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혀 왔다. 신생 독립국 가운데 한국만큼 빠른 속도로 빈곤을 탈피한 나라도 거의 없고 빈곤을 탈피한 이후에도 중진국 함정이라는 이론이 무색하게 고소득 국가로 진입한 나라도 없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성장보다 분배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분배 개선도 좋지만, 성장을 등한히 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의를 지켜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을 국제적인 추세와 비교한 장기 및 최근 자료를 정리해 공유한다. 모든 자료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이며, 시장환율의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 자료 사이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여기서는 IMF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1. 한국의 눈부신 성장
아래 그림은 현재 OECD 회원국이면서 G20 회원국인 11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0개국의 1인당 GDP를 미국 대비 비율의 10년 단위 변화 추이를 1980년부터 정리한 것이다. 미국 대비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 세계 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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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미·중 무역 분쟁 실체와 5대 쟁점 초간단 정리
(※ 한국수출입은행 상해사무소가 정리한 자료 주요 내용)
《미·중 무역 분쟁 경과》
□ 미·중 무역 분쟁 협의 연기, 보복 관세 등 갈등상황 지속
《미·중 무역 분쟁 경과》
□ 미·중 무역 분쟁 협의 연기, 보복 관세 등 갈등상황 지속
- ‘19.5월 현재 양국은 각각 상대국 수입품에 총 2,500억 및 1,100억 달러 규모, 최대 25% 관세를 부과 중임. 제11차 양자 협의(’19.5.10)가 결렬되었고, 동월 15자 이후 ‘잠정적 중단’ 상태에 있음.
- 한편 미국은 추가로 중국 수입품(3,000억 달러)에 관세 부과와, 화웨이(통신장비·휴대폰 기업) 제재 등을 준비 중임. 중국도 맞대응할 예정으로 갈등상황이 지속되고 있음.
(책소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어떻게 세계를 제패하고 어떻게 망했는가
(참고) 주요국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수준
오늘 주택가격 관련 국제 비교 자료를 게시했는데,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수준에 대한 자료 문의가 있어 급히 찾아보았다. 사실 PIR은 그 나라의 특수한 경제발전ㆍ역사ㆍ문화ㆍ사회ㆍ인식 등의 사정이 있어 절댓값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자료를 찾았는데 꽤 흥미로워 여기에 공유한다. 자료 시점은 2018년 1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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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에 대한 비판적 반응들
오늘 정부가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 발표문 가운데 추진 배경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지역에 사는 분들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균형발전이 이르지는 못했다
-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적고 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려워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오히려 늦어지고 이로 인해 사람이 모여들지 않은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반드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 전국을 골고루 사람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수도권과 지역이 상생발전(Win-Win)해야 한다
-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의 당면 과제다
잘 쓴 글이다. 하지만 개념이 확실치 않은 표현이 곳곳에 눈에 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균형발전이 이르지 않았다", "전국을 골고루 사람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의 당면 과제" 등의 표현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비난이 집중된 것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이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정부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하는 제도이다. 다만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중등 교육시설의 신·증축 사업 • 문화재 복원사업 • 국가안보에 관계되거나 보안을 요하는 국방 관련 사업 •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 도로 유지보수, 노후 상수도 개량 등 기존 시설의 효용 증진을 위한 단순개량 및 유지보수사업 • 재난 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식품 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 재난 예방을 위하여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은 사업 • 법령에 따라 추진하여야 하는 사업제외 사유야 어찌어찌 둘러대면 되겠지만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본 글 가운데 세 편을 공유한다.
(자료) 세계 216개국 경제ㆍ사회ㆍ에너지ㆍ개발 지표 총정리
세계 216개국의 국가개황과 주요 경제지표, 사회․개발지표, 한국과의 관계(무역현황 및 투자현황) 등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수록한 책자를 공유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19 세계국가편람’은 또 부록으로 각국의 에너지 현황 및 기업경영여건, 글로벌경쟁력 지수, 외국인 직접투자 통계 등 유용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에너지 매장량 등 주요 정보를 그림으로 보여 준다.
이 책자 PDF 파일은 이 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무료로 구할 수 있다(133 mega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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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최근 주택가격 상승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정부는 그러길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대한민국 성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가격이다.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8월 현재 국민은행 집계 월간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서울 모든 구가 명목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개 광역시 가운데는 광주와 대전만 역대 최고치고 나머지는 최고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울산의 경우 역대 최고치보다 3.6% 낮은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8월 현재까지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 이상 오른 지역은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목 기준이며 한국의 경제 규모와 가구당 수득, 개인 소득 등 모든 지표가 확장 추세에 있으므로 명목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짧은 기간에 주택가격 상승이 가파르다는 점, 더구나 주택가격 억제를 자신했던 정부였던 점 등을 고려해 최근 주택가격 움직임이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페이스북 등 SNS에는 수많은 진단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다 읽어보기도 어렵고 그 가운데 어떤 글을 주의깊게 읽어야 할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지인인 이승환 님이 정리해 소개한 글 목록이 있어 공유한다. 나도 주의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던 목록이다. 물론 이 목록이 완전할 수는 없다. 그리고 더욱 분석해 볼 분야도 남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생각해 볼 주제도 파악할 겸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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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8월 현재까지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 이상 오른 지역은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목 기준이며 한국의 경제 규모와 가구당 수득, 개인 소득 등 모든 지표가 확장 추세에 있으므로 명목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짧은 기간에 주택가격 상승이 가파르다는 점, 더구나 주택가격 억제를 자신했던 정부였던 점 등을 고려해 최근 주택가격 움직임이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페이스북 등 SNS에는 수많은 진단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다 읽어보기도 어렵고 그 가운데 어떤 글을 주의깊게 읽어야 할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지인인 이승환 님이 정리해 소개한 글 목록이 있어 공유한다. 나도 주의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던 목록이다. 물론 이 목록이 완전할 수는 없다. 그리고 더욱 분석해 볼 분야도 남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생각해 볼 주제도 파악할 겸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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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저출산에 대한 잡상 :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
페이스북 지인이며 작가이신 분의 글을 공유한다. 모든 내용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우선 나는 부모님께 받은 것이(물질적, 외형적으로는) 거의 없었기에 전제가 다른 부분도 있고, 저자와 세대가 달라 이미 아이들이 모두 성장했다는 부분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생각을 다양하게 공유하고 생각해보기 위해 글을 공유한다.
Youngjun Kim 님의 글
저출산에 대한 잡상 :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
어제 저녁에 친구와 치맥을 하다보니 출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자신은 자기 부모님한테 받은 것 만큼을 자기 자식에게 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거였다. 물론 나도 거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퍼뜩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말들은 참 많다. 불확실성이 높은 개인의 경제 환경, 갈수록 높아지는 출산/육아 비용,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커리어에 대한 애착 증가, 여성의 출산/육아에 매우 적대적인 노동 환경, 비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등.
이걸 크게 둘로 나누자면 결국 1) 경제적인 문제, 2) 성차별적 사회노동문화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1)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부가 출산자에 대해서 직접적인 지원을 하라는 의견을 내며 2)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기혼/출산 여성이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이 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이 둘 다 저출산의 원인이며 또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데 어제의 치맥자리에서 내 머리 속을 지나간 저출산의 원인은 좀 다른 것이었다.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이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2009년 6월 9일에 이명박 대통령은 아이낳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가서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을 해서 20-30대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이게 출산과 육아에 있어 경제적 문제를 간과한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다시금 생각해보니 지금 출산/육아를 하는 세대들과는 다른, 과거 세대가 가졌던 '부모의 역할과 기준'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애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기만 하면 되니 너무 걱정말고 낳고 키우라'는 얘기다.
과거와 현재는 아이를 대하는 기준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허용되었지만 지금은 아동 학대인 것들이 많다. 아동 노동도 그렇고 방치 등이 그러하다. 가정교육을 명목으로 한 폭력도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관대했다. 그리고 갈수록 많은 부분에서 더욱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서점에서 잘 나가는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바로 육아 관련 카테고리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아동의 성장 발달 과정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시기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그렇기에 오히려 부모로서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도 늘어나고 있고 요구되는 부모의 기준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여기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기업들은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 부모들의 죄책감과 강박을 자극했다. 부모에게 더 나은 부모가 되라고 하는 것을 넘어 자사의 상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쁜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그런 죄책감과 나쁜 부모라는 강박 때문에 지갑을 열어 더 많은 돈을 이러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에 지불해왔다.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기혼/육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는 별개로 갈수록 부모가 갖춰야 할 것들과 알아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부모의 평균 수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즉, 과거에 비해 부모가 되기 위한 허들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 더불어 어떤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부모의 상을 제시해놓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평범한 부모들을 압박하여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소비문화 자체도 부모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을 더 높이고 있다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이 사람들이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다른 원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국가간의 비교가 아닌 국내를 놓고 비교하자면 다산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복잡한 부모의 조건들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고소득층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부모에 대한 기준이 사회 평균보다 낮은 사람들일 것이다. 결국 평균과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높아진 허들을 심각하게 여길 것이기에 그만큼 출산을 줄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인가? 어떤 점에선 그러하나 어떤 점에선 그러하지 않기도 하다. 저출산이 사회에 부담을 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개인으로 보자면 과거보다 학대를 덜 받고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으며 조금 더 안정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런 자란 애들이 어디 악플이나 달고 혐오 범벅의 이상한 유튜버 방송이나 보고 있을 거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긴 하지만 말이다.
긴 글이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과거 낳기만 하면 됐던 시대를 벗어나 현재는 가면 갈수록 부모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케팅은 부모의 죄책감과 좋은부모/나쁜부모에 대한 강박을 자극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전자로 인한 저출산의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그러한 개선으로 인해 태어나는 아동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제공되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다만 후자의 경우는 인위적으로 없는 허들을 만들고 높이는 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 해온 것인데 결국 이것이 장기적으로 제살 깎아먹는(저출산)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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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un Kim 님의 글
저출산에 대한 잡상 :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
어제 저녁에 친구와 치맥을 하다보니 출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자신은 자기 부모님한테 받은 것 만큼을 자기 자식에게 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거였다. 물론 나도 거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퍼뜩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말들은 참 많다. 불확실성이 높은 개인의 경제 환경, 갈수록 높아지는 출산/육아 비용,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커리어에 대한 애착 증가, 여성의 출산/육아에 매우 적대적인 노동 환경, 비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등.
이걸 크게 둘로 나누자면 결국 1) 경제적인 문제, 2) 성차별적 사회노동문화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1)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부가 출산자에 대해서 직접적인 지원을 하라는 의견을 내며 2)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기혼/출산 여성이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이 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이 둘 다 저출산의 원인이며 또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데 어제의 치맥자리에서 내 머리 속을 지나간 저출산의 원인은 좀 다른 것이었다.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이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2009년 6월 9일에 이명박 대통령은 아이낳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가서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을 해서 20-30대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이게 출산과 육아에 있어 경제적 문제를 간과한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다시금 생각해보니 지금 출산/육아를 하는 세대들과는 다른, 과거 세대가 가졌던 '부모의 역할과 기준'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애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기만 하면 되니 너무 걱정말고 낳고 키우라'는 얘기다.
과거와 현재는 아이를 대하는 기준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허용되었지만 지금은 아동 학대인 것들이 많다. 아동 노동도 그렇고 방치 등이 그러하다. 가정교육을 명목으로 한 폭력도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관대했다. 그리고 갈수록 많은 부분에서 더욱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서점에서 잘 나가는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바로 육아 관련 카테고리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아동의 성장 발달 과정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시기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그렇기에 오히려 부모로서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도 늘어나고 있고 요구되는 부모의 기준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여기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기업들은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 부모들의 죄책감과 강박을 자극했다. 부모에게 더 나은 부모가 되라고 하는 것을 넘어 자사의 상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쁜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그런 죄책감과 나쁜 부모라는 강박 때문에 지갑을 열어 더 많은 돈을 이러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에 지불해왔다.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기혼/육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는 별개로 갈수록 부모가 갖춰야 할 것들과 알아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부모의 평균 수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즉, 과거에 비해 부모가 되기 위한 허들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 더불어 어떤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부모의 상을 제시해놓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평범한 부모들을 압박하여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소비문화 자체도 부모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을 더 높이고 있다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이 사람들이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다른 원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국가간의 비교가 아닌 국내를 놓고 비교하자면 다산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복잡한 부모의 조건들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고소득층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부모에 대한 기준이 사회 평균보다 낮은 사람들일 것이다. 결국 평균과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높아진 허들을 심각하게 여길 것이기에 그만큼 출산을 줄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인가? 어떤 점에선 그러하나 어떤 점에선 그러하지 않기도 하다. 저출산이 사회에 부담을 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개인으로 보자면 과거보다 학대를 덜 받고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으며 조금 더 안정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런 자란 애들이 어디 악플이나 달고 혐오 범벅의 이상한 유튜버 방송이나 보고 있을 거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긴 하지만 말이다.
긴 글이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과거 낳기만 하면 됐던 시대를 벗어나 현재는 가면 갈수록 부모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케팅은 부모의 죄책감과 좋은부모/나쁜부모에 대한 강박을 자극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전자로 인한 저출산의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그러한 개선으로 인해 태어나는 아동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제공되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다만 후자의 경우는 인위적으로 없는 허들을 만들고 높이는 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 해온 것인데 결국 이것이 장기적으로 제살 깎아먹는(저출산)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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