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은 워낙 실시간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느라 충격이 더 컸던 측면도 있었고 그의 당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9일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하루가 지난 다음 열린 미국 금융시장은 초반 출렁임 이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도 제각기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분석을 내놓았다. 많은 보고서 가운데 KB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무순) 등 5개 증권사 보고서의 요약 부분을 정리해 소개한다.
■ KB투자증권: 『트럼피즘 (Trumpism)의 승리,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 트럼피즘의 승리: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시장 예상과 다르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승리함. 뿐만 아니라 상원, 하원에서도 공화당이 압승함.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배경은 ‘백인 남성과 고령층 지지자’ 때문. 이들은 ‘나의 일자리’가 중요하며, 이민자에게 배타적임. 지난 6월 영국의 EU탈퇴인 브렉시트와 배경이 유사함. 트럼피즘은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트럼프에 대해 열광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결국 트럼피즘이 승리함
√ 경제: 트럼프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강력한 보호무역, TPP와 FTA 등 무역협정의 재협상 등을 강조함. 미국은 전형적인 수입 및 소비국가이기에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및 국내 경제에 부정적. 또한 2012년 체결된 한미 FTA가 재협상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종 등 FTA 수혜도 소멸. 다만, 차기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수정, 협정의 재협상 등은 단기간에 시행되기 어려운 정책.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음
√ 환율: 트럼프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달러화 약세’를 주장. 이는 정책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임을 의미. 달러 약세를 위한 정책은 정부의 감세정책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정책. 이는 지난 2002년 IT 버블붕괴 이후 당시 공화당의 부시 정부가 시행한 정책임. 하지만 그로 인해 2004년 금리인상, 2006년 주택가격 하락, 결국 2008년 리먼 사태를 초래했음. 디플레이션의 일본과 디스인플레이션의 미국은 분명 다른 경제 상황임
√ 주식: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 당선은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단기 낙폭을 피할 수 없는 상황.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조정 및 수급에 따른 지수 조정 가능성을 예상. 트럼프 집권에 따른 실질적인 정책변화는 시차가 있기에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며, 공포에 의한 단기 낙폭에 대한 반등시도 기대. 다만 연말 미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반등 후 상승 역시 불투명. 중장기적으로는 변화할 미국 정책 및 대외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예상. 보호무역주의, 재정투자 등에 따라 업종별 차별화가 나올 것. 연말까지의 KOSPI 밴드의 경우, 대외 이벤트 발생에 따른 지수조정으로 PER 0.87X를 고려하여 1,887~2,054pt를 설정. 지수조정에 따른 투자전략은 1) 지수플레이, 2) 소재산업재, 3) 방산, 4) 헬스케어, 5) 바벨전략으로 배당성장 투자 등을 제시함
√ 채권: 트럼프 당선 영향의 본질은 그의 불확실성. 트럼프 경제정책의 근간인 보호무역 및 재정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미 성장률과 물가를 끌어올리고 국채발행을 늘려 금리 상승 요인.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으며,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를 의미. 트럼프가 추구하는 달러 약세와 적극적인 금리인상은 배치되지만 옐런 의장의 거취 등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국내에는 수출 타격 시 금리 하락 요인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시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한국이 트럼프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라는 것 자체가 리스크. 미, 한국 금리 상승, 하락 재료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므로 금리 방향성 전략보다는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전까지 보수적 대응 권고
■ 키움증권: 『트럼프 당선, 경제와 증시에 어떤 영향 미칠까?』
트럼프 후보 당선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지난 5월 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옐런의장을 교체할 것이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9월 1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은 정치적으로 저금리 지속"한다고 지적하는 등 연준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옐런 연준 의장은 9월 21일 FOMC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당선 이후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후보가 “지금은 미국이 분열의 상처를 묶고 하나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라며 선거전에서의 갈등을 풀기 위한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그를 지지한 저소득 백인들의 불만이 높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책방향을 둘러싼 혼란이 변동성을 높일 전망이다.
중기적으로는 한국경제는 달러강세에 따른 달러/원 환율 상승, 그리고 주식시장 강세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고물가/고금리 여건이 출현하면서 달러의 강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달러/원 환율을 올해보다 높은 수준(2017년 Core Band: 1,150~1,200원)으로 올려 놓을 것이며, 이는 한국에 가해지고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요인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국 주식시장은 단기 조정 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시장의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KOSPI PBR(12M Forward 기준)이 0.89배에 그쳐, 2009년 이후의 평균(1.04배)을 크게 밑도는 등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 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부각되는 경우, 지난 2월 도이체뱅크 사태 당시의 저점(1,830pt, PBR 0.87배)까지 추가 하락할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출단가의 반등에 힘입어 기업이익 전망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7년 상반기 중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도전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 특히 BEI가 급등하는 등 인플레 기대가 부각되는 국면에 한국의 수출주 및 가치주가 강세를 보였던 경험을 감안할 때, 이들 주식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하이투자증권: 『Q&A: 트럼프 당선, 경제 및 시장 영향은?』
■ 하나금융투자: 『트럼패닉(Trumpanic) 헤쳐나가기』
■ SK증권: 『미국 대선, 우리는 모든걸 오해했다, 그들은 트럼프를 원했다』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 베타가 큰 신흥국 증시와 신흥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패턴은 브렉시트 당시와 너무도 유사하다. 이는 금융시장에 패닉 셀링(panic selling)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주목할 것은 중국 위안화다. 매크로 쇼크 인한 단기 주가 충격은 일반적으로 -5%를 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취약국에서의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미국 대선 결과는 중국 위안화(CNH)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내증시와 상관성이 높은 중국에서 자본유출이 없다면, 일반적인 단기충격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업종은 헬스케어 업종과 석탄업종 그리고 화장품 등 중국소비 관련주가 단기적으로 유망해 보인다.
채권시장: 단기적으로 트럼프 후보 당선 이후 채권 시장의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당선 시 옐런 의장의 거취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중기적인 통화 정책 경로에 대한 불안감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단기적으로 달러화는 변동성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달러화 선물은 전일보다 1.2% 하락).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한편 강력한 보호주의로 대외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현재로써 공약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 트럼프를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 바로 미국의 40 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시절과 현재 상황 역시 매우 유사하다. 일단 유가가 급락했다. 공급과잉 문제로 유가가 70% 이상 하락하는 보기 드문 충격이 발생했다. 저금리인 점도 비슷하다. 레이건 시대의 3 저호황이 떠오르는데 마지막 조건이 저환율이다. 마침 트럼프는 환율조작국을 겨냥하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4 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 내년 4 월과 10 월의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만약 환율전쟁으로 이어진다면 3 저호황의 3 가지 조건이었던,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이 30 년이 지난 2017 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실화된다면 주식시장에 마냥 악재만은 아니다. 업종별로는 힐러리의 당선보다 중국과의 갈등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중국의 보복조치에 투자심리가 위축되었던 화장품 등 중국 관련 소비주의 반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채권시장: 중장기적으로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공화당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 모두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공약들이 더욱 강한 모멘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상황 속에서 미국 내 정부 주도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더 빠르고 강해질 수 있다. 경기 상승 및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재정 지출을 위한 재원 조달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후보는 재정 지출 확대와 더불어 개인소득세 감소 및 개편 / 법인세 인하 / 부동산세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CRFB 의 추정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시 향후 10 년간 재정적자 규모는 현재 70% 대에서 127%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기적으로 대규모 채권 공급에 따른 금리 상승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약세 흐름이 예상되어 강달러 국면은 본격적으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1) 금융 규제 완화와 세율 인하, 2)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 3) 강경한 대중정책이다. 목표-실제간 합치 여부를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 경로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수록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도 연장될 수 있다는 점 등은 달러화 하향 안정을 예상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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