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년 美대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비교』 자료 전문을 공유한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2024년 11월 5일 치러질 예정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Devi Harris)부통령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인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전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두 후보의 경합주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과 그 정책적 차별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역할, 경제정책, 그리고 사회적 가치 등에서 차별성을 드러내 왔다.
민주당은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향하며 진보적인 사회정책을 선호해 왔고, 공화당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보수적이다. 양당의 이러한 차별성은 1930년대 초 대공황 위기 당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어 경제를 회복시킨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에서 기인한다.
이후 민주당은 다양한 사회보장 제도를 도입하며 노동계층과 흑인 등 유색인종,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펼쳤다.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의 연방정부 확대 움직임에 대응하여 보수적인 기조를 전개하였으며 주로 백인과 보수성향 미국인, 기독교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2024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을 전당대회를 통해 발표한 정강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전당대회 및 정강정책
(1) 전당대회
미국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전당대회는 공식적으로 후보를 지명하고, 후보지지 연설을 통해 선거 분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후보로 결정되며, 전당대회 개최지는 대선승패를 가를 전략적 지역을 선택한다.
공화당은 2024년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였으며, 민주당은 2024년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였다.
양당의 전당대회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공통주제는 경제, 이민, 범죄, 국제 분쟁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가의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비전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도시 범죄, 미국의 영향력 등 현재 미국의 실상에 대해서 서로 다르게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양당의 대립은 선거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되기도 하나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 정강정책
미국의 정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에 한 번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정강정책(政治綱領, party platform)을 발표한다. 정강정책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하여 당의 입장을 밝히는 문건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강정책을 통해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떤 정책을 펴나갈지 예측할 수 있다. 정강정책에는 경제정책, 대외정책, 이민정책, 사회정책 등 각 정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목표가 제시된다.
2024년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2020년 목표를 유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들의 정책을 확장하고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강정책은 표지를 포함해 총 92쪽 분량으로 경제정책, 기후위기 대응, 지역사회 보호, 민주주의 강화, 이민정책, 미국의 리더쉽 강화 등 분야별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트럼프 전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 MAGA)’라는 제목의 16쪽 분량 소책자로 트럼프 전대통령의 이념적 장악력을 반영하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2016년 승인된 정강정책을 2020년에 다시 사용하였으나 2024년에는 경제, 산업통상, 인플레이션, 이민, 외교 등 20개 의제를 담은 정강정책을 공식 채택하였다. 공화당의 2024년 정강정책은 이전과 비교해 더 국수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반면 사회적으로는 덜 보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비교
(1) 민주당
민주당은 경제정책에 있어서 ‘경제를 아래에서부터, 그리고 중산층을 중심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노조설립 권리보호 법안(PRO) 통과 추진 등 ‘노동자 중심정책’을 강조하였다. 또한 ‘부가 아닌 노동에 대한 보상’을 목표로 법인세 인상,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시행 등 부유층 및 대기업 증세와 중산층 및 저소득자 감세를 제시하여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고 있다.
무역·통상 분야에 있어서 민주당은 구체적인 정책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를 강조한 것을 감안할 때 기존 통상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 파트너십(PGII) 등 다자간 협력과 동맹국 간의 경제협력에 힘쓰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에너지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확대, 석유 지배력 축소’를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생산 확대와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하였다. 불공정한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고 규제를 강화하는 등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발전을 3배로 늘려 빅 오일(Big Oil)의 경제 지배력을 줄이고 급격한 가격변동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계획을 밝혔다.
이민정책에서는 합법적 이민 확대를 통해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국경 보안을 강화하며 불법 이민과 인신매매 방지,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시민권 획득 경로 마련 및 가족의 분리를 방지하는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등 ‘온건하고 포괄적인 이민 개혁’을 강조하였다.
대외정책에 있어서 민주당은 ‘동맹 강화 및 국제 협력을 통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결속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지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고, 중국과는 ‘전략적 경쟁 관계’를 유지하여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 광물,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대 중국 제재를 확실시하되, 필요시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또한 한반도와 관련하여 불법적인 미사일 능력 증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국과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총기, 투표권, 낙태권, 성소수자 문제 등 미국 내 사회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의 진보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하며, 선거법을 개정하여 투표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여성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낙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LGBTQ+ 커뮤니티의 권리 보호와 차별금지를 주장하였다.
(2) 공화당
정강정책의 서문 제목은 ‘미국 우선: 상식으로의 복귀(America First: A Return to Commom Sense)’이며 11월 대선과 상·하원 선거 승리 시 추진할 대내외 정책으로 국경봉쇄,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인플레이션 종식, 지배적 에너지 생산국으로의 전환, 근로자 대폭 감세, 미 전역 아이언 돔 방어막 구축, 전기차 의무화 취소, 친하마스 급진주의자 추방 등 20가지 공약을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있다.
공화당은 경제정책으로 경제회복 및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우선주의’ 경제를 추구한다. 금리 인하, 인플레이션 완화를 통한 금리 정상화,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한 가계 소비 절감, 2017 트럼프 감세(TCJA) 확대·연장을 통한 법인세율 인하, 개인 소득세 인하 및 상속세 면세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와 포괄적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무역·통상 분야에 있어서 보호무역 강화를 통한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 증진 방안을제시하였다. 외국산 상품에 보편 관세 부과, 트럼프 상호무역법 입법 추진, 미국 제품 구매 및 미국인 고용 정책 강화, 기존 무역협정 재협상과 다자 무역 기구의 해체를 제안하였다.
환경·에너지 정책에서는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주장한다. 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철폐 및 화석 연료 생산 증대를 주장하여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고자 하며,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민주당과 달리 에너지 생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기차 의무화 취소를 언급하였다.
공화당의 이민정책은 국경장벽 확장 등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작전을 수행하며 이민자 범죄를 처리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힘에 의한 평화 구축 및 자국 우선 정책을 추진한다. 군사력 강화와 현대화,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중동의 평화를 추구하며,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철회한다.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전략적 독립’을 추구하며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기간산업 및 핵심 기술 분야 중국의 투자 금지 등 대중국 견제 규제 강화를 주장하였다.
그 밖에 사회문제에 대하여 비판적 인종 이론(CRT)과 급진적 성 이데올로기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반대하고, 종교의 자유, 총기소지 자유를 지지하며 성별 구분은 생물학적 성별에 기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문제에 있어서는 그동안 강경한 반대 입장이었으나 2024 정강정책에는 후기낙태에 반대한다고만 언급하며 한결 완화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나가며
최근 언론에서는 주요 경합주에서 수백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있을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으로 인해 미국 대선 결과는 국제 정세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과 정치, 경제, 군사, 안보 등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한국으로서는 법인세 인상 여부, 보편 관세 적용 여부, 동맹국 공동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 이행, 에너지 정책 기조 등 차별성이 드러나는 정책 분야에 대하여 세심한 대비와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