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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한국인들의 소통 문제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가 주요 언론에 일제히 비중있게 보도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접근성(Market Accessibility): 해외 금융기관의 시각』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접근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은행, 커스터디은행, 시장조성자, 헤지펀드, 시스템트레이더와 ASIFMA 및 GFMA 등 15개 해외 금융기관의 4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인터뷰 대상 다수 금융기관은 MSCI 및 FTSE Russell의 국가 분류에도 의견을 제공하고 있어 인터뷰에서 제기되는 의견들이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한 기사(제목: "투명성 부족 수수께끼 같아"…韓증시에 쏟아진 해외투자자들 쓴소리)에서  "한국 시장은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많고 공정한 경쟁 시장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거래 지침의 투명성이 중국에 비해서도 떨어진다"는 등의 답변을 인용했다.


즉, 한국 증시가 세계 상위권의 규모에도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제도와 규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적용하는 투명성과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연합뉴스는 정리했다. 기사에 언급된 보고서 전문을 보면서 외신에서 30년간 근무한 입장에서 가장 크게 와닿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면서 보고서에도 지적된 부분이 있어서 역시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연구원은 1) 한국 자본시장 평가, 2) 외국인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3) 외국인 투자자 계좌(옴니버스 계좌), 4) 거래 가이드라인, 5) 공매도, 6) 영문 공시, 7) 시장참여, 8) 소통 등 8개 주제에 관한 설문 대상자들의 응답을 정리했다. 이 가운데 7개 항목에 관한 불편 사항은 크게 보아 제도나 관행과 관련이 있으므로 노력하면 어느정도 개선도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개선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부분은 마지막 '소통' 부분이다. 한국인은 소통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거나, 나쁜 것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전혀 체질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생각으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이따금씩 '소통하자'고 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만 만들기 일쑤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보고서가 정리한 답변을 인용해 본다.
한국의 컨설테이션은 아시아의 다른 시장에서 경험하는 컨설테이션과는 매우 다르다. 선진시장의 컨설테이션은 진정한 컨설테이션이다. 선진시장의 컨설테이션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계획이 무엇인지, 금융회사의 비즈니스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현지 브로커들을 통해 정보가 전달된다. 현지 브로커는 해외 금융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지만 해외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브로커들은 해외 금융회사의 의견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는 주로 형식적이다. 새로운 규정이 이미 상당 부분 정해진 상태에서 의견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통보라고 볼 수 있다. (시스템트레이더)
이 답변에 소통의 진정한 절차가 잘 나열돼 있다. 1)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파악된 문제가 무엇인지, 2)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3) 생각하고 있는 해결책이 구성원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그리고 4)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은 무엇이라고 가정하며 가정에 포함된 부작용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포함된 절차라야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발표하고 시행했다가 부작용이나 구성원의 합리적인 반발에 직면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흐지부지되거나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역시 이러한 소통 과정을 건너뛰었거나 형식적인 절차로 때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아버지로서, 매니저로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통을 잘 해왔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다만, 다행히 많은 구성원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 않았기에 큰 불상사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간 국내총생산이 2조달러에 육박하고 세계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는 규모로 성장한 한국의 주요 정책 결정이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 투자자와 국내 시장, 그리고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고려하는 척만 하고 이루어진다면, 과연 한국이 자신의 덩치에 걸맞는 역할을 해내고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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