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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AI 부문에서 앞서나가던 대한민국, 치이고 밀려 다시 '패스트 팔로워'를 외치다


늦은 나이에 전문 분야에 관해서 속보보다는 상세히 보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매체에 입사해서 준비도 없이 인공지능(AI) 분야를 담당하게 된 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지났다. 입사가 확정되고 이런저런 책도 보고 자료도 읽었지만, 막상 입사해서 일을 하면서 결국 고수들을 가능한 한 많이 만나서 고견을 듣는 것이 제일 빨리 배우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아서 입사하자마자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단독 인터뷰를 하게 됐고, 이어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 타이완 공정경쟁 당국 부책임자, 하정우 네이버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등 쟁쟁한 전문가들과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조금씩 이쪽 업계 상황을 배우는 엄청난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매체는 업계 동향이 아니라 AI 제도와 규제 보도에 확실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가, 독자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법조ㆍ규제ㆍ정책 담당자들이어서 인터뷰를 통해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시간이 나면 언젠가는 기사에 담지 못했거나 "개인적인 느낌" 수준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서 정리해 보리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렇게 생각은 머릿속에 오랫동안 맴돌았지만, 내 글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금, 이 순간까지 깨달으면서 괜히 글을 쓰겠노라고 생각했다는 후회도 하게 됐다. 하지만, 기왕 고수들의 아까운 시간을 빼앗으면서 인터뷰를 핑계로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떻게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斷想) 일본 경제지표 개선과 '장기간의 착시' 효과: 엔 약세 장기화 배경을 생각해 본다

일본 엔화는 달러지수를 구성하는 6개 통화에 포함될 정도로 세계 주요 통화로 분류된다. 현재 달러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화는 유로화(57.6%)이며, 엔화(13.6%)로 2위를 차지하며 영국 파운드화(11.9%), 캐나다 달러(9.1%), 스웨덴 크로네(4.2%) 및 스위스 프랑(3.6%)보다 앞선다.

이런 엔화의 강력한 지위, 엔화 자산의 절대 다수를 일본 내국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세계에 뿌려놓은 일본인의 투자 자산이 막대하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대규모 양적금융완화정책을 실시하며 1차적으로 엔화 가치를 무지막지하게 억압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피를 시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의 경제지표는 서서히 개선되고 디플레이션도 지표상으로는 끝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환율 폭등과 외환보유액 고갈, 그리고 외채 상환 불능 위험 등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일견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도쿄 주식시장의 니케이225지수가 상승하고 엔화 기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일본 경제가 마침내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사도 일부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런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엔화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할 때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엔화로 표시된 지표의 개선만으로 일본이 되살아난다고 볼 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한국인들의 소통 문제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가 주요 언론에 일제히 비중있게 보도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접근성(Market Accessibility): 해외 금융기관의 시각』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접근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은행, 커스터디은행, 시장조성자, 헤지펀드, 시스템트레이더와 ASIFMA 및 GFMA 등 15개 해외 금융기관의 4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인터뷰 대상 다수 금융기관은 MSCI 및 FTSE Russell의 국가 분류에도 의견을 제공하고 있어 인터뷰에서 제기되는 의견들이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한 기사(제목: "투명성 부족 수수께끼 같아"…韓증시에 쏟아진 해외투자자들 쓴소리)에서  "한국 시장은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많고 공정한 경쟁 시장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거래 지침의 투명성이 중국에 비해서도 떨어진다"는 등의 답변을 인용했다.

(참고) 초강세 달러 지속에 플라자 합의 당시 상황 관심...그때와 지금 비교

달러 초강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1980년대 플라자 합의 직전 상황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확대 속에 달러지수가 1980년 9월 86 선에서 무려 5년간 상승 일변도 흐름을 보이며 1985년 2월 160 선을 돌파했다. 이에 1985년 9월 22일 미국의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으로 구성된 G5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의 개입으로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결의하게 되는데 이를 플라자 합의라고 한다.

(小考) 긴급 점검: 원화 환율 걱정할 수준인가? 관련 통계 자료 정리

최근 환율 급등이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1375.5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22년 11월1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12일 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378.0원(MID)에 최종 호가돼 서울 현물환시장 종가보다 더 올랐다(출처: 연합인포맥스).

시장에서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월 이후 14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내놓은 성명과 이창용 총재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비둘기파적 자세를 드러냈다는 것을 환율 상승의 한 가지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이전이라도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출처: 연합인포맥스).

최근 환율 상승 추세에 대해 이 총재와 경제정책 당국, 전문가들 모두 원화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대체로 달러 강세가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즉, 미국 경제가 초강도 긴축 정책에도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여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중동 지역 정정 불안과 유가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에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흔히 원화를 둘러싼 펀더멘탈 지표들을 점검해 보기 위해 자료를 모아봤다. 본 블로그에서 공유하는 자료는 국제결제은행(BIS), 한국은행, 그리고 investing.com에서 제공한 통계를 바탕으로 필자가 재계산한 것들이다:
  • G20 회원국 명목환율 추이
  • G20 회원국 실질실효환율(REER) 추이
  • 한국 외화국채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추이(2008년~)
  • 한국 외화국채 5년물 CDS 프리미엄 추이(2011년~)
  • 한국 외화국채 5년물 CDS 프리미엄 추이(2018년~)
  • 한국 단기외채와 외환보유액 추이
  • 한국 단기외채, 단기대외채, 단기순대외채권 추이
  • 한국 총대외자금조달필요액(GEFR)과 외환보유액

(칼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논의 시작

국내 대표적 영자 신문 중 하나인 코리아헤럴드에 매주 경제 상황에 관한 칼럼을 올해 1월 말부터 기고하고 있다. 공인된 전문가 자격도 없는 필자에게 칼럼을 쓸 기회를 준 코리아헤럴드 측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이번 주 칼럼은 지난해 및 4분기 국민소득 통계에서 나타난 우려스러운 조짐들에 관해 쓰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12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2월 정책회의 의사록에도 비슷한 방향의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나 칼럼을 쓴 입장에서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조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림) 최근 유튜브 방송 출연 소감 및 칼럼 기고 소개

최근 영광스럽게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튜브 경제 종합방송 채널 중 하나인 삼프로TV의 '신과대화' 코너에 출연해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주로 저명한 인사들이 출연해 깊이 있는 주제에 관한 귀한 견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인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 한국 경제를 담당하는 외신기자 생활을 했다는 점을 계기로 출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부터 만 30년 전인 지난 1994년부터 줄곧 로이터통신에서 한국 경제, 경제정책, IT 부문, 그리고 기타 주요 사안에 관한 기사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제공해 오다가 지난 2013년 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발간한 흥미있는 보고서를 소개하고 틈틈이 개인적인 견해를 공유하는 글도 써 오고 있다.

그러던 중 만 30년을 한 해 앞둔 2023년 회사를 떠나게 됐고, 삼프로TV 측에서 장기간 외신기자로 한국 경제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진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영광스럽게 출연하게 됐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간단히 준비한 원고를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면 전문가들이 멋지게 편집해서 정리해 주리라고 기대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발언 내용이 그대로 방송됐다. 어떤 사안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일반화하거나 단순화하지 않으며,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명예에 피해를 주는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불쾌해할 독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해를 구한다.

더구나 방송 내용의 극히 일부분으로 다룬 사례를 편집 과정에서 거의 제목처럼 선정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불쾌감을 느꼈을 분들도 있다고 생각해, 역시 양해를 구한다. 저런 회사나 기관은 이제 한국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하며, 과거의 사례로 소개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 경제에 관해 30년 경력의 외신기자라고 해도 개인적인 견해를 마구잡이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난감해하던 차에 마침 현대경제연구원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2024년 7대 국내 트렌드 - NEW PATH to Prosperity(새로운 시대, 번영을 위한 새로운 길의 모색』))를 발간했기에 그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장시간 홀로 출연하는 방송에 처음 출연한 것이어서 여러 모로 부족함을 느꼈고 아쉬움도 남지만, 혹시 방송을 시청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쑥쓰럽지만 방송 링크를 공유한다. 아울러 위에 언급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링크도 공유한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영자 신문인 The Korea Herald에 매주 한 편의 칼럼을 기고하는 기회도 주어져 열심히 견해를 정리해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필자의 칼럼을 모아서 볼 수 있는 링크도 여기에 공유한다.

⭕ 삼프로TV '신과대화' 출연 방송 보기 ➠ 여기를 클릭

⭕ The Korea Herald에 기고한 필자의 칼럼 모아 보기 ➠ 여기를 클릭

⭕ 위에 언급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보기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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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출산율 대책, 돈으로만 안 된다. 답은 아기들이 알고 있다

첫 신문 칼럼이 출간됐다. 국내 최고 영자 신문인 The Korea Herald의 Opinion 지면에 필자가 기고한 글 "More money to boost child births? Ask babies, not politicians"이 실렸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어서 블로그에 소개한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小考) 원화 실효환율지수 30년 추세가 나타내는 외환수급 구조 변화

달러/원 환율에 관한 보고서를 소개하고 필자 개인 견해를 덧붙인 글에 본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만큼 환율에 관심도 많고 이해도 과거보다 깊어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반응이다. 한국은 1997년을 비롯해 여러 차례 외환위기를 겪는 가운데 환율에 관심이 커졌고, 그와 더불어 외환과 관련해서만 보면 기축통화국을 제외한 나라 가운데 자본 이동 규제가 가장 많이 제거돼 환율 흐름이 자본시장 및 펀더멘털 상황을 잘 반영하는 나라다.

한국은 매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따박따박 수입해야 하는 나라인데다가, 계속 늘어나는 국내 공·사적 연금 자산의 해외 투자 확대, 제조업체들의 해외 투자 지속적 확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 등으로 원화 약세 요인이 쌓여가고 있다. 

그와 비교해 달러 공급은 늘지 않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세계 각지에 생산 및 영업망을 구축해 달러로 받은 자금을 들여올 틈이 거의 없고, 한국 콘텐츠 인기 확산 영향에 해외 관광객 유입이 늘고, 건설 및 기타 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수입도 증가하지만, 앞에 나열한 달러 수요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원화의 교역대상국 상대 가치를 보여주는 실효환율지수의 장기 추이를 살펴봐도 외환 수급과 관련한 이런 구조적 변화 효과가 잘 나타난다. 아래 그림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두 가지 큰 충격으로 보고, 그 사이 기간 원화 가치 변화를 살펴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원화 가치는 두 기간 중 약 10% 하락했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요인(방만해진 재정 운용, 생산성 개선 지연, 인구 고령화 등)도 반영하지만, 대체로 앞에 열거한 외환 수급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빨간 선은 두 기간의 단순 평균을 나타낸다. 이 그래프는 지난해 11월까지 집계된 것으로, 올해 환율 상승으로 최근 수치는 현재 기간 평균을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小考) 한은 총재 2024년 신년사에 제시된 우선순위는 '경기회복'과 '금융안정'

주요 정책 당국자들은 매년 첫날 신년사를 통해 담당 분야에서 새해에 펼쳐질 상황에 관한 당국의 견해를 밝히고 개략적인 정책적 의지도 표명한다. 대부분 의례적인 표현이나 전년도 말 현재 정책 방향을 되풀이하는 데서 그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그런 의례적인 표현 속에 어떤 암시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매년 꼼꼼히 읽게 된다.

한국은행 총재의 신년사는 어느 당국자의 신년사보다 더 꼼꼼히 보게 된다.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통화정책 운용이 정교해지면서 중앙은행은 정례회의 정책 금리 목표를 결정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계기를 통해 당국이 중점적으로 바라보는 요인 등을 경제 주체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미래 통화정책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小考) '한국 통화정책 긴축적이지 않다'는 주장 반박한 한은 블로그, 어떻게 읽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뿐 아니라 한국은행(한은)이나 주요국 중앙은행은 모두 최근 일반인들을 향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비주의에 가깝도록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결정사항 이외의 정보를 극히 제한적으로 공개하거나 어마어마한 시간 차이를 두고 공개했는데,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중앙은행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의회나 행정부의 핵심 당국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반 국민들에게도 정보 공개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07-2009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처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자신의 책 『The 21st Century Monetary Policy』 등에서 밝혔듯이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은도 국회나 재정⸱금융 당국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한은 블로그 글을 읽어보면 한은이 하려는 말과 그런 말을 하는 의도 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연말로 가면서 금융시장 거래가 뜸한 가운데 한은은 최근 "통화량 변화와 금융상황 이해하기"라는 글을 게재했다.

여기에서는 한은의 이 블로그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책소개) 21st Century Monetary Policy: 미래 연준이 마주할 도전과 대응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만 읽으면 미국과 주요국 금리 방향을 곧바로 알 수 있다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우리가 길을 가면서 계속 지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울 때 지도를 보듯, 이 책을 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 믿고 본 블로그 독자들에게 이 책(벤 S 버냉키의 『21st Century Monetary Policy』, 이하 '이 책')을 권한다.

날씨 정보만큼이나 자주 경제 기사를 읽을 정도로 경제 상황에 관심이 있거나 경제 상황을 알 필요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이전 작품인 『The Courage to Act』(이하 'Courage')를 건너뛰고라도 이 책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책소개) The Age of AI: AI가 재앙이 되기 전에 인류가 해야 할 일들

인공지능(AI)이라는 개념이 언급된 것은 수십년 전 초창기 버전의 컴퓨터가 실무 작업에 투입된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 컴퓨터가 머지않아 인간의 지능과 같은 개념의 기능을 가진 기계로 발전할 것이라던 당시 전망이 실현되지 않아 연구 자금이 끊기는 '혹한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에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여러 차례 자리를 바꾼 끝에 21세기 들어 AI 기술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단순히 인간이 구체적인 행동을 사전에 입력한 대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던 컴퓨터(프로그램을 포함한 시스템 전반)가 이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엄청난 횟수의 실행 학습을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거치면서 처음에 아이디어로 떠돌던 AI 기술이 인간의 눈앞에 펼쳐지게 됐다.

급기야 최근에는 어떤 프롬프트를 제시하면 스스로 문장, 이미지, 기타 형태의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AI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입증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여러 기관에서는 잇따라 현재 인간이 수행하는 직업 중 몇 퍼센트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든가 현재 취업자 중 몇 퍼센트가 AI에 의해 채워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할 정도가 됐다.

AI라는 것은 이제는 하드웨어인지 소프트웨인지, 그와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지조차 규정하기 곤란할 정도의 존재가 됐다. 차라리 하나의 '현상'으로 취급돼야 타당할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AI가 무엇인지를 책으로 익한다는 것은 어려워졌다.

(小考) 출산율 하락에 관한 한은 보고서를 보고

한국은행의 심층연구 결과 보고서가 주요 언론에 크게 인용됐다. 이 보고서를 다룬 기사의 제목을 보면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 즉,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 성장과 배분 등 (거시)경제 지표 악화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 대부분 언론이 집중했다. 

- 연합뉴스 「한은 "세계 1위 초저출산 놔두면 2050년 성장률 0% 이하로"」
- KBS 「경쟁과 불안이 낮추는 출산율, 해법은?」
- 조선비즈 「한은 “세계 1위 초저출산 방치하면 2050년 성장률 0% 이하로 ‘뚝’”」

보고서를 찾아 보니 정말 인구 구조 변화가 지금처럼 유지되면 앞으로의 성장률과 그에 관계된 지표가 악화된다는 부분과,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수단은 무엇일까에 보고서는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행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포함해 대부분 인구 구조 관련 연구가 '출산율'에 집중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나는 평소 약간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경제 용어로 출산율은 1년간 태어난 출생아 수를 15~49세의 가임기간에 있는 여성의 수로 나눈 뒤 1,000을 곱해 얻은 비율이다. 이 비율이 낮다면 분모가 크거나 분자가 작은 것이다.

따라서 나는 연간 출생아 수에 논의를 집중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0세 인구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연간 출생아는 1960년 100만명을 넘었고 이후 서서히 줄었으나 1974년까지는 90만명을 넘었다. 이후 출생아는 계속 줄어 현재는 25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분자인 출생아 수가 빠르게 주는 가운데 분모인 가임 여성의 수는 그보다 서서히 줄기 때문에 출산율 하락 속도는 아주 빨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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