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3

(공유) 저출산에 대한 잡상 :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

페이스북 지인이며 작가이신 분의 글을 공유한다. 모든 내용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우선 나는 부모님께 받은 것이(물질적, 외형적으로는) 거의 없었기에 전제가 다른 부분도 있고, 저자와 세대가 달라 이미 아이들이 모두 성장했다는 부분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생각을 다양하게 공유하고 생각해보기 위해 글을 공유한다.

Youngjun Kim 님의 글

저출산에 대한 잡상 :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

어제 저녁에 친구와 치맥을 하다보니 출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자신은 자기 부모님한테 받은 것 만큼을 자기 자식에게 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거였다. 물론 나도 거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퍼뜩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말들은 참 많다. 불확실성이 높은 개인의 경제 환경, 갈수록 높아지는 출산/육아 비용,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커리어에 대한 애착 증가, 여성의 출산/육아에 매우 적대적인 노동 환경, 비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등.

이걸 크게 둘로 나누자면 결국 1) 경제적인 문제, 2) 성차별적 사회노동문화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1)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부가 출산자에 대해서 직접적인 지원을 하라는 의견을 내며 2)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기혼/출산 여성이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이 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이 둘 다 저출산의 원인이며 또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데 어제의 치맥자리에서 내 머리 속을 지나간 저출산의 원인은 좀 다른 것이었다.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이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2009년 6월 9일에 이명박 대통령은 아이낳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가서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을 해서 20-30대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이게 출산과 육아에 있어 경제적 문제를 간과한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다시금 생각해보니 지금 출산/육아를 하는 세대들과는 다른, 과거 세대가 가졌던 '부모의 역할과 기준'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애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기만 하면 되니 너무 걱정말고 낳고 키우라'는 얘기다.

과거와 현재는 아이를 대하는 기준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허용되었지만 지금은 아동 학대인 것들이 많다. 아동 노동도 그렇고 방치 등이 그러하다. 가정교육을 명목으로 한 폭력도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관대했다. 그리고 갈수록 많은 부분에서 더욱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서점에서 잘 나가는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바로 육아 관련 카테고리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아동의 성장 발달 과정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시기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그렇기에 오히려 부모로서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도 늘어나고 있고 요구되는 부모의 기준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여기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기업들은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 부모들의 죄책감과 강박을 자극했다. 부모에게 더 나은 부모가 되라고 하는 것을 넘어 자사의 상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쁜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그런 죄책감과 나쁜 부모라는 강박 때문에 지갑을 열어 더 많은 돈을 이러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에 지불해왔다.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기혼/육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는 별개로 갈수록 부모가 갖춰야 할 것들과 알아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부모의 평균 수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즉, 과거에 비해 부모가 되기 위한 허들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 더불어 어떤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부모의 상을 제시해놓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평범한 부모들을 압박하여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소비문화 자체도 부모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을 더 높이고 있다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높아지는 부모의 기준이 사람들이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다른 원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국가간의 비교가 아닌 국내를 놓고 비교하자면 다산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복잡한 부모의 조건들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고소득층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부모에 대한 기준이 사회 평균보다 낮은 사람들일 것이다. 결국 평균과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높아진 허들을 심각하게 여길 것이기에 그만큼 출산을 줄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인가? 어떤 점에선 그러하나 어떤 점에선 그러하지 않기도 하다. 저출산이 사회에 부담을 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개인으로 보자면 과거보다 학대를 덜 받고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으며 조금 더 안정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런 자란 애들이 어디 악플이나 달고 혐오 범벅의 이상한 유튜버 방송이나 보고 있을 거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긴 하지만 말이다.

긴 글이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과거 낳기만 하면 됐던 시대를 벗어나 현재는 가면 갈수록 부모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케팅은 부모의 죄책감과 좋은부모/나쁜부모에 대한 강박을 자극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전자로 인한 저출산의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그러한 개선으로 인해 태어나는 아동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제공되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다만 후자의 경우는 인위적으로 없는 허들을 만들고 높이는 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 해온 것인데 결국 이것이 장기적으로 제살 깎아먹는(저출산)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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