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정부 부처에서 작성한 보도자료에서 사소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오류를 몇 개 발견했다. 한 건은 전화를 하려는 순간 정정한 자료가 나왔고 한 건은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그거 잘못 됐네요"라고 하며 시인했지만 정정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험에서 나는 "기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오래 전 군복무를 했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기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군대에서의 경험이 떠오를 것이다. 명령 절대 복종, 일사분란 등의 개념이 떠오를 것도 같다. 내가 제대한 이후 군대의 불합리하고 경직된 관행에 대한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인권 강화를 위한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정작 필요한 기강은 손상되면 안된다.
기강이란 사전에는 "규율과 법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근무 자세’, ‘태도’로 순화"라고 정의돼 있다. 즉 규율과 법도를 지키고 각자 맡은 일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기강이 잡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기강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선진적인 사회 구조와 문화를 구축한다고 해서 기강이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기강이 무너지는 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인권을 증진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기강이 잘 수립된 사회라면 맡은 일을 하는 것과 승진이나 사회적 보상을 위한 노력을 따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이 승진이나 사회적 보상을 정당하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