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8

(斷想) 기강을 생각함

(※ 사견임)

어제와 오늘 정부 부처에서 작성한 보도자료에서 사소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오류를 몇 개 발견했다. 한 건은 전화를 하려는 순간 정정한 자료가 나왔고 한 건은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그거 잘못 됐네요"라고 하며 시인했지만 정정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험에서 나는 "기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오래 전 군복무를 했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기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군대에서의 경험이 떠오를 것이다. 명령 절대 복종, 일사분란 등의 개념이 떠오를 것도 같다. 내가 제대한 이후 군대의 불합리하고 경직된 관행에 대한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인권 강화를 위한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정작 필요한 기강은 손상되면 안된다.

기강이란 사전에는 "규율과 법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근무 자세’, ‘태도’로 순화"라고 정의돼 있다. 즉 규율과 법도를 지키고 각자 맡은 일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기강이 잡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기강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선진적인 사회 구조와 문화를 구축한다고 해서 기강이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기강이 무너지는 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인권을 증진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기강이 잘 수립된 사회라면 맡은 일을 하는 것과 승진이나 사회적 보상을 위한 노력을 따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이 승진이나 사회적 보상을 정당하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민적 자존심이 극도로 상한 한국인들은 부패와 부조리 척결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졌다. 공직자들은 비리나 정책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근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그런데 비리나 정책적 실수는 줄어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그 결과 공직자들은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은 아예 접어두거나 수많은 사람들과 부처를 개입시켜 책임 소재를 희석하려 노력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열심히 일하다가 계획에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든가 소속 기관이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 대개의 조직에서는 그 직원의 충심을 감싸주기보다는 비난하기 일쑤다. 그런데 썩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나 구설수를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 그러면서 "승진"을 위해 노력까지 한다면 아마 잘 풀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명장 이순신의 영웅적 전략과 헌신적 노력으로 조선이 큰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수많은 책에서 전해지고 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칭송받고 있다. 그런데 그가 지휘한 병사들 사이에 기강이 극도로 무너져 있다거나 그가 기강 확립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뛰어난 전략만 짜낸다고 해서 그런 성과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격에서 총을 조준하고 격발하는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총알이 예정된 대로 나가지 않는다면 다 소용 없는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니 높은 분이 "총대"를 메 주지 않는 한 아래에서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쉽지 않다. "네가 책임 질래?"라는 질책이 먼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에서 글자 몇 개 틀린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징후라면 우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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