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혀 왔다. 신생 독립국 가운데 한국만큼 빠른 속도로 빈곤을 탈피한 나라도 거의 없고 빈곤을 탈피한 이후에도 중진국 함정이라는 이론이 무색하게 고소득 국가로 진입한 나라도 없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성장보다 분배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분배 개선도 좋지만, 성장을 등한히 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의를 지켜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을 국제적인 추세와 비교한 장기 및 최근 자료를 정리해 공유한다. 모든 자료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이며, 시장환율의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 자료 사이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여기서는 IMF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1. 한국의 눈부신 성장
아래 그림은 현재 OECD 회원국이면서 G20 회원국인 11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0개국의 1인당 GDP를 미국 대비 비율의 10년 단위 변화 추이를 1980년부터 정리한 것이다. 미국 대비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 세계 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1인당 GDP는 1980년 미국의 17.5%에 그쳤으며 10개국 가운데 멕시코와 터키에 크게 뒤졌다. 멕시코와 비교해도 거의 3분의 1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의 1인당 GDP는 1990년까지 터키를 앞섰으며 2000년까지는 멕시코도 크게 앞질렀다. 이후에도 한국의 1인당 GDP는 미국보다 빠른 성장을 지속해 최근에는 G7의 일원인 이탈리아도 앞섰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1인당 GDP 성장 속도는 미국보다 빨랐던 추세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2. 2018년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66% 수준으로 독일,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일본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한때 한국을 크게 앞섰던 멕시코의 1인당 GDP는 정확히 한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10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ㆍ중반에 발표된 많은 해외 기관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1인당 GDP가 2020년 이전에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을 앞지르리라 전망했던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전망은 2018년 현재 시점에서 보면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아직 이들 국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망은 전망일 뿐,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하면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전망이 맞아떨어진 나라도 많고 전망을 크게 앞선 나라도 많은 것을 보면 한국이 객관적으로 생각했던 것만큼 성장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맞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마음이 무겁다. 성장이 전부는 아니지만 1인당 GDP 성장이 결국 경제 정책의 최종 성과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래 그림의 ○ 및 + 표시는 2011년 IMF가 전망한 각국의 2018년 현재 1인당 GDP 수준이다. ○ 표시는 실제 2018년 1인당 GDP가 2011년 전망치를 앞지를 것이고 + 표시는 전망치를 밑돈 것이다.
3. 아래 그림은 2번 그림에서 표시한 2011년 IMF가 전망한 2018년 1인당 GDP와 실제 2018년 수치의 차이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눈부신 성장을 자랑하는 한국이 이 기준에서는 10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터키와 독일은 2011년 전망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이룩했고 일본도 전망치를 웃돌았다.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한국 등 3개국만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4. 아래 그림은 위에 예로 든 10개국에 미국을 더한 11개국의 최근 성장률 변화 추이를 G20 평균 및 OECD 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여기서는 OECD가 정리한 전년 동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 4분기 이동평균치를 이용했다. 이 그림에서 보듯 대부분 국가가 성장률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여전히 성장률이 가속하는 나라도 있고 다른 나라보다 둔화 추세가 완만한 나라도 있고 성장률 둔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나라도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많은 나라가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런 국제 비교에서 우리의 어려움을 합리화하기 위한 근거를 찾기보다는 어려움을 겪지 않는 나라들의 사례를 보고 배울 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나라는 어떻게 준비했을까? 그 나라는 어떤 정책을 폈을까? 우리는 어떤 기회를 놓쳤던 것일까? 우리는 어떤 판단 착오를 한 것일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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