, 일본처럼 달러지수 내 2위의 자리를 차지하는 특성도 엔화 환율에는 나타나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상당히 많은 엔화 표시 경제지표는 어떤 의미에서는 왜곡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달러화나 다른 외화 표시 거래로 일본이 벌어들인 수익을 엔화로 환산했을 때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규모가 커지게 된다. 반면, 디플레이션 심리가 지속되고 국내 통화ㆍ재정ㆍ금융 정책 여건에 따라 엔화로 나타낸 지불 부담이 커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엔화 표시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1973년 3월 브레튼우즈 체제 해체와 동시에 생겨난 달러지수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처음에는 영국 파운드, 엔,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서독 마르크, 프랑스 프랑, 네덜란드 길더, 이탈리아 리라, 벨기에 프랑 등 10개 통화로 구성됐으나, 이후 유로 등장으로 현재의 6개 통화로 변경됐다.

그런데, 중국의 세계 경제 체제 편입과 이후의 미국 무역 구조의 변화, 그리고 신흥국 중 중국, 한국, 멕시코, 그리고 브라질 등 여러 나라의 위상 강화를 반영해서 달러지수 구성 통화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래는 위 글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는 배경을 정리한 한금융연구원 보고서를 공유한다. 배경 정보로 참고할 만하다.

(사진 출처ㅣ www.livemint.com)

『엔화 약세 장기화의 원인』

일본의 엔화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공급망 재편,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금융완화정책 등에 영향을 받아 2012년 이후 약세 기조로 전환되었음. 최근에는 미일간 금리차 확대 등을 배경으로 약세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

■ 최근 일본의 엔화 가치는 전후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음.
● 주요국의 물가상승률 차이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엔화는 2024년 5월 말 현재 64.45로 1970년대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짐.
● 실질적인 가치로 비교해 보면 일본의 엔화는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하기 이전 유지했던 고정환율 1달러=360엔보다도 엔저 상태임.

■ 엔화 강세 기조가 끝나고 엔화 약세 기조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2월경부터이며, 이에는 2011년 이후의 무역수지 적자 급증, 동일본대지진 발생, 아베노믹스에 의한 양적금융완화정책 등 세 가지 사건이 배경요인으로 작용하였음.
① 2011년 이후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에너지 품목의 무역적자가 확대되었으며, 전기기기, 식료품, 의약품 등에서도 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
● 상품 무역수지의 경우 2010년 9.5조엔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1년에 소폭 적자를 낸 뒤 2014년에 10.5조엔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5.5조엔의 적자를 기록함.

② 특히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상품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는데, 이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화력발전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계가 있음.
● 당시 에너지 수입을 살펴보면 액화천연가스 수입량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26% 증가하였으며, 수입액은 배 이상으로 늘어남.
● 또한 지진의 영향으로 공급망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2013년 이후 생산기지 이전을 위해 일본 기업들의 대외직접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함.
③ 2기 아베 정부(2012~14년)에서는 아베노믹스의 하나로 일본은행(BOJ)에 의한 극단적인 금융완화정책이 도입되었으며, 이를 배경으로 엔화 약세가 본격화되는 발판을 마련함.
● 다만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확대로 인해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늘지 않고 반대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일본 경제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쉬운 경제구조로 전환됨.
■ 일본 경제는 생산성 향상과 국내 소비 · 투자를 증대시키는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고 단순히 초저금리와 엔저에 의존하는 상황을 지속함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투자자들도 해외 채권과 주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 초래됨.
● 자국 내 투자가 위축되면 일본 경제의 경쟁력도 낮아져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없으며, 금리 또한 오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음.
■ 더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완화정책을 실시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였으며, 그 결과 시중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짐.
● 중국이나 동유럽 등 신흥국의 노동력도 저렴하지 않는 등 노동력이 풍부했던 시대에서 부족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영국의 EU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은 최근 들어 정책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음.
■ 과도한 엔저를 배경으로 일본은행(BOJ)이 투기적인 움직임은 허용할 수 없다며 시장개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통화당국의 개입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기조를 바꿀 수는 없음.
● 달러 매입, 엔 매도 개입은 시장에서 엔화를 빌려 달러화로 바꾸기 때문에 얼마든지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반면 달러 매도, 엔 매입 개입은 외환보유액 감소를 초래함.
●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황임을 감안할 때 투기적인 엔 매도가 시작될 경우 일본 가계(현금 및 예금 1,100조 엔)의 자본이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에 따른 체감경기 개선 기대감에 빠져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내수회복을 목적으로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져도금리를 올리지 않음에 따라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욱 벌어져 엔저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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